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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절은 차례를 지내기 위한 날이 아니다.

by 김재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명절 기간 동안 가정폭력 등과 같은 신고 건수가 평상시 대비 40%가량 높고, 명절 기간 부부간 갈등에 따른 명절 후 이혼율 또한 평균 대비 10% 이상 높다고 한다. 명백한 사회문제이다. 죽은 자를 위해 산 자의 수고를 감내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산 자의 행복을 포기하면서 까지 차례와 제사를 지내야 할까? 명절은 제사 지내는 날이 아니라 고단한 일상의 쉼표가 되어 줄 순 없을까?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제사의 기원은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자연숭배와 연관이 깊으며, 고려시대 중국의 주자학에서 전래되었으나, 왕실이나 일부 양반들만 지냈으며, 조선 중기 이후에나 일반 백성들도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한다. 한가위는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사회에서 곡식의 수확기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기후위기로 인류의 존망을 걱정하는 21세기에 왜 한국인은 명절 차례 상과 제사상로 고통받고 있는 것일까?

제사와 차례를 지내지 않으면 조상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자신은 물론 후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조상 덕을 본 사람들은 명절에 해외여행 가고, 조상 덕을 못 본 사람들은 전을 부치며 서로 싸운다는 말은 농담이 아닌 현실이다. 명절에 전을 부치는 사람들과 인천공항에서 외국으로 짐을 부치는 사람들 중 조상 덕을 본 사람들은 어느 쪽 일까? 그리고 차례 상을 올리지 않고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고 후손에게 해코지를 하는 조상이 과연 있을까?


가문의 체통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성대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용이 날아다니던 전설의 시대가 아닌 1인 가족이 전체 가구의 약 35%(2024년)을 이루는 시점에서 지켜야 할 체통과 명예가 있는 가문이 얼마나 될까?

지켜야 할 명예를 가진 가문이 있다면 안동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독립 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장이 경북 안동이다. 제사나 차례 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유림의 고장이기도 하다. 안동의 독립운동을 이끈 이들은 놀랍게도 혁신유림이라고 불리는 분들이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김태리 배우 가문의 실제 모델은 안동의 혁신유림 이상룡 선생 댁이다. 이상룡 선생은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국무령을 지내셨다. 현재 추정가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전 재산을 오직 나라의 독립을 위해 쓰신 위대한 분이다. 선생께서 전 재산을 처분하고 노비문서까지 불태우고 독립운동을 위해 간도로 떠날 때 많은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선비 된 자로서 공부는 어쩌고 조상님을 모시는 신주는 또 어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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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글을 쓰고 때때로 방송과 강연장에서 말을 하며 살아가는 낭만 아조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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