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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Feb 01. 2021

수줍은 편이지만 망설이지 않겠어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를 입 밖으로 내뱉기

최근 직장동료 Y양과 함께 1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직장 건물 내 승강기에 탑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강기는 11층에서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서류로 예상되는 많은 짐이 잔뜩 실린 박스를 챙기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승강기 안으로 짐을 싣기 위해 끙끙대고 있었고 평소 타인에게 친절한 편인 Y양은 선뜻 내려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열림 버튼을 눌러주었다.


모든 짐이 실어진 뒤 그녀가 탑승 승강기 문은 닫혔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감사하다는 표현 하지 않았고,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의 간략한 동작 조차 취하지 않았다. 승강기 안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고 또 어색했다.


'보통 문이 닫히지 않도록 버튼만 눌러주고 있더라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나, 저 사람은 뭐지?'

자발적으로 배려한 행동이었지만 어떤 표현도 하지 않는 그녀에게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에이, 그냥 숫기가 없나 보다.'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는 순간 승강기는 6층 에서 다시 멈춰 섰다.


한 여성과 남성이 탑승하기 위해 승강기 안으로 발걸음을 딛으려는 순간, 당황스럽게도 '11층에서 탑승한 여성'은 갑자기 '닫힘'버튼을 눌러버렸고, 탑승하려던 두 사람은 갑작스레 닫히는 문을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게 되었다. 두 사람의 어깨를 아프게 툭- 친 이후 문 다시 열렸고, 두 사람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승강기 안으로 탑승했다.


'닫힘' 버튼을 누른 범인이자, 우리에게 감사 표현을 하지 않던 11층의 그녀는 이번에도 어떤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 탑승하려던 두 사람 중 여성은 "아, 시 X" 이라며 순간적인 욱하는 심정을 욕설로 내뱉었으나 이성의 끈을 놓지는 않았던지 뒤의 '발' 발음은 속삭이듯 부드럽게 처리했다. 문에 함께 부딪혔던 남성 또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와 같은 류의 웃음을 터트렸다.


1층으로 내려가는 승강기 안에는 또 한 번 어색하고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11층에서 탑승한 그녀는 표현해야 할 말을 제 때 그리고 영원히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든 이에게 불쾌감이란 원치 않는 감정을 던져 주었다. '타인의 배려'를 받고도 그 어떤 감사 표현도 하지 않았으며, 고의와 실수 여부를 떠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음에도 그녀는 무감각해 보였다. 수줍은 성격이라며 가볍게 넘기기엔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혹시라도 사정이 있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인 걸까 싶은 생각이 들던 순간 1층에 도착했고 승강기에서 내리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업무 요청을 하는 듯한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내 귓속을 스쳤다. 


그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며 불쾌한 기분을 덜어 보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녀는 그저 본인이 필요한 상황 외에는 감사함과 미안함의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원치 않더라도 사과와 감사 표현에 한없이 인색한 사람들을 마주치곤 한다. 상대방의 호의와 배려를 당연시 여기거나, 본인의 실수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혔음에도 어떤 표현도 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


20대 초반, 잠시 가깝게 지내던 한 지인은 타인들의 호의 등에 대해 감사하단 표현을 하지 않았고, 약속 시간에 잔뜩 늦어 피해를 입힌 뒤에도 미안하다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감사와 사과를 표현하지 않는 모습 실망스럽다고 말하니 "난 숫기가 없어서 그래."라는 변명을 했다. 그 지인은 이후에도 더욱더 이기적인 행동들을 일삼았고 난 지인 더 이상 인연을 유지해 나가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나 또한 숫기 없고, 낯가림 많기론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기에 살가운 말투로 능숙하게 무언갈 표현해야 한다는 건 많은 기력을 요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을 이유로 타인에게 언짢은 기분을 선사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 이 두 가지의 말은 놓치지 않고 꼭 표현하려 한다.


다만, 상대방에게 피해 줄 만한 행동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사과만 번복하고 모면하려는 것 태도 등은 지양해야 하기에 사과 표현을 할 때에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려고 한다.


간혹, 안타깝게도 진실한 마음으로 표현한 감사와 사과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악용하려는 소수의 베베 꼬인 꽈배기 같은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도움을 제공해준 후, 그에 대한 대가를 본인이 정한 기준으로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이들을 보면 가끔 분노가 밀려올 때도 있지만, 어찌 보면 사람을 걸러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이러한 꽈배기와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소수의 베베 꼬인 이들을 걸러 내더라도, 상대방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흡수해주는 따듯한 사람들이 몇 배로 많기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두 가지 표현은 타인과 더불어 소중한 지인들에게도 앞으로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경험한 감사와 사과를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불쾌함과 찝찝함을 느꼈다면, 사과 표현을 정중하게 하거나, 남들은 당연시 여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감사 표현을 아낌없이 하는 이들에 대한 경험기분 좋은 잔향이 오래가는 향수를 뿌린 것과 같 유쾌한 기억으로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대학생 시절, 주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손님으로 마주쳤던 모 여배우는 커피를 제공해주는 (어찌 보면 금액을 지불했기에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 서비스를 제공받으 환한 미소와 더불어 고개 숙여 여러 번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와 성품은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고, 그 모습에 인간적으로 반해 버린 나는 약 10여 년간 마음속으로 그녀를 항상 응원하고 있다. 그 배우를 둘러싼 미담은 정말 많은데 당시 그녀의 태도를 직접 경험해본 입장에서 그 미담들은 모두 다 진실이라 믿는다. 여전히 그녀는 한결 같이 따듯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새벽까지 소음으로 여러 세대에 불편을 준 이웃 사람이 건넨 진심이 담긴 손편지와 과자봉지로 밤새 화가 났던 마음이 녹아내리기도 했고,


업무적으로 며칠을 피곤하게 굴던 이의 진심 어린 감사 표현에 피곤이 싹 가시며 되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직장 내에서 문제 혹은 변동 상황이 생겼을 때 회피하려 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해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표현하는 담당자에게는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 차가워 보여 다가가기 어렵던 얼음장과 같던 사람이 사소한 상황에서라도 '감사합니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로운 이미지가 각인되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흔한 예이다.


이처럼 감사와 사과 표현을 아끼지 않는 이들과 함께 한 순간은 짧더라도 오랫동안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만원 지하철에서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어깨를 치거나 발을 밟아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누군가로 부터 내가 떨어트리고 간 물건을 찾아주는 도움을 받기도 하는 등.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완벽할 수 없기에  끊임없이 다양한 이들의 도움과 배려를 받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수 도 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친 것을 인지한 순간 '죄송합니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과, 나를 위해 누군가 배려해주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내뱉는 것은 익숙지 않은 누군가에겐 어렵게 다가울 수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은 표현이라 생각한다.

 



요즘 들어서는 타인에 표현하는 노력에만 치중하가까운 가족들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너무나도 가깝기에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가족들의 도움과 배려에 대해선 표현을 하는 것이 늘 인색했기에 부끄러움을 참아가며 가족들에게 표현하는 연습을 더욱더 의식적으로 하고자 한다.


결혼한 딸이 좋아하는 과일과 고기를 항상 잊지 않고 때 맞춰 챙겨 주시는 부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었음에도 표현하지 못했기에 최대한 감사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자 하며, 말할 기회를 아쉽게도 놓친 경우에는 감사을 담은 문자라도  보내곤 한다.


감사와 사과의 표현을 표현하며 다수의 이들이 잔잔한 기쁨을 누리고,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란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아지길, 동시에 나부터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야 할 때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를 입 밖으로 내뱉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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