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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9. 2021

한국은 영원히 제조업 수출을 해야할까

지적 산출물 시장으로 옮겨갈 순 없을까.


한국, 대만, 일본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세계의 공장으로 출발해서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여전히 제조업 수출이 핵심 경쟁역량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TSMC, 도요타, 현대차, 도시바, 소니 등 굴지의 제조업 기업이 많이 존재한다. 그럼 그 동안 왜 한국은 제조업을 넘어서 지식서비스 산업 등에서 세계적인 수출국이 되지 못했을까. 제조업 강국에서 지식서비스 강국으로 가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전문가는 아니니까 간단하게만 생각해보자. 


첫째로 우선, 지식 서비스 강국이 되려면 시장이 있어야 한다. 해당 콘텐츠나 지적 산출물을 소비해 줄 시장 말이다. 해당 콘텐츠나 지적 산출물은 우선 해당 내수시장의 공용어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수시장의 소비자들이 소비할만큼 퀄리티가 보장되는 콘텐츠여야 한다. 


둘째로 지적 산출물의 퀄리티가 높으려면, 오랜 세월 축적된 역량이 필요하다. 즉 생산자가 자국에서 오랜시간 지적 산출물의 퀄리티를 높일 만한 동기가 있어야 하며, 생태계가 구축되어 자국에서 충분할 만큼 자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방탄소년단 (BTS)인데, 한국의 아이돌 시장은 BTS가 성장할만한 충분한 발판이 되어줬고, 세계시장이 원하는 퀄리티를 맞춰줄 정도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꼭 지식서비스 강국이 되어야 하는가? 지금 첨단 제조업 분야 수출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어차피 우리나라가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가 아니니만큼 첫 번째 조건도 달성하기 어렵다. 또 고도 성장기의 잔재인지는 모르지만, 지적 산출물의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물론 미국에서 이 부분에 굉장히 민감하여 한국에 여러 번 시정을 요구했다.) 이런 사회적 조건에서는 절대로 세계를 선도할 지식 서비스 산업체가 나올 수 없다. BTS는 연예계로 제한된 극히 제한된 예시일 뿐이다. 


그렇다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를 추려보자. 첫째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아직 국가의 발달 단계 상 한국보다 뒤에 있어서 한국의 지식 서비스 산업이 먹힐만한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중국으로 진출하는 수 많은 연예인들이나 화장품 회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영어를 공용어 수준만큼 교육을 강화하고 (정식 공용어 채택은 여러 정치적 고려사항이 있어 어려울 것이다.), 지적 재산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실 일부 작가들은 부자가 될 정도이다.) 생태계를 조성해서, 이 지적 산출물들이 해외에서도 먹힐 수 있게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한국의 웹툰들이 있는데, 어찌저찌 포털의 수익원으로 채택된 것이, 수 많은 작가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존립 근거로 자리잡히고, 여기에 수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서 세계적으로 먹힐만큼 퀄리티를 끌어올렸다. 


첫째와 둘째를 당연히 다 해야겠지만, 필자의 판단으로 더 중요한 건 둘째다. 즉 지재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만큼의 생태계를 한국에 조성하면 그 지적 산출물의 퀄리티가 급속도로 향상되고, 세계 시장에 먹힐 만한 퀄리티의 지적 산출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시-웹툰, BTS) 영어 교육은 이미 우리 수능이나 사회 시스템에서 충분히 강조되고 있다고 본다.


이 지재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혹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생태계와 시스템을 조성한다는 것은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벤처캐피털에 돈을 화끈하게 몰아줘서 첨단 소프트 웨어 벤처에 자금을 쏴주는 방법도 있고,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지재권에 대해선 국내 내수시장의 사이즈를 정책적으로 키워줄 수도 있다. 고급 퀄리티의 지적 산출물을 생산하는 교수들에게 교수창업을 적극 권유하는 방법도 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중요한 건 해외 시장에서 먹힐려면 우선 국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돈을 벌고 부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내에서 고급 퀄리티로 자라난 지재권이 해외시장에서도 먹힐 발판이 될 수 있다. 결국 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필자의 글은 전부다 환경 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다.) 물론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나라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이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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