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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Mar 07. 2019

가족 문제로 배우자와 다투는 시간

시간부자 154화

아내의 이종 사촌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얼마의 축의금을 낼 생각인지 물었다. 아내가 대답했다.


"OO만원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잠시 생각후 아내에게 제안을 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금액의 두배를 내자고 말이다. 아내가 깜짝 놀라며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괜찮아, 내가 그렇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결혼식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아내를 통해 친척분들이 무척이나 고마워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됐다. 그리고 그분들로부터 보답도 받게 됐다. 아마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감동이 컸던 듯하다.


그렇다면 가장 큰 감동을 받았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결혼한 이종 사촌이었을까? 아니면 이종 사촌의 부모님이었을까?


정말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아내였다.




결혼을 하면 명절이나 친인척의 경조사와 같은 가족 행사들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된다. 함께 하면 기분좋고 행복한 가족 행사인데 필연적으로 맞이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족 행사가 일처럼 느껴지게 된다. 일처럼 느껴지면 일처럼 행동하게 된다. 일처럼 행동하게 되면 행동의 목적이 효율성으로 변하게 된다. 양측 가족 행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바로 5대5의 원칙대로 하는 것이다. 남편 가족에게, 아내 가족에게 각각의 비용과 노력이 똑같이 배분된다면 논란의 소지없이 깔끔하게 일처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5대5 원칙의 개념을 사용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가족 행사는 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 [시간부자 109화 - 아내의 부모를 대하는 시간] 편 참조


가족 행사가 일이 되어버리면 가족은 가족이 아닌 직장이 되며 배우자는 배우자가 아닌 직장 동료가 된다.


직장 동료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다. 상대가 일처리를 제대로 하여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일처리를 잘하면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일처리를 잘하지 못하면 내가 피해를 받게 되므로 싸우게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가족 문제로 배우자와 다투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족 행사만 다가오면 배우자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직장 동료의 관계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순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출처 : https://www.ytn.co.kr/_ln/0105_201706010222372297


연애시절을 떠올려보자. 애인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었고, 선물을 주었고, 깜짝 이벤트를 해주었을 것이다. 그 모든 행동들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준만큼 받기 위함이었는가?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기쁨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얼마의 돈과 시간을 썼든, 노력을 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상대로부터 얼마만큼의 마음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또한 중요하지 않다. 


직장 동료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이너스가 될만큼 상대에게 주어도 나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마음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신기하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주면 대가를 바라지 않는 더 큰 마음이 온다. 서로가 마이너스가 되도록 주지만, 결국 서로가 받는 것은 그보다 더욱 커진다.



가족 문제로 배우자와 싸우게 된다면 싸우는 원인의 십중팔구는 서운함 때문이다. 서운함의 이면에는 내가 상대보다 손해를 보았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손해라고 인식이 되게 만든 상황이다. 그것은 가족 문제를 일로서 인식했기 때문이며, 결국 배우자를 그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동료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상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기브앤테이크는 뭔가 이상하다. 상대에게 영화를 보여줬다면 상대가 나에게 밥을 사야한다는 원칙이 성립될 필요가 없다. 사랑의 목적은 마음의 균등한 배분이 아니라 온전히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순서상으로는 내가 받을 타이밍이지만 불현듯 상대에게 갑자기 베푼다면, 상대는 예상치 못한 마음에 감동을 받게 된다. 불현듯 베풀었다는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 행사가 다가오면 당신의 배우자는 암묵적으로 당신으로부터 5대5 비율의 마음을 받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 배우자의 예상보다 더 많은 마음을 제공한다면 배우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의 목적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순간이든 당신의 목적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라면...


배우자의 가족 행사는 배우자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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