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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6. 2021

사람은 자주 가는 커뮤니티와 뇌를 섞는다

다른 사람과 판단을 섞어버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다들 온라인 커뮤니티 하나씩은 자주 들어가는 곳이 있을 것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서너 개 되는데,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회적으로 세력화되어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일상적으로 글을 읽고 답글을 달고 하는 것이, 결국에 그 사람의 생각이 그 커뮤니티에 영향을 받게하고, 생각을 그 커뮤니티와 공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그 커뮤니티의 내재화된 사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토픽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


인류가 지식을 종이에 문자로 남긴 이래로 수 많은 지식을 담은 문서가 생산되었다. 이 지식은 도서관이란 곳에 보관되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이어지면서, 인류 문명이 가진 지성의 총합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하나의 독립적인 개념으로 불릴 수도 있게 되었다. 즉, 스승이 제자에게 전해주는 지식 (지혜), 동료 사이에 전파되는 지식 (지혜), 도서관이란 곳에 문서로 남겨지는 지식이 독립적으로 하나의 '지성 체계'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스승에게 물어보거나 도서관을 찾게되고, 웹 검색을 하게 되고, 전문가에게 물어보게 된다. 이 전문가는 이 인류가 쌓은 추상적인 '지식의 시스템'에서 해당 지식을 빼오게 되고, 결국에 이 추상적인 '지식의 시스템' 자체가 인류가 개개인의 뇌 바깥에 구축해 놓은 거대한 또 다른 하나의 지성의 체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의 참여자들이 사안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고, 판단을 내리고, 조언을 하고 이런 일들이 총체적으로 어떤 집단 지성이라고 볼 수 있고, 이 집단 지성의 두뇌와 판단을 빌려 그 커뮤니티 참여자들은 개개인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 개인이 그 커뮤니티의 selection 된 참여자들의 편향된 판단이나 완전하지 않은 판단에 의존해서 개개인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커뮤니티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그 커뮤니티의 전반적 지적 수준에 자신의 지적 수준이 연동되게 되고, 어떻게 이야기하면 '뇌를 섞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뇌가 섞이면 어떻게 될까. 그 커뮤니티의 수준에 자신의 지성 수준이 맞추어진다. 따라서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할 때는 이 점을 상당히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즉, 나의 뇌를 섞어서 같이 쓸만큼 이 커뮤니티가 편향되어 있지 않고, 나와 지적 수준이 맞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섣부르게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 습관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어느 사이에 나도 모르게 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는 단어나 용어를 따라서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외부인은 그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뭔가 이상함을 느끼게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커뮤니티에 자주 들어가는지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거나, 다른 사람과 판단을 섞어버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판단을 들었을 때, 그 판단의 기저에 어떤 논리가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무의식적으로 판단을 뒤섞어 버리면 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안에 대한 명석하고 냉철한 판단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커뮤니티에 습관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반드시 이런 위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신의 판단이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을 둔 생각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비합리적 생각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인지 항상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 커뮤니티와 내 뇌를 섞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사전에 충분히 숙고해보고 결정하자. 그리고 이 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만 이야기했지만, 사실 오프라인 커뮤니티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블로그 글: 사람은 자주 가는 커뮤니티와 뇌를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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