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수상을 이해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공감은 못하겠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채식주의자를 이북으로 사서 다음날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해 보자. 필자는 한강 작가가 왜 그녀의 글들로 여러 상들을 받고 노벨상까지 받을 수 있었는지, 왜 그녀의 글에 문학평론가들이 열광하고, 작가들이 공감하는지, 시대적 아픔과 당시 약자의 괴로움을 다룬다는 게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 한국과 세계 문단에서 무엇을 중요시하는지도 알겠고, 그녀의 글이 이런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여 시대적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 말이다. 한강 작가가 1970년생이다. 그녀의 아버지 한승원 교수의 개인적 경험과 518 군부독재 등의 시대적 배경이 그녀의 문학적 색채에 짙게 배어져 나오는 것도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근데 필자는 MZ세대의 거의 첫 세대로서 솔직히 말하면 이 시대의 아픔과 흐름에 개인적으로는 공감을 못하겠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아픔도 이해가 된다. 필자도 필자보다 2~3살만 많은 누나들이나 형들을 보면 남편이 아내를 어떻게 대하고, 아내와 가사분담을 어떻게 하는지가, 지금 90년대생 아내와 결혼하여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나와 비교해 보면 정말 천지 차이가 난다는 걸 느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부장제 사회의 혜택을 남성으로서 거의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광주 사태도 필자에게는 역사책에 남아있는 일일 뿐이고, 아마 우리 세대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필자는 이 시대의 메이저 흐름에서 벗어난 마이너 소수인 것이다. 아직도 세상은 베이비 부머와 586과 그 잔재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런 것이다. 하긴 아직 만 40도 안된 필자 같은 사람이 사회의 주류일 리가 없다. 하지만 영원히 우리 MZ세대가 쩌리로써 찌그러져서 은퇴 베이비부머 자산가치나 받쳐주고, 영원히 직장에선 만년 과장으로 늙어버린 대기업 조직에서 영원히 시다바리나 하고, 영원히 그렇게 시대적, 역사적 흐름의 비주류로서, 심지어 노벨 문학상을 받는 그런 논리적, 시대적 흐름에 빗껴나서 계속 서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그녀의 노벨상 소식을 접하며, 처음엔 대단하다고 느꼈던 경탄이, 이제는 우리 세대가 사회와 역사의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MZ 세대가 베이비부머와 586과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고, 권력과 헤게모니를 장악해야 하며, 정치에서도 이준석 의원처럼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우리의 권력을 더 키워야 함을 느낀다. 그렇게 주류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아야 이런 노벨상 수상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흐름 또한 남의 일처럼 느끼는 일이 없을 거라고 느낀다.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생각이, 필자를 포함한 MZ세대가 역사의 변방, 사회의 변방이란 생각으로 이어지고, 더 이상 이렇게 우리 세대가 변방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