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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영 Oct 08. 2023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의 숫자를 보며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지 깜짝 놀랄 정도다. 가끔 전화번호부를 정리하다 보면 오랫동안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서로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무심했음에 아쉽기도 하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전부와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처음 동기를 부여해 준 선배가 있다. 특별한 목표 없이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대학원에 입학을 해서 공부를 해보라고 권유해 준 분이다. 당시만 해도 직장에 가정에 하루하루를 매우 바쁘게 보내던 시기여서 좌우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초임 때부터 회사의 멘토이기도 하고 많은 조언을 아끼시지 않던 분이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일단 등록을 했다. 한 학기를 다니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다양한 직종의 분들과 공부를 하며 많은 배움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늦깎이 학생이 대학원을 마치고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되었으니 선배님의 조언은 인생의 큰 전환이 되었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학문으로의 전환을 하게 해 준 멘토를 만나게 되었다. 나이는 동감이지만 직장 상사였던 신 00은 박사과정을 권유하였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잠시 쉬고 있던 학업에 대한 열정이 다시 꿈틀거리게 되었다. 전공은 당연히 법학으로 정하려고 하였는데, 그분은 경찰학을 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도 변호사 자격증이 없으면 퇴직 후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검찰수사관이 경찰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희귀성이 있을 거라 했다. 그분의 조언은 적중했다. 경찰학에 등록해 보니 원생은 모두 경찰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고 검찰에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법학과 경찰학을 모두 공부한 진정한 사법경찰관이 된 것이다. 


  출간을 하도록 도움은 준 후배가 있었다. 그 후배는 혁신적이고 저돌적인 사업추진으로 대한민국 최초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만든 인물이다. 하루는 그 후배가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하기에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책을 쓴데. 써야 누가 읽어 주기나 하겠어?”라고 하니, “형님, 요즘 세상은 자기 PR시대잖아요. 자기가 본인 이야기를 하면 자랑이라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출간하면 굳이 자기 이야기를 말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책을 선물하면 그 보다 좋은 자기 홍보가 없어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데 글을 쓰는 것보다 좋은 게 없어요. 형님도 책을 한 번 써보세요.” 라며 자신도 책을 출간하고 나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사업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상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전하는데 책 보다 좋은 게 없었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내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왜 책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부여가 생기게 되었다. 이유와 목표가 명확해지자 출간을 준비하는데 힘이 생겨 마침내 출간을 하게 되었다.  


  신앙의 길로 인도해 준 친구가 있다. 집 안 내력이 특별한 종교가 없던 터라 종교란에 무교라 쓰며 40년 가까이 지냈었다. 집안 전체가 독실한 신앙인이던 그 친구는 교직에 근무하며 학생들에게 헌신적이고 자상하고 평소 언행도 신중하고 배려가 깊어 늘 가까이하고 싶은 친구였다. 특히 우리 아이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많은 힘이 되어 주기도 했다. 그 친구를 보며 나도 신앙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가 예비자교육을 마치고 세례를 받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었다. 후에 아이들도 세례를 받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아이들의 대부도 되어 주었다. 신앙심이 얕고 독실하지 못해 항상 반성을 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신앙인으로 살고 있다. 그 친구를 만난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힘들 때 항상 곁에 있어 준 친구가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가 전주로 내려왔을 때 외로워하는 나의 손을 성큼 잡아 주었다. 그 후 그 친구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찾으면 한걸음에 달려와 준다. 자신도 많이 힘들고 어려우면서도 내가 마음 쓸까 봐 나를 대할 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우린 둘 다 잘나지도, 가진 것이 많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린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다. 누군가 보고 싶거나, 사람이 그리울 때, 곁에 누군가 있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전화만 하면 된다. 만나서도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위해주지 않아도, 힘드냐고 물어봐 주지 않아도 좋다. 그냥 곁에 있어주어 좋은 친구이다. 우리는 20년 넘게 서로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사람, 글을 쓸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사람, 직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응원해 준 사람 등등. 지금까지의 삶에 힘이 되어 주고 도움을 준 사람이 너무 많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모든 분들이 인생의 스승이고 멘토이고 선한 영향력을 준 사람들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좋은 사람을 만들 수도, 나쁜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내가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만남이 소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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