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잠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 어머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연세가 드신 어머님이 스스로 몸을 돌보기 힘드신 때가 되어서 언니네 7남매는 의논 끝에 첫째 언니가 일하는 요양병원에 모시기로 했단다.
첫째 언니가 일하면서 자주 얼굴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니 어머님도 처음엔 잘 적응하시는 듯했으나 코로나 시기에 첫째 언니가 사정이 생겨 요양병원에 갈 수 없게 되자 어머님은 눈에 띄게 쇠약해지셨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어머님댁으로 모셔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로 어머님은 또 요양병원에 들어가셔야 했다.
그러다 어머님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결국은 첫째 언니집으로 다시 모셔오게 되었단다.
어머님은 두 번의 요양병원 기억 때문인지 자식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셨고, 어느 날 잠시 정신을 차리신 듯 또박또박한 말투로 "나는 너희들을 키울 때 이러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셨단다.
왜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지.
7남매 모두 가정을 이루어 곁을 떠나고, 남편마저 보내고 홀로 남으신 어머님에게 남편이 떠난 자리가 쉽게 채워지지 않을 테니 어쩌면 어머님은이제껏 보다 몇 배 더 빠르게 나약해지고, 계속된 요양병원 생활은 몸도 마음도 더 피폐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키울 때 이러지 않았다.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지 않을까.
나는 종종 삼 남매에게 너희들이 20대가 되면 아빠엄마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니 모두 독립해서 살라고 한다.
물론 삼 남매는 죽을 때까지 아빠엄마 집에서 산다고 하지만, 그리 멀리 안 가더라도 당장 사춘기만 돼도 한 번쯤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20대가 되면 너희가 싫다 해도 보내줄 테니 괜히 아무것도 없는 사춘기 때 집 나가서 고생하지 말고 스스로 힘을 키우고 당당하게 독립할 때까지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아직 삼 남매는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렇게 아이들이 모두 독립을 하고 나면 남편과 나는 둘이서 건강하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나이가 들어서 아이들에게 의지하지 않을 만큼 우리 부부 스스로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며 가끔은 여행도 다니고, 흰머리 희끗희끗해도 삼 남매와 그들의 아이에게도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12년째 워킹맘으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겠지.
마트에서 마늘과 대파를 사 왔다. 마늘을 저렴하게 팔기에 2 봉지나 샀더니 양푼 한 가득이다. 솨~ 수돗물을 틀어 마늘을 쓱쓱 씻어 채반에 담아 탈탈 물기를 털어냈다.
잘 씻은 마늘은 꼭지 부분을 잘라준다. 너무 많은 양이라서 그냥 할까 했지만, 꼭지 부분은 갈리지 않고 음식에 쓸 때도 그대로 남아있어 보기에 좋지 않아 결국 다 잘라냈다.
결혼 초에는 항상 친정엄마나 시어머님이 곱게 빻아 꽁꽁 얼려서 주셨는데 수고로움을 알고 나니 얻어오는 게 죄송하고, 언젠가 인터넷에서 주문한 냉동마늘은 흐물흐물 물기가 줄줄 흘러서 그 뒤로는 직접 갈아서 사용하고 있다.
깨끗이 정리한 마늘은 7~8번쯤 나눠 믹서기에 갈았다. 마늘이 곱게 잘 갈렸다.
손질할 때부터 눈이 매웠는데 믹서기에 가는 중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남편에게 선글라스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양손 비닐장갑에 마스크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내 모습에 남편은 엄청 웃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 맛있는 마늘빵 냄새야" 마늘빵을 좋아하는 큰아이가 냄새에 홀린 듯 방에서 나왔다.
[마늘이 너무 많다. 그래도 이렇게 예쁘게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면 한동안 든든하다]
"어머? 너는 정말 단군의 후예가 맞구나. 마늘 냄새를 좋아하다니!" 하하하. 이 냄새가 좋다니.
하지만 둘째와 막내는 "으악 냄새!" 코를 막으며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 버렸다.
마늘은 작은 사이즈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다.
막내는 이렇게 간 마늘로 남편이 직접 만들어주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정말 좋아한다. 항상 엄지 척! 하며 먹어주니 남편도 흔쾌히 파스타를 만들어 준다.
그런 맛있는 마늘인데 냄새가 난다고 도망가다니!
[남편이 직접 만들어주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막내가 파스타를 먹을 때는 마늘향이 찐하게 나는 걸 좋아해 남편은 간 마늘에 얇게 썬 마늘까지 듬뿍 넣는다]
점심은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20여분 정도 차를 타고 가는데 주말 오후 여유가 있어선지 내 기분도 좋고, 마침 좋아하는 가수인 잔나비의 노래가 나오는 것도 딱 내 마음에 맞아 흥얼흥얼 따라 불러본다.
한 여름에 북적대던 삼계탕집은 겨울에도 손님이 많았다.
다섯 식구라서 삼계탕 다섯 그릇에 음료수를 추가하면 십만 원을 꽉 채운다. 그래도 늘 아이들도 한 그릇 다 비워 든든하게 먹고 가니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따리 향이 이상하다.
닭고기를 한 점 먹는데 앗. 이것은!!!
강한 마늘 향이 훅~ 내 코와 입을 강타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남편도 마늘향이 너무 강하다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다행히 삼 남매는 신경 쓰지 않고 오늘도 잘 먹는다.
깍두기를 더 담아 오는 길에 남편은 식당에 마늘향이 너무 강하다는 의견을 주고 왔다며, 이런 건강한 피드백은 꼭 필요한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