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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Mar 21. 2020

브런치 덕에  21년 전 추억 소환하다.

우리 그때  참 풋풋했는데...

전화가 왔는데  너무나 반가운 이름이다.

언니와 카톡으로는 연락을 가끔 했지만 통화한지는 오래돼서 더 반가웠다. 내가 늦게 받아 전화가 끊겨 전화를 했는데 통화 중이라 언니한테 너무 반갑다고  톡을 보냈다.  그렇게 언니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정말  놀랐잖아!! 네가 하니 작가야?


언니가 우연히  내 브런치 글인  '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이'를 읽게 됐는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연락하고 싶었다고 한다.

https://brunch.co.kr/@jyjpsw/5


브런치 덕에 이렇게 친한 언니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됐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 함께 봉사했던 일을  얘길 하니 그때가  참 많이 그리워졌다. 그러자  언니가  한마디 한다.


우리  그때  참 풋풋했는데...


언니와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캠프 카운슬러로 일하면서 알게 됐고 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봉사를 하다 보니 언니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카운슬러 중 가장 늦게 합류해서 서먹서먹해하는 나에게 언니가 먼저 다가와서  캠프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매니저들은 미국인이었고 스페인, 폴란드, 멕시코 , 러시아, 케냐  다양한 국가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일을 했다. 완전히 영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환경이었는데 한국 언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이 됐다.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아주 작은 숲 속 마을 오두막에서 신체적 장애가 있는 캠퍼와 마음의 병이 있는 캠퍼와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다가 갑자기 맞은 적도 있고 100킬로 넘는 캠퍼가 급하다고 해서 화장실 데려가다가 넘어진 적도 있고 자다가 울다가 웃다가 하는 캠퍼때문에 잠을  깬 적도 많았는데 이럴 때마다 언니와 커피 마시며 얘기하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리고 매번 아침마다 베이컨에 스크램블 에그를 먹다 보니 라면이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언니가 주방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은 도 있다.


캠핑장 안에는 수영장이 있다.

 난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캠퍼가 원할 때만 몇 번씩 들어가서 놀아주고 한 게 다였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매니저와 카운슬러들이 다 같이 모여   수영장에서 파티를 하는데 갑자기  카운슬러가  나를 물속으로 밀었다.  그때  수영을 잘하지 못해서  계속 살려달라고 소리쳤는데 동료들은 내가 장난치는지  알고 날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다.  너무 다급해서 계속 한국어로 살려달라고 소리첬는 멀리서  언니가 듣고  날 물속에서 구해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록 공포스러웠다. 난 의식이 바로 깨지 않아  병원까지 갔는데 그때 언니가 내 옆을 지켜줬다.

그러고 보니 언니에게 고마운 점이 참 많다. 미국 봉사활동 후에도 한국에서  자주 만났고  두바이에서 비행할 때도  꾸준히 안부를 전했다.


언니가  결혼한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 스케줄 변경이 안돼서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언니가 신혼여행을 로마로 가는데 에미레이트를 타고  두바이 공항에 잠깐 머물다 가는 거라고 해서 두바이에서 만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진짜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한국 비행 때 난  탑승권을 확인하며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는데   출발 시간이 거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2명의 승객이 계셨다. 그래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두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언니였다.  정말  우린  인연인가 보다.

 바로 출발해야 돼서  서비스  끝난 후 언니를 찾아갔다. 스케줄  갑자기 며칠을  더 연장하게 돼서 오늘 타게 다고 했다. 새벽비행이라 다들 주무셔서 언니와 겔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언니는 아기가 둘 있는 워킹맘이 됐고  나 또한 니엘이를 키우며 일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21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추억을  함께할 수 있는 언니가  있어  참 감사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언니와  필라델피아의 추억을 함께 꺼내보며 우리의 풋풋했던 20대로 잠시나마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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