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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영 Oct 02. 2023

가슴 뛰는 일을 하라

설레는 일이 평생 직업이다

  직장 내에 강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검찰청이 생기고 처음으로 내부 강사를 선발한다는 공지가 떴을 때 무척 설레고 흥분되었다. 오래전부터 인생 2막은 강연을 하며 사는 삶을 꿈꾸었다. 그때만 하여도 누구를 상대로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준비는 없었다. 단지 내가 살면서 배우고 깨닫고 느꼈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막상 내부 강사 선발에 지원하고 나니 두렵고 걱정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는 무대 공포증이 심각했었다. 여럿이 앉아서 이야기할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가 앞에 나가거나 일어서서 말을 해야 하면 머리가 하얘져서 말을 하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주눅이 들고 몸이 굳어버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지자 아내가 발표 능력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여 주기도 하였다. 아내의 눈물겨운 도움 덕분에 조금 나아지기는 하였으나 남들 앞에만 서면 여전히 떨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교육을 받고 노력을 하여도 크게 좋아지지 않게 되면서 꿈꾸는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야만 했다. 


  그때 내 앞에 주어진 기회가 내부강사 선발이었다. 무조건 지원을 하여 연수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따라 하며 여러 번 녹화와 피드백을 반복했다. 2차 역량 강화 연수까지 수료하고 내부 강사로 선정이 되었다. 타 부처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강의 의뢰가 들어오고 난생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했다. 강의를 하기 전에 자료도 철저히 준비하고 혼자 리허설도 여러 번 했다. 무주 연수원에서 100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두 시간 동안 진행했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강의를 마치고 도망치듯 돌아왔다. 그때의 기억은 다시는 상상하기도 싫은 부끄럼 그 자체였다. 


  힘든 과정과 많은 도전 끝에 첫 강의를 마치고 나니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후 새로 임용된 새내기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업무에 대한 강의를 하였고, 그 후에는 승진한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대한 강의도 했다. 후배들에게 지식을 알려준다는 보람도 컸으나,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후배와의 만남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성장하게 되었다. 다른 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청렴교육도 다니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검찰의 역할에 대한 강의도 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출간한 책을 가지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다니고 있다. 


  강의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섭외가 들어오면 대상은 누구이며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강의할 내용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PPT를 제작한다. 자주 하는 작업이 아니라 할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PPT를 작성하면 이를 가지고 몇 차례 연습을 한다. 강단에 설 때까지 떨리고 부담도 된다. 강의를 마친 후엔 항상 미련이 남곤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의뢰가 들어오면 주저하지 않고 덥석 받아 승낙을 한다. 이유는 하나다. 내가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강연 의뢰를 받는 순간부터 강연을 마칠 때까지 설레고 가슴이 뛴다. 


  가슴 뛰는 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일을 하고 싶어 밤잠을 설친 적이 있는가? 아직 한 번도 가슴 뛰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가슴 뛰는 일을 찾아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을 하고 싶어 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는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여러분은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직 가슴 뛰는 일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만났으나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가슴 뛰는 일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먹고살기 위한 직업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직업과 별개로 한두 개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직업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취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한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생 2막, 3막을 살아야 한다. 직업도 평생 하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두세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 인생 2막이 설레기 위해서는 두 번째 직업을 잘 선택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 설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가 없으면 인생 2막을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설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업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이 알고 잘해야 한다. 소위 고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직장 생활을 해 나가기에도 바쁜 생활에 다른 직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도 않고, 퇴직을 하고 단기간에 준비하기도 어렵다. 


  그럼 인생 2막의 직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취미가 제2의 직업이 되도록 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되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대충 하는 취미생활이 아니고 이론도 배우고 기초부터 단계를 밟아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면 된다. 취미를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이를 직업으로 변환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 한다. 그럼 인생 2막에는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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