캐나다가 북미 영화 제작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분위기가 괜찮은데 이곳에서 준비 중인 작품 촬영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집을 방문한 몇 명의 북미 영화 관련 연출자들이 둘러보며 제게 묻습니다.
"좋습니다. 언제, 며칠 동안 필요한가요?"
"연출일정과 촬영 스케줄이 정해지면 통보하고 사전에 팀이 방문해서 사용여부를 결정하고 조명과 소품등도 콘티에 맞게 조정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궁금했던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순간
"그리고 사용료는 하루에 0000달러 정도 지불합니다. 괜찮으시죠?"
'네! 괜찮고 말고요' 이 말로 입 밖으로 나오려다 멈춰버렸습니다. 감수해야 할 불편함은 생각하지 못하고 '결정돼서 오래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물욕이 담긴 생각이 마음속에서 저도 모르게 올라왔습니다.
캐나다에 있는 친척형님 자녀 중 특수분장으로 북미 영화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조카가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후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에 형님부부와 함께 방문한 조카는 집을 둘러보며 분위기가 좋다며 현재 제작에 참여해 준비 중인 작품의 몇 콘티와 맞는지 연출팀에 추천해 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새로 이사 온 집에 대한 립서비스로 흘려듣고 잊어버렸는데 몇 달 뒤 정말로 연출팀으로부터 방문 가능한지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날 연출자, 로케이션 매니저, 아트 디렉터를 포함한 사람들이 방문해서 집과 주위를 둘러보고 며칠 후 결정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냥 아무 사고 없이 괜찮을 것 같아 오케이를 했지만 와이프와 저는 며칠 동안 이 결정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을 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캐나다에서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집을 드나든다는 점과 1층뿐만 아니라만 침실이 위치한 위층까지 집 내부 전부를 오픈하는 점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촬영하는 날이 왔고 배우와 액스트라를 포함한 2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우리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다양한 장소와 환경에서 작업을 했던 경험 많은 전문가들답게 준비해 온 장비와 소품들로 인테리어를 변경하고 외부 통제를 하며 문제없이 3일간의 필요한 밤과 낮시간의 집에서 필요한 장면 촬영을 모두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미국에서 제작하는 영화나 티브이 시리즈는 주로 북미 여러 곳에서 촬영을 하지만 캐나다의 밴쿠버나 토론토도 유명한 영화제작 로케이션으로 손꼽힙니다. 가끔 주말에 다운타운을 지나다 보면 도로 몇 블록을 완전히 막고 우회로 교통정리를 하는 토론토 경찰들을 볼 수가 있는데 많은 경우 영화촬영 때문입니다.
길에서 처음 그 광경을 접했을 때는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한편에 멈춰서 자동차 추격 장면을 몇 번에 걸쳐 찍는 모습과 최고의 장면을 얻기 의해 수많은 장비들과 스태프들을 보며 감탄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광경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왜 토론토 경찰이 길을 막아 주며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예전 토론토 다운타운의 살던 집에서 지금 집으로 옮긴 후 다운타운 집은 처분하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신고한 후 임대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 어느 해인가 새로운 임대 리스팅 후 세입자의 오퍼를 받았는데 첨부한 개인 신용평가정보와 함께 자신의 사업체인 보안경호 업체 (Security Company)의 재무제표도 함께 받았습니다. 담당했던 부동산 중개인에 따르면 새로운 세입자는 미국에서 킴 카다시안 (Kim Kardarsian)의 경호팀장을 하다 자신의 사설 경호업체를 만들어 미국의 유명한 배우, 가수, 정치인들의 경호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아닌 토론토에서 열리는 각종 콘서트, 영화촬영과 영화제 그리고 여러 정치 컨퍼런스, 문화 행사에 필요한 경호팀원의 체류 시 장기적인 숙소 문제로 임대주택을 구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매년 9월에 열리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와 가수들의 콘서트 외에는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숙소까지 필요할까 생각했었는데 집에서 한 영화촬영을 계기로 저도 모르는 큰 규모의 시장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토론토시는 영화사업 진작과 홍보를 위해서 이런 영화제작에 협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누구나 자신의 주거지나 건물을 원하면 영화촬영에 대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온타리오주 사이트 'Ontario Creates'에 직접 등록해서 제작사와 연결되어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미국 영화와 티브이 시리즈를 즐겨보기 때문에 가끔 화면에 눈에 많이 익은 거리나 건물이 나오면 '이곳이 토론토의 00 거리 같은데'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인접한 도시라는 단순한 이유 외에도 토론토의 스크린 제작 산업은 2021년에 25억 달러 이상의 매출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배경으로 여러 가지 면을 생각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토론토는 북미 5대 스크린 기반 산업 도시 중 하나로, 사전 제작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영화의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연결해 주는 공급업체, 스탭, 시설 및 위치 등 거의 완벽한 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렇게 제작 및 미디어 회사가 토론토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의 촬영을 선택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촬영 비용이 미국에 비해 낮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미국 달러와 캐나다 달러의 환율 차이 외에도 할리우드가 아닌 캐나다에서 영화를 만드는 선택에 많은 재정적 이점을 주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캐나다에서의 영화 산업은 영화, 텔레비전 및 디지털 미디어에 상당한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받습니다. 캐나다정부는 그 지역에 거주하고 배우와 영화 음악가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세금을 청구하지 않고 있으며 제작에 적극적인 참여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에 자료에 따르면 다양한 세금 공제를 통해 영화 제작자는 이에 맞는 자격을 갖출 경우 인건비에서 최대 45%, 총 제작 비용에서 최대 35%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대부분 캐나다 도시는 미국 도시보다 생활비와 인건비가 저렴하므로 영화 세트 제작 비용이 훨씬 저렴합니다. 또한 미국보다 저렴한 인건비로 이용할 수 있는 영화제작에 필요한 스태프들의 풀을 제공하여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창작적인 관점에서 토론토는 분명한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촬영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되는데 도시의 여름, 봄, 가을, 겨울은 각각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영화 제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촬영할 기간을 결정할 때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는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지역이 많이 있습니다. 예로써 2013년에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 퍼시픽 림 (Pacific Rim)에서 외부 장면은 스카보로 블러프스 (Scarborough Bluffs)와 해안가 근처의 포트 랜드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유명한 영화들이 토론토에서 촬영되었는데 그 거리와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The Shape of Water: University of Toronto
Total Recall: Roy Thompson Hall
Hairspray: Dundas and Roncesvalles Avenue
Robocop: College Street
The Incredible Hulk: King's College of U of T
Resident Evil: Toronto City Hall
Goodwill Hunting: University of Toronto
Chicago: Queen's Park
X-Men: Casa Roma
Pacific Rim: Scarborough Bluffs
My Big Fat Greek Wedding: Danforth Greek Town
Suicide Squade: Adelaide Street
이밖에도 많은 영화들이 캐나다 특히 토론토에서 제작 또는 촬영되었는데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이 계속되기를 기대합니다.
(전면 이미지 출처: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