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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영 Sep 14. 2022

아빠를 그리워하는 또 누군가가 있었다

내가 운전을 배우려고 마음 먹었을 때에는 아빠를 위한 마음이었다. 돈이 아깝다고 엄마와 아빠는 병원을 오고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셨다. 물론 아빠가 운전이 가능할 때까지는 아빠가 직접 운전을 하셨지만 본인이 걸어다닐 힘조차 없음을 느낀 후에는 운전을 고집하지 않으셨다. 누군가는 엄마와 아빠의 병원을 동행해야 했고 그것이 대중교통일수는 없었다. 말했듯이 아빠는 걸을 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때 막 이직을 했던 터라 개인적으로 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웠다. 결국 동생이 긴 휴직을 했기 때문에 나는 운전 배우는 것을 미뤘었다.

결국 나는 엄마를 위해 운전을 배웠다.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병원 다녀야 할 때 차는 꼭 필요할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삼촌 댁을 방문하는 것이다. 아빠가 살아 계셨을 때 두 분은 삼촌 땅 한 켠에 채소를 키우는 소소한 취미를 가지셨다. 작년에 아빠가 심어 놓은 마늘을 수확해야 했기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 몇 번 삼촌 댁을 방문해야 했다. 물론 엄마 혼자 갈 수도 있었지만 삼촌 댁은 버스 역에서 꽤 거리가 있기 때문에 엄마 혼자 삼촌댁을 보내는 것이 걱정이었다. 결국 주말을 이용해서 삼촌댁에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도착하자 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덩치가 큰 하얀 개였다. 한참을 짖고 나서야 삼촌이 밖으로 나오셨다. 그러더니 삼촌은 ‘얘가 매형 차가 온 것을 아나보네’라고 하셨다. 또 ‘니 아빠가 얘를 많이 귀여워했어’라고 하셨다.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아빠가 살아 계셨을 때 단 한번도 아빠와 삼촌댁에 와 본적이 없다. 아빠는 종종 같이 가자고 제안하셨지만 단 한번도 그 말에 응해드린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더 아빠를 이해하고 있다. 

삼촌의 말처럼 큰 덩치의 개는 얼마나 반가운지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어 댔다. 반가움을 격하게 표현하는 개를 보고 있자니 아빠가 개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마늘을 수확하고 삼촌댁에서 차한잔을 하고 있는데 외사촌(삼촌의 아들)의 가족이 왔다. 차에서 막 내린 외사촌의 아들은 엄마를 보자마자 ‘할아버지는?’라고 물었다. 또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삼촌댁을 다녀온 날이면 엄마와 아빠는 외사촌의 아들이 귀엽다고 어린 아이의 얘기를 계속 했다. 평소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빠도 예쁘다며 거드셨다. 평소 돈에 관해 인색했던 아빠도 그 아이에게만은 용돈도 자주 줬다고 한다. 엄마가 처음 들려줬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처음 외사촌의 아들을 만났을때부터 아이는 낯을 가리지 않고 엄마와 아빠를 잘 따랐다고 했다. 특히 아빠는 평소에도 잘 웃지 않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어서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아빠는 무서운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린 꼬마는 처음부터 아빠를 무서워하지 않고 ‘할아버지, 할아버지’하면서 잘 따랐다고 했다. 그 모습이 예뻐서 인색했던 아빠도 종종 용돈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내가 외사촌의 가족과 마주했던 그날 어린 꼬마는 아빠부터 찾았던 것이다. 엄마는 ‘할아버지는 멀리 가셨어’라고 얼버무리셨다. 아빠가 세상에 없으면 누가 아빠를 찾아줄까..하고 막연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말했듯이 아빠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했기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어린 꼬마가 아빠를 찾는 모습을 보고 또 생각해본다. 

‘아빠,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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