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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4. 2021

부동산 가격의 향방: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밝혀 둘 것이 필자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혹은 '하락할 것이다' 라고 예견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빠숑이나 아기곰 같은 분의 유튜브 채널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지극히 원론적인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 다루려는 것이다.


우선 현재의 한국 부동산은 2014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상승장이 불꽃을 터뜨리며 2021년 하반까지까지 쉼 없이 달려와있다. 중간에 잠깐 금리 상승기가 있었는데 (2017-2019) 이 기간에도 여전히 부동산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이 부동산 가격은 현재 많은 부동산 부자를 양산해내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에게 좌절감과, 또 다른 일군의 사람들에게 환호감을 주고 있다.


필자 주변에도 최대한 레버리지를 정말 낼 수 있는 데까지 내서 부동산을 사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법인을 세워서 그 안에 부동산을 모아두는데 (법인세는 10%이다), 최근에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세제가 강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거용 부동산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많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별 타격이 없다는 경우도 많다.) 정말 이렇게까지 레버리지를 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건물 (혹은 상가) 및 아파트가 20여채인데, 전부 다 풀레버리지를 사용한 경우도 많다. 또 이런 지인들이 대개 현재까지의 가격 상승분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기세가 등등하고, 레버리지를 차용하지 않은 사람을 ‘자본주의를 모르는 사람’ 이라고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공격 당할까봐 그냥 조용히 있는다.) 대개 이런 지인들과 이야기하면 관심은 온통 부동산이고 하나라도 더 물건을 사 모으는데 모든 초점이 가 있다. 또 경매나 공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들은 거의 감정가의 90%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무리없이 차입을 하고 연속해서 또 낙찰받고 차입해서 등기를 하고 한다. 공매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사실 필자는 부동산을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쓰는 데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없다. 이건 정치하시는 분들의 문제이다. 환경의학자로서 그리고 다양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오히려 과도한 레버리지의 사용 문제일 뿐이다.


과도한 레버리지의 사용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위험하다. 필자의 이전 글, '리스크 (위험) 관리란 무엇인가' 에서 지적한대로,아주 발생확률이 미미한 fat-tail risk가 현실화되는 순간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차입자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fat-tail risk를 일반인은 잘 겪을 일이 없고, 보통의 투자자들은 평생 1번 겪을까 말까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일례로 워렌버핏은 그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에게 ‘담배꽁초 투자’라는 것을 배웠는데 (검색엔진에서 조금 찾아보면 나올 것이다.) 이 담배꽁초 투자는 워렌버핏을 초기에 옭아매던 관념적 사슬이 되었지만 (찰리 멍거가 해결해주었다.) 그의 스승 그레이엄에게는 평생 지켜야 하는 철칙이었다. 왜냐하면 워렌버핏은 대공황을 겪은 적이 없지만 벤자민 그레이엄은 대공황을 직접 겪은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대공황을 직접 겪어본 그레이엄은 세상은 무슨 일이든 극히 희박한 확률의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담배꽁초 투자’ 같은 기법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제시리버모어 같은 말년을 맞이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제시리버모어는 대공황 때는 오히려 대규모 공매도로 돈을 벌었다.)


대개 100년이나 2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은 그 세대에서 겪어본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정말 아무도 하지 못한다. 설령 하더라도 스스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래서 역사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역사에서도 일어났기에, 그걸 반추하며, 현재의 세상을 살아가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정말로 부동산은 필자의 평생에서는 계속 상승했고, 심지어 필자의 아버지도 계속 상승하는 것만 보았기에, 필자의 아버지조차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은 영원하다고 믿고 계시다. 과도하다 못해 풀레버리지를 휘두르는 투자자들의 논리도 비슷하다. 결국에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부동산은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영원히 인플레이션 되므로, 빚을 계속 지고 평생 갚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이다. 아주 심플하고 멋진 논리이다. 거기에 시장이자율까지 제로에 수렵하게 되면 수학적으로 현금흐름이 나오는 부동산의 가치는 무한대가 된다. 하지만 말이다, 만에 하나 말이다, 일본 같은 끝없는 디플레이션이 벌어져서 아무도 부동산을 갖고 싶어하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아래는 쓱 찾아본 기사 2개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1/02/16/WJUOBS2A7VEPDOG7UBPDFAA7DQ/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307/105753762/1


가능성과 확률의 문제라는 것을 안다. 끝없는 디플레이션이 펼쳐지고 아무도 부동산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 환경이 한국에도 조성될건지 아닌지 모른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희박한 확률이 실현되는 걸 보아오고, 그런 케이스를 주로 다루고, 그 희박한 확률에 대비하는 일을 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자 환경보건학자, 그리고 위험관리에 집중하는 투자자로서, 필자는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 희박한 확률이 실현되는 순간,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는 것이다. 근저당 잡은 가격보다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 총체적 금융기관 부실이 발생하고, 나라는 세금을 털어 이 금융기관들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금융기관이 무너지면 나라 전체의 시스템이 무너진다.) 금융기관이야 살아날 수 있더라도, 풀레버리지를 끝까지 끼고 부동산을 사 모으고 있는 개인/법인들은 그 후과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필자는 한 가지 시나리오를 말했지만,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위험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이런 개인이 모인 것이 국가이고, 국가차원에서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 희박한 확률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금융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다. Fat-tail risk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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