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배 부르던 순간.

by 인상사

'연주야 그것보다 이게 더 싼데 이걸로 살까?

다시 갖다 놓고 올수 있겠어 ~? 어디 있었는지 알지 ?'

엄마가 라면 코너를 돌고 비비고 음식들이 모여있는 코너에서 사골곰탕을 왼손에 들어 올리며 내게 한말.


육류코너 옆에 이름 모를 한우 사골곰탕 한 팩을 집어 들며 엄마에게 '엄마 이거 하나 살까? 남은 떡국떡으로 떡국 끓여먹기 딱 좋겠다'라며 오른손 장바구니에 한 팩을 욱여넣었었다.


엄마는 마치 어린 딸에게 '다시 갖다 놓고 올수 있니? 어디 있었는지 기억나지?'라며 가는 길을 행여나 못 찾아 길을 헤맬 듯 걱정하는 말투로 서른 후반을 달려가고 있는 나에게 다정히 묻는다. 엄마의 눈은 아직도 내가 이십 대 중반 시절의 모습 같은 가보다~라고 생각하며 '응 다녀올게 엄마 여기 있어! 라고 다정히 답해본다.


발걸음을 돌려 이름 모를 사골곰탕 한 팩을 들고 주말 저녁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지나쳐 육류 코너 옆 본래 있던 자리에 슬몃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 이 자리 였던것처럼 가지런히 내려 놓았다. 지금은 시식코너가 사라졌지만, 마트의 묘미인 행사 상품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이 풍경마저 없어졌다면 마트는 마치 한번 마시고 냉장고에 오래 넣어뒀던 사이다 같을 테니까!


판매원 아주머니의 한 손에 들린 우동 행사를 흘깃 보고 겨울엔 역시 우동이지. 겨울 추운 날 퇴근길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손만 씻은 채 배고픔을 달래러 식탁에 앉았을 때 따끈한 우동 한 그릇이 있다면 이게 또 하루의 또 위로지! 하며 짧은 생각과 함께 판매원 아주머니와 아주 짧게 눈을 마주쳤다. 혹시라도 살 마음이 있는가 싶어 이때 포착을 놓치지 않은 판매원 아주머니는 나를 바라보며 '오늘 따끈한 우동 한 팩하시면 한 팩 더드리는 행사하고 있습니다~(씽긋)' 나는 재빠르게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고 비엔나 소세지가 두 팩에 한 팩가격 이라는 행사가 내 눈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치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먹지도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이유 없이 배부르고 정겨웠다. 먹는 상상을 같이해서 일까,


라면 코너를 돌고 엄마와 눈이 마주친다. 빈손인 나를 보며 비비고 사골곰탕을 세 팩이나 넣은 장바구니를 가리킨다. '오늘 두 팩하면 한 팩 증정이래!' 득템 했다는 엄마의 기분좋은 얼굴. 나도 기분 좋다.

어서 가야지 좀 있으면 놀면뭐하니 할 시간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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