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eauty와 그녀들
구글은 Think with Google를 통해 마케터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 그중에서 <브랜드가 점검해야 할 5가지 트렌드>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5가지 트렌드 중에 하나인 Smart Blur라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브랜드는 업계중심의 관점에서 문제 중심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다른 비즈니스가 어떻게 내가 가진 것과 비슷한 문제를 해결했는지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본인들이 속해 있는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Cross learning’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글을 읽자마자, 다른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만들어 낸 파워풀한 영향력이 떠올랐다. 어디에서? 브랜드 매니지먼트이다. 200년도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브랜드라는 개념과 브랜드 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2010년 초반으로 가면서 화장품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브랜딩을 위한 마케팅 활동이 꾸준히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화장품 산업에 이어 다른 산업군들은 뷰티 회사들이 브랜드를 관리하고 키워가는 방법과 과정을 관찰했고 이를 벤치마킹을 하였다. 이러한 투자와 노력들이 다른 산업에서도 효과를 발휘하여 브랜딩 활동이 매출로 이어지고 그것이 본인들의 자산으로 누적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화장품은 그 성장세와 함께 신생 브랜드들이 급속히 증가하여 경쟁이 치열해졌고, 디지털 발달로 인한 이커머스는 시장 내 개별 브랜드들의 숫자가 폭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시장 진입이 낮아지고 개인도 스마트 스토어에서 본인 브랜드의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용품도 이 정도의 경쟁 강도는 되지 않을까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이 맥을 못 추고 초반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반면,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은 1990년도 후반 유통망 개방으로 백화점이라는 거점을 차지하고 오랫동안 본인들의 브랜드를 키워왔다. 화장품이 소비재보다는 경쟁의 강도나 경쟁자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그럼, 과열 경쟁이라는 상황에서 뷰티 브랜드들은 어떻게 생존 솔루션을 찾았을까?
우선, 뷰티 브랜드들은 신생이든 기존 브랜드이든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해야 했고, 이를 위해 먼저 고객을 세분화한다. '모든 소비자들을 가져려면 어떤 소비자도 얻지 못한다.'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패키지부터 팝업 스토어까지 일관성 있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유지에 모든 것을 바쳤다.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지하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핵심 메세지와 이미지외에 잡음을 제거하는데 주력했다.
또한 브랜드들은 광고 모델만이 아니라 브랜드 페르소나와 같은 브랜드 홍보대사, 인플런서를 활용해 1) 우리 브랜드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가 2) 그리고 써보니 어떤 점이 좋은지 알게 해주는 홍보활동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기존 고객들이 브랜드들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을 막았다.. 수많은 홍보대사들이 SNS를 통해 브랜드를 혹은 신제품을 브랜드 대신 홍보해 주었다.
덧붙여, 브랜드 체험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팝업스토어와 이벤트 등과 같은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체험 마케팅 역시 화장품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여 지금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금 삼성 갤럭시가 신제품이 나올 때 어떤 마케팅 활동을 하는지 보라. 갤럭시와 같은 모바일, 식품, 주류 회사, 패션, 주얼리 등등 주로 하고 있는 브랜드 마케팅을 살펴보면 뷰티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막걸리가 나와도 백화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거의 모든 유명 패션 브랜드는 모두 브랜드 홍보 대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크로스 러닝이 빠르게 가능하게 된 것은 타 산업군으로 화장품 마케터들과 디자이너들의 영입도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이 다른 산업군가서 어떤 식의 마케팅을 펼쳤을지는 누구든 예측가능하다. 이미 삼성전자, 신세계 같은 리테일 회사, 코오롱, LF 등의 패션, 제약 등등의 마케팅 수장들이 뷰티 산업 출신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러닝에 확신을 주면서 벤치마킹을 더 가속화했던 것은 2010년 초부터 시작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글로벌 화장품 회사나 사모 펀드에 매출액보다 큰 금액으로 팔려 나갔던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미샤, 닥터 자르트, AHC 등의 거래를 보면서 브랜드가 가진 잠재력에 놀라고 향후 본인들도 잘 키운 브랜드를 시장에 내놔야 겠다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영국에 있을 때 셰익스피어의 생가인 Stratford Upon Avon 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다. 작가의 일생과 그의 작품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상품 마을을 만들었다. 영국인들은 훌륭한 조상을 만나 대대손손 경제적 이득을 보고 사는 것 같아 슬쩍 부러웠다. 한 브랜드가 30년 정도 시장에서 버티면서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면 투자한 것 이상의 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오염된 지구만 넘기는 형편없는 조상이 아니라 세대와 인종을 아우르는 훌륭한 브랜드들도 남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뷰티 브랜드들이 지금처럼 선도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