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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29. 2024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꿈은 동사로 적어보세요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적기

당신은 장차 무엇을 하고 싶나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대개 어떤 직업을 이야기하거나 어떤 대상을 지칭하거나 한다. 즉 명사로 어떤 대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는 꿈은 동사로 적어보는게 맞다. 명사로 이야기하면 어떤 관념상의 대상을 지목하게 되지만 구체적이지 않거나 실제로 하는 일이나 해당 직업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관념속에서 대상화된 객체일 수 있다.


필자가 의사이니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어떤 중고등학생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건 관념속에서 대상화된 객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의사인 내가 보기엔 의사들은 전공별로, 그리고 직업별로 하는 일이 너무나 다르다. 외과의사가 배를 열면, 정형외과 의사는 뼈를 맞추고 있고, 내과의사는 혈액검사 수치를 해석하고 골수를 뽑고 있고,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는 검사 수치를 해석하고 있고, 영상의학과 의사는 불꺼진 방에서 영상판독을 하고 있다. 교수는 연구실에서 논문 쓰는 시간이 가장 많겠지만 로컬 의사는 실제 환자를 보는 시간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렇게 전공별로, 직업별로 하는 일이 너무나 다르고 그 스팩트럼이 너무나 넓다. 따라서 단순히 '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건 그 학생의 막연한 관념속에서 의사라는 대상을 대상화하여 동경하는 가상의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그 학생이 '나는 의료 영상을 전문적으로 판독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면 그건 막연히 대상화된 객체는 아니다.


실제 수술장에서 수술을 하는 외과의는 이런 일을 한다. 수술에 따라 다르지만 저 수술방은 매우 더울 수도 추울 수도 있고, 수술 시간은 30분에서 10시간도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위의 예에서 차이가 무엇일까. 전자는 '의사'라는 명사로 꿈을 이야기했고, 후자는 '의료 영상을 전문적으로 판독하겠다' 라는 동사로 꿈을 이야기했다. 동사로 꿈을 이야기하려면 더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고, 현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실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하고, 해당 직업과 직무의 현실에서의 존립기반을 더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꿈은 동사로 이야기해보려 노력하는 것이 더 적합한 진술 방법이라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 '나는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치자. 나는 실제로 작년까지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교원으로서 (전임의도 교원이다) 근무했기 때문에 정확히 알고 있다.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데? 연구? 진료? 교육? 각각의 비중은 얼마나 되지? 각각에 대한 보수는? 급여는? 실제 어떤 삶을 살지? 이런 것들에 대해 실체를 알아야 동사로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을 실제 사람에게서 얻어진 데이터를 이용하여 연구를 하고 이를 논문으로 출판하고 싶고, 나는 일주일 일과의 50% 정도는 실제 환자를 보면서 진료행위를 하고 싶어요. 실제 공장이나 사업장에 가서 환자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급여는 이 정도 기대할 수 있을텐데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중위소득을 생각하면 이 정도이고, 평균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동기들의 기대 소득이 이 정도니까 이 정도면 내가 만족하고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요.' 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이 정도까지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명사로 꿈을 말하기보다 동사로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깊은 생각과 현실에 가까운 생각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꿈을 적어봐야 한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막연히 '변호사'라는 명사가 아니라 실제 변호사가 하는 일과의 대부분인 '사건 준비와 법원 방문, 의뢰인 접견 등을 통해 형사사건 분야 (혹은 가령 기업인수합병 분쟁관련분야)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해 소송을 대리하고 싶어요' 라고 어느정도 구체적으로 동사로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더 꿈을 구체화하고 올바른 꿈을 설정하고 한 발씩 다가가게 해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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