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영 Jul 21. 2020

safety pilot

"자연은 언제나 경이롭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비행학교 교관들에게 하루 8시간의 비행시간을 권고했다, 시간당 대략 20~30달러의 임금을 받는 교관들은  벌기 위해 한 시간이라도 더 비행길 원했다. 하지만 교장 유리와 치프 교관 랜든의 엄격한 지시 하에 그들은 8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해당되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빨리 비행시간을 쌓고 싶 욕심에 꼭두새벽부터 까지 많게는 하루 11시간 넘게 비행했다. 이런 날은 보통 새벽 5시에 첫 시동을 건 뒤  번의 비행정이 돼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씻을 기운조차 없 침대에 뻗어 곯아떨어지기 바빴다. 서른여섯, 늦깎이 자가용 조종사는 원 없이 하늘을 날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과 열정이 솟아나 열심히 비행했는지 나 자신이 대견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툰지와 새벽 비행을 자주 다녔다. 교관 없이 혼자서 비행이 가능지만 학교에선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야간 비행은 드시 safety pilot과 함께 비행할 것을 요구했다.


safety pilot
: 자가용 조종사 자격이 있지만 안전 상의 이유로 옆에 동승하는 (비행 경력이 더 많은) 조종사


툰지그 시간에 비행하는 것을 반겼다. 자신이 새로 맡은 학생들이 다들 게을러서 이른 시간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으한다며 내게 불평했다. 새벽 비행이 예정돼 있을 때면 5시에  만났는데 제나 약속시간 30분 전에 학교에 먼저 도착했. 그가 오기 전 날씨를 확인프리 플라이트를 모두 끝내야 했.


프리 플라이트(pre-flight)
: 연료와 오일 양을 점검하고 비행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


이 때문에 늦어도 4시에 일어나 씻은 뒤 15분에 차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했다.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나 사회부 기자 초년병 시절 경찰서를 돌며 간밤에 일어난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사쓰마리’ 신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구름 위를 나는 Cessna 152

인적 없는 어두컴컴한 새벽, 헤드라이트에 의지한 채 차로 10여분 거리를 달리다 보면 단 하나의 가로등 불빛만이 덩그러니 비는 공항 입구에 도착다. 비밀 번호 네 자리를 누르자 펜스로 된 철조망 문이 덜컹거리며 다. 양 갈래 길에서 좌측으로 500여 미터 정도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200여 미터를 더 다. 어렴풋이 학교가 다. 헤드셋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다. 을씨년스러운 암흑 속에 찬 새벽 공기  맞이다. 관제탑은 물론 건물 전체가 불 꺼진 은 공항 안에 사람이라고는 어딘가 순찰차를 세워놓고 잠들어 있을 보안요원 한 명과 ,  둘 뿐이다. 초가을임에도 간밤에 맺힌 이슬 탓에 행어로 향하는 풀길이 축축하고 무다. 휴대전화 불빛 하나로 비행기 동체를 천천히 살핀다. 어둠 속에 유독 청각이 예민다. 보이지 않는 토끼 발자국 소리 하나에 소스라칠 정도로 난다. 주기장에서 공항 활주로까지 이어져있는 택시 웨이의 파란 불빛과 활주로의 빨갛고 노란 형형색색 불빛을 바라보면 막과 묵이 주는 낭만 홀로 . 비행기 점검을 마치고 잠에서 덜 깬 목소리의 기상 예보관과 통화를 끝내면 학교 문을 열고 들어오는 툰지의 인기척이 느껴다. 그제야 비로소 긴장의 끈을 놓다. 비행고도와 날씨, 도착 예정 공항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 뒤 서둘러 비행기에 오른다. 제조한 지 40년이 훌쩍 넘은 낡은 세스나 152 비행기의 헤드라이트 만으로는 바닥에 그려진 노란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평소 낮에 비행하면서 익힌 지각 능력에 의존해 곡선 구간을 인지하고 노즈 방향을 튼다.  새벽 5시, 터져 나오는 하품을 입으로 틀어는다. 창문을 열어 칵핏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에 졸음을 쫓다. 툰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가방에서 두유와 단백질 바를 꺼내 든다.


"너도 좀 먹을래?"
"아니 괜찮아."


아직 출근 안 한 관제사들을 대신해 공항 주변에 비행하고 있을지 모르는 조종사에게 내 위치고도교신으로 알리 이륙다. 지평선 넘어 뜨거운 불빛을 뿜어내며 시뻘건 얼굴을 내미는 태양을 바라. 고도 4500피트에서 보는 일출은 갓 비행을 시작한 새내기 조종사가 즐길 수 있는 가복한 사치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면 구름 위를 나르는 신선의 호사마저 누린다. 천국이 존재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비행기 아래 새하얀 구름으로 가득  푸른 캔버스와 일출이 빚어낸 정열의 수채화를 감상다.  


일출을 바라본 새벽 비행 Cessna 152


"툰지, 나 잠깐 사진 좀 찍어도 돼?"

"그럼."

"You have control."

"I have control."


툰지에게 요크를 넘겨주고 헤드셋 가방에 넣어 둔 휴대전화를 꺼다. 창문 아래로 고개 돌려 비행기 아래에 있는 구름을 천천히 촬영다. 새 에너지를 품고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강렬한 빛줄기에 눈다. 레이밴 오리지널 보잉 선글라스 렌즈마저도 소용없다.


"Tulsa Approach, good morning. Cessna 94658, presently Keystone Dam at 3500 with information Z inbound Riverside."

-털사 어프로치, 안녕. 세스나 94658, 현재 위치 키 스톤 댐 위 3500피트 상공, 줄루 정보, 목적지 리버사이드 공항.


"Good morning, Cessna 658, maintain at or below 3500, and squawk 0203."

-안녕, 세스나 94658, 고도 3500피트 이하 유지할 것, 스쿽코드 0203 입력 요망.


이름 모르고 본 적 없는 관제사와 라디오 콜로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오클라호마 4500피트 에서 가장 이른 아침을 맞이   산책을 마무리 하루를 시작했다.

이전 12화 숏 필드 테이크 오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