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유해물질에 자주 노출되면서도 인식 자체가 없다.
1. 필자가 첫 해와 두 번째 해 매 겨울 혹한기 훈련을 할 때마다 야외에서 1주일간 숙영을 해야 했는데, 난로를 피우는데 땔깜말고 일반 쓰레기를 연료로 태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combustible 쓰레기만 태우면 상관이 없는데, 발암물질이 나오기 쉬운 비닐이나 각종 포장지 등을 태우는 것이었다. 나이 많은 부대 부사관들이 주로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여러 번 만류했었다. 그 때 느낀 것은 이 분들은 이런 것들을 태울 때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2. 또 부대 일과시간에 용접을 자주 하는데 병사나 간부들이 보안경을 귀찮아서 안 쓰고 그냥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용접 흄 정도는 본인들도 연기가 괴로우니 야외에서 용접을 하는데, 자외선 차단 보안경은 인솔하는 간부도, 용접하는 병사도 잘 안하고, 이렇게 맨눈에 용접을 해서 소위 '아다리'가 생겨서 눈물을 흘리며 의무대로 오는 걸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3. 또 한 번은 부대에서 병사들을 다 모아놓고 삼겹살 파티를 연다고 해서 의무병들도 다 함께 파티 한답시고 나갔는데, 그 중 선임 의무병 두 명 정도가 딴에는 자기들 상관을 챙긴다고 군의관님 고기 드셔 보십시오 하고 고기를 가져왔다. 그런데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 쪼가리를 불판 겸 그릇 처럼 들고 다니며, 그 위에 고기를 굽고, 바로 그 고기를 슬레이트 석판 위에서 집어 먹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슬레이트 석판을 들고 다니며 서로 고기를 나누고 필자에게도 가져온 것이었다. 비록 석면은 호흡기로 노출되었을 때 치명적인 발암물질이라고 알려져있지만 요새는 위장관계 암도 장기적으로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고, 또 보통 그런 고기파티를 하는 곳이 오래된 건물들이 다 부서져있는 폐허들이었는데, 거기에서 슬레이트 지붕 쪼가리를 주워서 구운 것이다. 즉, 해당 지역 주변으로 석면 fiber가 공기 중에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세 가지 예이지만, 일선 군부대의 유해인자에 대한 인식은 아예 없다시피하다. 뭐가 위험물질이고 뭐가 장기적으로 안 좋은 건강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기본 상식조차 없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특수건강검진이 매우 시급한 곳이라고 판단되는데, 이 생각이 필자가 군의관 전역 후 직업환경의학과 레지던트 (두 번째 레지던트다.)를 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들었다.
육군, 해군, 공군 중에 유해인자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는 특수건강진단 대상자를 찾으면 못해도 건설업 전체와 맞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워낙에 군인의 숫자가 많고, 용접, 급유, 기계 정비 등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군인의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군납업체나 방산업체까지 포함하면 더 증가한다.
이제 군인들의 건강도 생각해야한다. 군인들이 노출되는 유해인자의 종류나 수준을 생각할 때, 군인들에게 특수건강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