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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Jul 31. 2021

상처 입은 나에게

 마음이 아프다고 느낄 , 상처 입은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넸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상처 입은 열세  나에게 괜찮다고, 잘할  있을 거라고 말했다. 아빠의 부재로 겪는 어려움에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나는 부모를 일찍 여읜 사람을   이해할  있을 거라고 상처의 이면을 생각해보았다. 얼마   필사 모임에서 시를 읽으며 나의 어렸을 때의 바람이 떠올랐다. 시인처럼 나도 그런 삶을 꿈꾸었다.

  


                        내가 만일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내가 만일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한 울새 한 마리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아픈 마음을 달래 '  뒤에 땅이 굳어진다'되뇌었고 누군가를 나는 더 잘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 거라고 꿈꾸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빠에 관한 상처는  다양했다.  친구아픈 아빠가 밉다고 했다. 아빠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좋을  같은데,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상처를 쓰다듬어   없었다.

 나의 사춘기는 끔찍했다. 학교 성적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고 잘해보자는 다짐과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사이에 방황했다. 불안이 심해지면 죽을 것 같은 기분에 혼자 있지 못해 외출한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했다. 고등학교 첫 시험지는 백지를 내고야 말았다. 그렇게 좌절의 시간은 깊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지나갈 수 있었다. 외할머니는 시골집으로 데려가 나를 쉬도록 도와주셨고 자연 속에서 일주일의 쉼은 나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 공황장애에 가까웠던 그 시간을 이겨냈으니 공황장애를 겪는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더욱 복잡하고 그 고통은 내가 겪은 고통과는 다르기에 어떤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잘 자라고, 잘 쉬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게 다이다.

 대학에 들어갔을 ,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20대의 전부를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보냈다. 대학을 졸업할  동아리에서 졸업하는 사람들을 축하해주는 자리를 가졌는데 나는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학비와 생활비 걱정에 마음 졸였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난을 경험했다고 가난한 이의 아픔을 이해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가난은 상대적이고 더 힘든 이에게 내 경험은 사치로 들릴 뿐이다. 이러다 나는 누구의 아픈 마음도 위로해줄  없는 사람이 되어 헛된 삶을 살게 되는 건가.

 어느 여름날, 남편은 매우 힘든 시간을 가졌다. 힘든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매일 함께 공원을 걸었다. 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어도,  알지 못해도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받은 상처의 의미나 이유를  굳이 찾지 않는다. 상처 많은 내가 남들보다 다른 이의 상처를 더 잘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상처 입은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지만 그냥 살다 보면 상처가 없을  없다고 말해주어야겠다.  상처가 무슨  유익이   있다는 말은 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삶의 순간순간이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니라고, 힘든 , 아픈   견디느라 수고했다고, 헛되고 허망한 삶이 아니라고 다독여주어야겠다. 누군가의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괜찮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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