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자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사는 게 재미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답은 가까이 있다. 오십이 넘으면 앞으로의 사는 모습이 쉽게 그려지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려진 모습대로 살게 된다. 스무 살 때를 생각해 보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직업은 무엇을 갖게 될지, 결혼은 누구와 할지, 어디에서 살게 될지 등등.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이 없고 모든 것이 불특정 한 상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업도 정해지고, 배우자도 만나게 되고, 사는 지역도 정해지면서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무난하게 살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평범한 삶도 감사할 일이지만 삶이 조금이라도 활기를 찾으려면 변화와 신선함이 필요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웃음이 적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갓 태어난 아이가 가장 많이 웃고, 나이가 들면서 웃는 횟수나 호탕함이 줄어들고 오십이 넘으면 웃을 일이 거의 없어진다. 이유가 뭘까? 왜 나이가 들어가면서 웃음이 없어지는 걸까? 이유는 재미가 없어져간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서는 모든 게 신기하다. 보는 것마다 새롭고 일상이 궁금하고 즐겁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것이 없어지고 일상이 단조로워지면서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재미가 있으려면 일상이 새롭고 궁금해야 한다.
우리 일상을 돌아보면 스스로 재미를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궁금한 것에 도전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회피하고 거부한다. 뭔가 도전한다는 것,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15년 전부터 시내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평생 이용하던 자가용을 놓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가용은 목적지까지 빨리 데려다 주기는 하지만 가는 동안의 여정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빨리 지나쳐 가기도 하고 직접 운전을 하다 보니 가는 동안 마주하는 풍경이나 사람, 날씨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원래 시내버스 타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하면서 일상도 관점도 많이 변하였다. 자가용이 아닌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시간을 많이 소비할 것 같지만 막상 이용하여 보면 소요 시간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동하는 동안 음악도 듣고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거리의 풍경도 보고 사계절 변하는 날씨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자가용을 운전하지 않으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주어진다. 출근길엔 하루의 일정도 생각해 보고, 퇴근길엔 하루를 정리해 볼 수도 있다. 자가용을 타지 않게 되면서 가방을 메기 시작했다. 평소 자가용에 보관하여 다니던 우산, 겉옷, 노트북, 필기구, 안경, 수첩, 책, 악보집, 텀블러 등이 가방으로 들어왔다. 가방 하나 메면 자가용이 필요 없게 된다.
앞으로 무얼 한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법무사 자격증이 있으니 그 길로 가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안정적이다. 퇴직을 한 선배들이 모두 개업을 하였듯이 나도 개업을 하면 별 무리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새롭지 않고 재미가 없다. 물론 삶을 재미로 살 수는 없다. 퇴직까지 한 상태에서 가보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일일 것이다.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제2의 인생을 선택하는 문제는 고민이 많다.
처음 자가용 대신 시내버스를 이용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요금을 계산하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필요했고, 시내버스가 언제 오는지를 알기 위해 앱을 설치하여 이용법을 배웠고, 매일 날씨를 체크하며 옷차림과 우산도 준비하고, 휴대품을 가지고 다닐 백팩도 준비했다. 이렇듯 작은 변화에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인생의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는 일인데 사전 공부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퇴직을 생각하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퇴근 후 야간을 이용하여 대학원을 다니며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며 수필집을 출간하여 작가라는 호칭도 얻고, 악기를 배워 공연을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있다. 편리하고 빠른 자가용이 아닌 조금 불편하고 느린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즐거움을 알기에 뻔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두 번째 인생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익숙한 법무사의 길이 아닌 그 무언가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걸어갈 길이 어떠한 지 모르기에 공부도 해야 하고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준비 과정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즐겁고 재미있을 거라는 것도 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여 걸어가면 그간 보지 못했던 것도 보게 되고, 알지 못했던 것도 알게 되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만나게 되어 두 번째 인생도 설렐 것이다.
우리 일상을 한번 돌아보자. 나쁜 습관이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나 무심코 반복되어 왔던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 혼자 쉽지 않으면 루틴을 정해 매일 점검해 보자. 익숙함을 버리면 불편할 수는 있다. 그래도 그 길이 더 나은 길일 수 있고, 그 길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도 있으니 과감히 도전해 보면 좋겠다. 우리는 일상에 변화를 주면 큰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