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키우기
아직 아이 스스로 정리하는 게 서툴기에, 너저분한 방을 정리하기 위해서 아이가 잠들면 장난감을 주워 정리 상자에 담아둔다. 종류별로, 상자의 크기에 맞춰서. 넘치지 않게. 적당히.
요즘, 내게 주어진 역할이 많기에 그만큼 쌓여가는 감정들도 많다. 어느 날인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상함이 내 안에서 넘쳐흐른 적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그릇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화를 담는 그릇, 돈을 담는 그릇, 그리고 행복을 담는 그릇 등으로. 그리고 그 그릇의 크기는 각기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 그릇들은 과연 어느 정도 크기일까? 밥공기만 할까? 국그릇만 할까? 아니면 냉면그릇처럼 클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되어야 하는데. 때때로 부정적인 감정을 남에게 표현하는 거 보면 마음 그릇이 작은 거 같다. 돈이 모이지 않을 때도 돈 그릇이 작은 건 아닌지 싶다.
어느 날인가 '내가 가진 그릇들의 크기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으로,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다시 빚으면 된다. 커야 될 작은 그릇은 크게 반대로 작아야 될 큰 그릇은 작게. 필요에 맞춰 다듬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로, 책을 읽는 거다. 책 안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마음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돈을 버는 법도, 화가 쌓이지 않게 하는 법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잠을 자는 거다. 일단 몸이 피곤하면 마음 그릇이 작아지는 거 같다. 잡생각을 줄여주고 그릇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데 있어 잠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화가 넘치기 전 덜어낼 수 있고 행복은 주워 담을 수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만의 방법으로 그릇을 단단하게 다시 빚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