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카페인과 클로로젠산(chlorogenic acid), 트리고넬린(trigonelline)을 함유하는데 그중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작용을 해 피로회복이나 각성작용이 있다.
심심한 일반 상식이다.
마시는 동안에도 심히 피로하며 각성을 시키지 못하니,
나의 커피는 본연의 기능을 잊은 주제에 나의 인체를 이루는 필수 요소로(일정부분 맞다고 생각.) 하루 평균 4잔씩 내 위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중이시다.
뭐 아직은 그 정도 과격함은 이길 때라고 위와 장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한 때, 커피와 더불어 망막의 사정거리 안에서 망나니 칼춤이 벌어져도 포기하지 않을 인생동반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던 맥주.
어느새 커피가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해 맥주드링킹할 여분의 위장간을 내주지 않고 알콜아웃되었으니 이로움이 있다 하겠다.
어느 날, 동네에 새로 생긴 개인카페에 들렀고 달달한 게 땡긴 참에 솔트 카라멜 라떼라는 단짠의 스멜이 확 나는 커피에 도전했는데 바닐라 라떼가 아닌 낯선, 그 단 커피는 맙소사였다.
시간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여유라곤 없는 출근길에 제정신과 무려 행복을 각성시켜준 솔트 카라멜 라떼를 귀하게 아껴 마셨다.
"커피를 아껴 마신다"라는 감정을 느낀 게 언제였더라.
한 모금 한 모금 아껴 먹었던 순간들의 시공간이 밀려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은
가기 싫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잠깐,
낯선 환경에 불시착 했던 일상 속 비일상적 순간,
하루 일관성 있게 재수 옴 붙었다 체념한 하루끝.
과 같은 순간들이다.
잊고 있던 커피의 또다른 본질, 위로다.
위로라고 쓰고 보니 상투적이고 뭔가 옛날이라
세련된 다른 표현을 빌릴까 싶다가도 위로가 적절하다.
카페인 본연의 기능을 잊고서도 내가 일상의 배경에서 커피를 물처럼 마시기를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
나아갈 힘이 필요한 멈춰진 순간에 커피가 주었던 진한 위로의 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해서, 나는 졸음을 물리치지도 각성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하는 일정 부분 무능하고 어느 정도 유해하며 상당 부분 무해한 나의 커피를 안는다.
낯선 타인의 도시에 불시착해 내 카페가 분명한 낯설고 다정한 카페 한 구석에서 그 순간에 꼭 필요한 위안을 기어이 주고 마는 커피를 아껴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fabian perez El Federal Cafe l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