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Jun 30. 2020

 승무원 다시 하고 싶니?

좋았다가 슬펐다가 화났다가 아쉽다가...

제목에서부터 집중이 된다.  서강대교??

http://m.yes24.com/Goods/Detail/90074494

왜 하필 서강대교일까?


그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은 다 비슷한 거 같다. 좋은 일보다는 당하고 또 당하고 당한 일들.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태어나도 그 일은 죽어도 안 할 거라고 하면서도  가끔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애증'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이 글은' 방송작가의 현장에서의 삶'을 아주 리얼하게 담은 책이다. 정말 아주 리얼하다. 우리가 보통 알고 는 방송작가의 삶이 아니었다.  나만 죽어라 고생한 게 아니었다. 정말 고생 안 한 직장인들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건 아주 표면적인 방송작가의 모습이었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우아하게 글 쓰고 가끔 멋진 연예인들도 보고 할 만한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보고 나면 방송작가가 방송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솔직히 그 직업을 표면적으로만 아는 것은 전혀 모르는 것과 같은 것 같다.  난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아주 표면적인 사실만 알고 선택을 해서 정말 고생하긴 했지만  정말 그 안에서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아마도 작가님도 많이 힘들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멋진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버티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용기다]

 같이 공부했던 후배가 먼저 취직을 하면 어느 곳에서 일하느냐보다는 그냥 취직이 됐다는 게 너무 부러울 거 같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방송작가였는데 3개월만 하고 공무원을 준비했을 때는 그 후배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에게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나와 같이 승무원 준비를 했지만 그 친구는 아쉽게 자꾸 파이널에서 떨어져서 나보다 일 년 늦게 에미레이트에 입사했다. 준비기간만 3년 정도 걸렸다. 힘들게 된 만큼 더 오래 비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행하는 기간 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비행 끝나고 같이 대화도 나누며 달래주기고 했지만 그 친구는 1년 정도만 하고 그만뒀다. 많은 생각을 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 그 친구의 결단력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불평불만을 해가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버티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첫 면접의 떨림]
면접보고 나서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작가님 정말 최고다. 그런 열정을 피디님이 먼저 알아본 거 아닐까?

나는 첫 면접을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떨었다.  
손을 너무 떨어서 손을 잡아주며 준비되면 얘기하라던 그 면접관의 배려를 난 잊을 수가 없다. 승무원이 너무 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해외에 살면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면접 때 이렇게 답변을 할 수는 없다. 간절함과 진실성을 장착하고 면접을 봐야 했다. 승무원 면접인데 난 서비스 경험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난 계속 봉사 경험을 얘기하면서 면접관의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장애인 캠프 카운슬러로 일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수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족 소개를 수화로 해보겠다고 했더니 내가 하는 수화를 따라 해 보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물어보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면접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난 첫 면접에 합격해서 승무원이 됐다.


 이때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정말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때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정말 나의 삶을 바꾼 첫 면접이었다. 1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몸이 아픈데 부서져라 일하고 야근은 기본이고 밤새서 일해도 칭찬은 커녕 욕만 먹고  후배는 센스 없게 일도 잘 못 따라오고 나름 챙긴다고 했는데 무섭다고 하고. 아주 공감 가는 글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계속 비행할 때가 생각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브런치 소재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내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언정]
본사 씨피에게 갖은 욕먹은 글을 읽을 때 얼마나 감정이입이 되던지... 작가님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것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공들여 만든 내레이션을 다 지적질당하면 정말 너무 괴롭고 비참할 것 같다.

 왜 욕을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
그 씨피 진짜 나쁜 인간이네...


 게다가 작가님의 글을 피디가 수정해서 방송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퇴사할 생각을 하고 경주로 떠나는 모습과 그리고 기댈 수 있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부부가 된 사연이 이어진다. 나와 너무 비슷해서 더 공감 가는 글이었다.

난 상사는 아니었지만 승객이  경멸의 눈빛으로  욕을 하며 힘들게 했다. 감정을 자제하면서  비행을  간신히 마친 적이 있다. 꾹 참았던 눈물이  그냥 버스에 타자마자  흘렀다.

나도 울 엄마의 소중한 딸인데...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욕을 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무릎까지 꿇고 사과를 해야 하는 거지?


 그냥 가슴이 너무 아팠다. 엄마한테 얘기하면  너무 슬퍼하실 거 같아서 미국에 있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말 없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플로리다에  와서  좀 쉬는 건 어떠냐고 했다. 그렇게 미국에 갔고 4개월 후 우린  결혼을 했다.

https://brunch.co.kr/@jyjpsw/118


그 승객 아니었으면 계속 견뎠을지도 모르겠다. 비행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적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땐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 담을 힘도 없었다. 그렇게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방송작가의 이야기인데 난 승무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직장인이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좋았다가 슬펐다가 화났다가 아쉽다가.  정말 오랜만에 공감 100배인 책을 읽어 행복했다.




*에필로그:  이 책은 씽큐베이션 1기를 함께한 글밥님의 책이다. 작년  4월에 처음 만났다.  그녀의 서평을 매번 재밌게 읽었다. 역시 방송작가의 필력은 대단했다!!!

 그런데 그녀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었다.  그때 브런치가 글을 올리는  공간이라는 걸 그녀 덕분에 알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본인만의 책을 내고 싶어 했는데   1년 만에  꿈을 이루었다

https://brunch.co.kr/@geulbab

이분이 바로 나를 브런치 세계로 이끈 글밥님이다.

글밥님처럼 나도 내 승무 생활을 쓸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다름'에서 배우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