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양과 슬픔의 정도가 꼭 비례하지는 않았다
한 달 전에 오랜만에 진지하게 온 마음을 나눴던 애인과 헤어졌다. 지금 내 나이에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적게 만난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적당히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와는 감정이 격해져 싸우며 헤어지게 되었는데, 나에게는 쌓인 감정의 폭발 정도로 납득할만했지만 어떤 면에서 상대는 어이없고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헤어지고 나서 아프고 섭섭한 마음보다 시원한 감정이 앞섰다. 여태껏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진짜 제일 사랑한 것 같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후련하고 힘들지 않냐고 물었을 때 친구는 마음을 다 쏟아부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진짜 그래서일까.
이별 후에 울지 않은 적도 처음이었다. 숱한 이별들에서 정작 헤어짐을 말한 건 모두 나였지만 -통보는 내가 했지만 차인 것 같았던 적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였던 시간이 아깝고 아파서 눈물이 펑펑 났다. 그래서 애인과의 이별은 나에게 늘 폭풍우 같았고 감정에 잠식당하는 일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그와의 이별은 한결 잔잔하고 견딜만했다.
감정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스스로를 괴롭힌다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 이별에 무뎌진 것일까 봐 허전하고 공허하고 뒤숭숭하다. 그런 거라면 제일 사랑했음에도 가장 슬퍼할 수 없는 것이 미치도록 저리고 아린다.
언젠가 우리가 사랑하고 있을 때 그가 나의 비공개 계정에 남겨져 있던 몇 개의 글을 보고는 자신과 헤어진대도 이렇게 글을 써주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어쨌거나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 사람이 기대하던 것은 아닐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먹먹하다. 쓸쓸하고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