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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Mar 16. 2020

기억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리운 것들이 많다. 삶을 살아갈수록 그렇다. 그리움의 페이지를 매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가슴에 꼭 품고 산다.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꺼내보다 보면 훅 쏟아져 나올까 봐, 소중했던 그때의 온도가 바뀌지 않았으면 해서 조금씩 꺼내본다.


기억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잊지 않으려고 힘을 써 지켜내려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는 기억이 있고, 떨쳐내려 해도 지워지지 않고 짙어지는 기억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좋은 기억, 좋지 않은 기억들이 꽤나 비슷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기억에는 선택권이 없다. 아름다운 기억들만 골라 당신을 기억하고 싶거늘, 모든 것이 괜찮고 좋았던 것으로만 남기를 원하지는 않나 보다. 훗날 당신을 떠올리면 여유 있는 미소를 띠고 싶은데, 기억 앞에서라도 지나간 시간 앞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그렇게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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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우리의 시간들을 부지런히 쌓아온 것이라고, 그리고 남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남기고 싶다고 남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택한다고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남는 것이다 그렇게.

 

그래도 욕심내서 한 가지만 바라본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당신을 떠올렸을 때 더 이상 당신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 것만 같은 그때에도, 한 가지쯤은 남아 있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정말 그것이 한 가지의 기억이라면 아팠던 기억보다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그 순간이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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