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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Jun 07. 2023

그야말로 거울참사


헐;


연습실 벽에 붙어있던 거울이 간밤에 수직낙하하였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보니 거울의 한 부분이 그대로 바닥에 엎드러져 다소곳이 등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울이 뜯긴 벽면은  덕지덕지 실리콘과 테이프 자국의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 이런 거울 대참사를 보았나;ㅎㅎ 안그래도 거울이 벽면에 매우 부실하게 붙어있었음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허망하게 톡 떨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누가 안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 오밤중에 비명횡사한 것 같다.  신기하게도 분명히 세게 바닥으로 낙하했을텐데도 거울은 하나도 안 깨졌다. 바닥에 축 드러누운 거울을 좀 세워놓으려고 해봤는데 꽤나 무거워서 도무지 혼자 힘으로는 들어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곧 연습실 이용하시는 분들이 오시는데 위험하니까 일단 한쪽구석에 치워 놓으려고 했던거다. 아... 못들겠다;; 동네의 간판 기사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거울 좀 세워달라고 부탁드렸다. 간판 사장님과 힘을 합쳐 간신히 거울을 구석에 세워서 치워놓았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유리집을 미친듯이 찾았다. 알고봤더니 연습실 바로 옆에 있었다 ㅎㅎㅎ 사람은 자신이 의식을 두는 것만 인식하는 존재인 것 같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유리시공업체나 인테리어 업체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아주 많이 보였다. 찾으려고 의식하니 눈에 아주 쏙쏙 잘 들어왔다. 아... 자동화된 프로그램대로 인식되는 것만 보고 살고 있었군. 눈뜬 장님이 따로 없다 아주.  그렇다면 내가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말도 사실은 참이 아닌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객관적 물리적 세계는 다른 사람의 세계와는 다를 것이다. 자동필터를 거쳐 인식된 것만 보고 있을테니. 그렇게 각자 다른 현실에, 다른 물리적 현실에 살고 있다는 말이 정말 맞다. 가끔 자주 그 사실을 잊지만.







동네 유리가게 기사님들 두분이 오셔서 작업을 해주셨다. 나도 옆에서 기사님들 작업에 걸리적거리지 않는 범위에서 나름대로 잡일을 조금씩 했다. 두세시간의 작업후, 거울은 이제 말끔하게 벽에 딱 붙었다. 아주 좋았어!

기사님들 드시라고 미리 준비해놓은 빵과 과자를 다시금 권했는데 두 분은 손 하나 안대셨다.  


"우리들은 일 끝나고 소주나 한잔 땡기는거지. 이런건 애들이나 먹는 거고ㅎㅎㅎ"

지금쯤 두 분은 동네 단골집 달짝지근한 소주 한잔 목에 걸치고 계실테지.



깔끔하고 단단하게  붙은 거울.  

거울참사는 매우 잘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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