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지 1년 반이 되어 간다. 남편의 학업을 따라, 직장을 따라 부지런히 이사를 다녔다. 내 한 몸 적응시키기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나보다 아이들의 적응이 문제였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며 아이들은 무척 슬퍼했다. 이번 이사는 코로나19 상황이 더해져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하니 더 힘들었다. 그래도 시간은 거침없이 흘렀고 아이들은 하나 둘 친구를 사귀었다.
그런데 전업주부는 동네 친구를 어디서 만나야 하지? 매주 화요 미팅(사적 만남에 의미를 두기 위해 내가 칭하는 말) 하러 먼 길을 나가야 하나? 그런 고민을 1년쯤하고 있는데 광고 문자를 받았다.
동네 도서관에서 대면 강의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독서, 토론 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다. 동네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등록했다. 처음에는 강의만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달이 지나 조심스레 커피 한잔 하고 다음에는 함께 식사도 한다. 커피를 마시고 한 분이 “이제야 제대로 이 수업에 참여하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일차적으로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모인 게 맞지만, 또 다른 목적은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조금씩 친밀감을 쌓으며 배우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강의 후, 오늘의 메뉴는 콩국수다.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전주에는 비빔밥보다 메밀 콩국수가 맛집 추천 메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원하고 달콤한 전주의 메밀 콩국수를 떠올렸지만 짭조름한 콩국물에 소면이다. 이전 동네에서 먹던 그 맛, 그리운 마음으로 후루룩, 새 동네에 적응했다는 안도감에 한 번 더 후루룩, 콩국수를 먹었다. 아직은 예전 동네의 콩국수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조금씩 잊혀지고 이제는 이곳이 더 익숙해지겠지, 짭조름한 콩국수의 맛이 원래 콩국수의 맛이라고 점차 생각이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