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공무도하가 / 지은이 : 백수광부의 아내>
공무도하가는 고조선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시이자 노래임에 틀림없습니다. 공무도하가의 배경설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새벽 뱃사공 하나가 배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뱃사공의 건너편에서 하얗게 샌 머리를 풀어헤친 사내가 위태롭게 걸어왔습니다. 그 사내는 사는 것이 힘들어 미친 것인지, 술을 마시다 미쳐버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술병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사내는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강물 속으로 느리지만 정확하게 걸어갔습니다. 사내는 서럽게 울며 뒤따르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까요? 아니면 듣고도 외면한 것일까요?
아내의 애원에도 사내의 몸은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눈앞에서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는 공무도하가를 지어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남편을 따라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뱃사공은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사연과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살아남은 뱃사공의 아내는 노래를 지은 여인의 마음에 절절히 공감하였고, 그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그렇게 노래는 세상으로 퍼졌고, 슬픔이 얼마나 절절했는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물은 백수광부의 육신을 담았지만, 그 아내의 슬픔은 담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이 평생이고 가야 할 슬픔의 질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백수광부의 아내보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슬픔이 조금 더 무겁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원인도 알지 못하여 원통함까지 더해진다면 말입니다.
바다에 잠겨버린 아이들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의 4.16 합창단입니다.
4.16 합창단은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들과 바다에서 돌아온 아이의 가족, 일반 시민단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월호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 바다와 하늘을 향해 노래합니다.
합창단의 여정과 김훈작가와 김애란 작가의 글이 더해져, 출간된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 란 책도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통해 뒤늦게 합창단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합장단의 정체성을 한 번에 알려주는 문장을 읽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기억이 있습니다.
’ 우리는 늘 울대가 막혀서 무대에 서는 세계 유일의 합창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는 아이들을 담았지만 살아남은 부모의 슬픔은 흘러넘쳐 세상에 흐르고 있습니다.
4.16 합창단원들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부모들의 마음을 사유해 보았습니다. 부모님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어쩌면 진상규명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요?
생을 이어가야 할 가족들이 평생 지고 갈 슬픔의 1그램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저 만의 공무도하가를 불러봅니다.
<세월이 다시 돌아온다면>
만일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젖은 교복은 서둘러 던져버리고, 온기로 가득한 옷으로 갈아입히리라.
네 몸이 충분히 데워지면 파도가 치는 바다가 아닌
바람이 부는 산에서 새해 일출을 맞이하자.
만일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비애의 봄이 아닌 열락의 여름을 함께 보내자.
그리고 비통의 국화꽃 대신 희열의 벚꽃길을 함께 걸으리라.
노래를 불러서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너의 사랑스러움과 나의 자랑이었던 순간을 종일토록 노래하리라.
세월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간 익힌 묵은지와 따뜻한 국밥으로
너의 토라진 마음을 데워 주리라.
만일 정말 다시 네가 돌아온다면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이 아니라
자유롭게 사고하는 청춘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