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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Sep 12. 2020

논어를 통해 본 리더십의 조건-(1)경사이신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자왈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사민이시

논어 학이편 5장


  사람은 타인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에도 혼자서 할 수 없고 어울려서 해야 한다. '어울려 함 께'라는 이 인간의 삶의 방식이 인간의 능력치를 얼마나 높여주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어울려 함께'는 우리 삶에 선물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함께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과 상처도 주고 받는다. 행복과 번영의 이유인 동시에 불행과 저주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어울려 함께'의 가시적 결과물이 크고 작은, 형식적, 비형식적 조직과 단체들이다.


  인간 삶의 기본조건이 공동체이므로 이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대단히 중요하다. 훌륭한 리더는 그가 이끄는 조직이 지향하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해서는 안된다. 목적 달성의 과정에서 그를 따르는 구성원들의 행복과 복지, 상호간 화합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다.



어떤 조직이 둘이 있다. 두 조직이 어떤 일에서 동일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자. 그럼 그 두 조직을 모든 면에서 동일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리더나 특정 구성원만이 행복하고 나머지는 불행하다면? 목표를 달성하여 구성원 상호간의 믿음과 신뢰가 돈독해지고 목표 달성으로 인한 행복과 만족감이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되는 조직이 있다면? 목표와 결과만으로 어떤 조직을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피상적이고 지엽적인 평가 방식이다.



  논어 학이편 5장은 공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그려지는 군주의 모습은 국가와 같은 정치적 조직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크고 작은 모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기본 조건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럼 공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조건 3가지는 무엇인가?



1. 경사이신 敬事而信

  "일을 신중하게 다루어 (백성들의) 신뢰를 얻도록 하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敬'은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마음을 절제하다.'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 한자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 글자의 의미를 풀어서 설명한다.

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는 의미를 가진 '攵(=攴)'자와 '개가 주변을 철저히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진실로나 참으로' 라는 뜻을 가진 '苟(구)의 합자(合字)가 경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을 바탕으로 풀어보면 '경'이란 경계를 서고 있는 개가 소리, 냄새, 시각 등 가능한 모든 감각을 열어 언제 닥칠지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경'이라는 한자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자기 임무에 충실한 개의 이미지'를 겹쳐서 보면 그 의미가 잘 드러난다. '경'이란 '어떤 일이나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고도의 긴장상태'라고 풀어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공경(恭敬)하다.' 라고 할 때 '경'이 쓰이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타인을 공경한다는 것은 타인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고 그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 집중하고 긴장하는 것이라고 풀어볼 수 있다.


  위의 한자 풀이를 통해 경사(敬事)란"일을 함에 있어 그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생길 수 있는 모든 돌발변수에 대해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조심하고 긴장한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 일을 할 때 항상 돌발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일에 성공하려면 '위기 관리'(risk taking)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위기 관리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모두 하기 어렵다. 위기 관리의 책임은 일의 전체를 조망하고 다루는 리더가 져야 한다. 이러한 리더의 책무를 감당하려면 항상 조심하고 긴장해야 한다. 그런 긴장상태 속에서 어느 순간 위기가 닥칠 때 그 위기를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모습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라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학교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우리를 불행하게 대부분의 이유는 리더가 '경사이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가 항상 경계하며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조직원들에게 자신을 믿고 따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리더로서의 형식적인 권위에 대한 인정, 조직의 당연한 생리와 같은 것이다. 그냥 믿고 따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신뢰할 수 없는 리더를 그런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이유로 믿고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은 그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모순으로 다가오며, 그 모순은 그 조직에서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믿음(信)은 철저히 그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다. 자연스럽게 믿어지지 않는데 강압이나 권위로 억지로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힘들게 하는 리더는 이런 부당한 강요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좀 먹게 하는 존재인 경우가 많다.



  경사(敬事)하지 않는 리더는 최소한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을 믿고 따르라는 부당한 요구는 하지 않아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그 불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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