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D-12
출국까지 9일 남았다!
이번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을 앞두고 다짐을 적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최근 에피소드도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해본다.
내가 이번 도전에서 꼭 지키고 싶은 점은 세 가지다.
1.과정을 온전히 느낄 것
2.주변을 돌아보고 배려할 것
3.마음의 여유 키워오기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과도 경쟁하지 않고 온전히 이 과정을 느끼고 싶다. '완주' 를 목표로 부지런히 나아가되, 너무 조급해하거나 스스로 압박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나아가는 게 목표다.
그래야 그 과정에서 주변을 더 관찰하고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거니까.
지난 내 인생을 돌아보면, 오로지 눈앞에 있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주변을 챙길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옆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넉넉히 챙겨가는 포도당 캔디를 나눠먹으면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싶다.
물론 이걸 위해서는 내 체력이 받쳐줘야겠지만...^^ 이렇게 마음먹는 것과 그냥 생각없이 가는 건 천차만별인 것 같아서 다짐해본다!! 주변에 대한 배려! 실천해보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내가 나가는 MDS 대회는 전 세계에서 약 10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올해 대회의 경우 한국 사람들은 많아도 5명 이하일 것 같다. 현재로선 한국인 누가 나가는지 아는 정보가 없다. 가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편견을 무너뜨리고 그릇을 더 키워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이런 과정에서 마음의 여유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
최근에 있던 에피소드를 좀 풀어보자면,
이틀 전 프리랜서 계약이 종료되었다.
2021년 입사해 작년 말 퇴사하고, 이후 쭉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회사인데 이제 정말 이별이다.
나에게 있어 좋은 회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정말 고마운 회사다.
성장할 수 있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주는 곳, 마이크로 매니징 없이 팀원의 능력과 자율성을 신뢰하는 곳, 힘든 상황에서도 각자의 책임을 놓지 않고 유쾌한 방식으로 같이 나아가는 곳.
한사람 한사람이 가진 장점들을 관찰하면서 한가득 배우는 시간들이었다. 특히 좋은 팀을 만난 건 더더욱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만남보다 더 중요한 건 이별이라고 생각하기에, 소소하면서도 나다운 이별 선물이 뭘까 고민했다. 나는 사람들의 강점을 잘 발견하는 사람이니까 평소 생각하고 배우고 싶었던 팀원들의 강점을 이 기회에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팀원들 각자의 강점을 잘 정리한 편지와 귀여운 칭찬 메달 쿠키를 준비했다. 센스 있는 선물이라며 모두 좋아했다. ㅎㅎ 잘 마무리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요즘 피곤했나보다.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어제는 출국 전 마지막으로 가족을 보고 왔다.
몸보신 하고 가라며 부모님께서 새벽에 시장가서 해산물 잔뜩 사와 밀푀유 + 샤브샤브를 해주셨다. 최근 먹은 음식중 단연코 제일 맛있었다. 기력이 확 보충되는 느낌. 역시 정성이 담긴 음식을 이길 건 없나보다. ㅎㅎ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최근 고민하고 있던 지점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 꺼냈다. 요지는 나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은 사전에 나와 상의하고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혹시나 가족간에 우연하게라도 빚어질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다. 아직 김칫국 고민이긴 하지만ㅎㅎ
주변 성공한 사람들 중에 가족 문제가 얽혀 서로가 불행해지는 케이스가 많이 보여서, 나는 그런 상황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고, 큰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엄마 아빠가 내 고민을 들으며 100% 이해하고 존중해줬다. 나의 입장을 신뢰하고 이해해주시는 게 너무 잘 느껴져 속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감동먹어서 집와서 눈물 찔끔 흘림)
또 생각난 에피소드 하나.
최근 엄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너 덕분에 엄마도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고.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정말 놀랍다. 60세가 넘어서도 배우려는 태도와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사고를 가진 우리 엄마 아빠는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엄마 아빠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신선하면서도 즐겁다.
오랜만에 같이 주변 산책을 했다.
예상치 못하게 벌써 벚꽃이 폈다! 출국하기 전 벚꽃을 봐서 기분이 좋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산책하며 시 한편 짓는 게임을 했다. 돌아가면서 한 줄씩 지었다. 제목은 봄날 오후에. 내용이 그럴싸했다 ㅎㅎ 잘 해석을 해보자면, 봄이 왔는지 아직 안왔는지 헷갈리는 그런 어느 초봄날 오후? ㅎㅎㅎ
봄날 오후에
오래 기다려왔네
오래 숨죽여왔네
오래 기다려왔네
오래 숨죽여왔네
가쁜 호흡을 들이키고나니
나더러 꽃이라하네
아! 다시 보니 꽃이 아니라하네
아! 다시 보니 꽃이라 하네
우당탕탕 그간 많은 과정을 스쳐왔다. 잘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하다.
남은 일주일 동안에는 8~10시간 숙면하면서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야겠다.
남은 할일들 잘 마무리 지어야지.
내일은 아침에 짐싸고 영상 찍고, 세탁소 가서 티셔츠에 로고 패치 붙이고, 여행 루트 굵직하게 짜는 것 마무리하는 게 목표. 저녁에는 남산 두바퀴 돌고와야겠다.
가기 전 후원자님들한테도 인사드리고 영상 편집도 부지런히 해봐야지.
남은 날도 파이팅해봅시다!
https://youtu.be/NNb8aj3EOeI?si=_qSXVIcsXAtYmI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