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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오랑 Jan 19. 2024

자취를 꼭 해야 할까?

배우가 집에서 독립한다는 건...

몇 년 전, 한 커뮤니티에서 자취의 장단점에 대한 짧은 글을 봤다.


자취의 장점 : 엄마가 없다.


자취의 단점 : 엄마가 없다.



난 비록 어머니와 함께 산 적이 없어 이 말에 큰 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무슨 말인지는 120% 이해했다. 20년 넘게 자취하며 느낀 건 자취 생활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흔히 살림이라 칭하는 청소, 설거지, 빨래, 끼니 걱정부터 각종 공과금 납부, 월세, 생필품 구매까지 오로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들이다.


신에게 묻고 다.

"자취를 꼭 해야 할까?"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언젠간 꼭 해야 할 일이다. 자립한다는 건 생명체의 숙명과도 같다. 배우가 되기 위해 자립하고 싶다면(혹은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극구 말리고 싶지는 않다. 자립을 통해 개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다. 2024년 기준 최저시급 9,860원(월 2,060,740원)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느 곳에 취업하더라도 하다못해 알바를 하더라도 최저시급만큼의 급여는 받는다.


하지만 배우는 아니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게 되면 출연료라는 이름으로 회차 당 페이를 책정받게 된다.


초보배우, 무명 배우에게는 적은 페이가 책정되고 없는 경우(소위 열정페이, 이에 대해선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도 부지기수다. 그나마 적은 페이를 받는다고 해도 연극, 영화가 1년 이상 진행되지도 않는다. 즉, 한 작품이 끝나고 다른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백수가 된다. 이것이 배우의 패턴이자 숙명이다.


배우는 고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당신이 배우를 지망하는, 초보 배우라면 현실적으로 더더욱 힘들다. 참고로 내가 처음 극단에 들어갔을 때는 공연 회차에 상관없이 월급으로 받았다. 그때 월급이 60만 원(2007년 기준)이었다.


(참고로, 2003년에 알바할 땐 주 5일 근무하면서 100만 원 가까이 받았다)


그러나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 알았다. 60만 원이 큰 금액이라는 것을. 대학로에서는 한 달에 40만 원을 받았으니 말이다. 월세 내면 월급은 그대로 사라졌다. 이러니 생활이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일용직 알바를 하며 어떻게든 메꾸기도 하고 못 하기도 했다)


월세가 정말 큰 부담이었다.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의 금액이 그냥 길바닥에 버려지는 기분이었다. 잠자고 쉬며 머무는 공간에 대한 대가로 당연히 지불해야 할 금액임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길 바란다.


'자취를 꼭 해야 할까?'



당연히 지방 거주자는 필연적으로 자취를 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에 살더라도 개인 사정에 따라 자취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고민해 보길 바란다. 자취를 해야 하는 이유를 단순히 부모님과 살기 싫어서, 독립하고 싶어서, 혼자가 편해서 등의 이유만으로 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략적으로 했으면 한다.  


가령, '35세 전까지는 무조건 부모님과 살면서 배우로 자리를 잡아야지.', '1000만 원을 모을 때까진 부모님과 같이 살아야지.' 등의 '자신만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짰으면 한다.


무턱대고 나와서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맨땅에 헤딩..아프다!) 때론 맨땅에 헤딩하다가 뭔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략'을 짜서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거다.



지방 거주자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보증금을 벌어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올라가 반반씩 부담하는 방법도 있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친척이 있으면 부탁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배우 친구 중, 보증금이 없는 고시텔·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보았다.(상당히 열악하다는 것만 알고 있으라) 그리고 지방에서 극단 생활을 하다가 올라온 배우 친구도 있다.


완전 시골이 아닌 이상 지방에도 극단이 있다. 놀랍게도 무수히 많다. 조금만 알아보면 자신이 사는 지역극단에서 활동할 수 있다. 당장 서울로 올라오는 것을 미루고 거주 지역에서 연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없다면 자신이 직접 '직장인 연극반', '연극 동아리' 등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보증금(또는 전세금) 모으기 또는 빌리기

2. 부모님이나 친척 집에 거주하기

3. 친구나 동료와 함께 생활하기

4. 보증금 없는 고시텔 등에 거주하기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여성분에겐)

5. 지방 극단에 들어가 본가에 거주하기

(추후 서울 입성)

6. 연극, 영화 등 동호회 가입 및 만들기



결론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전략을 구상했으면 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20대의 나처럼 무모하게 올라와 개고생 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아! 제대로 전략을 짰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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