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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24. 2021

그래서 나의 작은 도시는 언제나 새롭다

정신없이 바쁜 아침. 정신을 깨우기 위해 아무 카페나 들러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간신히 입맛에 맞는 카페를 찾았다 생각하면 1, 2년 지나지 않아 사라지거나 자리를 옮기곤 한다. 그러면 다시금 입맛에 맞는 카페를 찾아 여기저기 찾아다니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세상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수의 카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짝였다 사라지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반짝이는 만큼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은 언제나 있다.  


혹자는 굳이 해외에서 들어온 카페만을 소개한 이유가 뭐냐고 물을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은 로스터리와 카페들이 많이 있다. 전반적인 커피 문화로만 따지자면 아직 이탈리아나 호주 같은 커피 강국들의 전통적인 문화 수준에 못 미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문화가 있고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 문화를 쌓아가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로스팅 품질이나 바리스타들의 수준만을 놓고 보자면 이제 우리나라는 어딘가를 쫓아가는 나라가 아니다. 이전에는 커피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던가, 호주에서 커피를 배워 한국에서 카페를 차린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적인 커피 대회에서 수상하는 한국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수준의 커피로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적어도 기술적인 수준에 있어서는 굳이 다른 나라에 가서 배워야만 할 단계는 넘어섰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로스터리와 카페만을 소개한 가장 큰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국내 로스터리의 원두는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그것도 원두를 만드는 로스터리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맛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의 로스터리는 다르다. 며칠의 시간을 만들고 그동안 써야 할 돈을 모아서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날아가 잘 통하지도 않는 말로 주문을 해야 그제야 겨우 커피 한 잔을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두도 다양하고 맛볼 것이 많지만 그 범위를 지구로 넓히면 평생을 먹어도 다 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경험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성이 우리나라에도 더 많이 퍼진다면 어떨까. 소비자에게는 한층 더 자신의 입에 맞는 맛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커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방식의 원두를 경험함으로써 또 다른 맛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날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현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커피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다양성이야 말로 어떤 ‘종’이 또는 어떤 ‘분야’가 발전하고 살아남는데 필수적이고 절대적인 요소이니까.


또 다른 이유는 이왕이면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과 같이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디든 가고자 하면 해외 여행을 가는 게 어려운 세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원할 때면 언제든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 어디로든 여행을 가 본 사람이라면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지의 물품을 보거나 음식을 봤을 때 괜시리 반가운 기분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먹을거리는 여행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매개체이니까. 일상에 치일 때에도 그 굴레를 벗어나 다시 한번 여행을 꿈꿀 수 있는 순간을 선사받는다면 그 시간이 아무리 짧다 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며 삶의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아직 해외로 떠나본 경험이 없는가? 그렇다면 지금 그 미래의 경험을 만들어도 좋다. 언젠가라는 미지의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차를 타고 카페로 향해라. 그리고 미래의 어느 때인가 경험할 그 맛을 먼저 취해보는 것이다. 그다음 결심해라. 꼭 그곳에 가겠노라고.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때 결심한 그 장소에 가 있을 것이다. 그다지 신뢰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믿어보시라. 밑져야 본전 아닌가.


이 책에서 언급한 카페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로스터리들이 많이 존재한다. 천천히 찾아보시라. 그리고 경험해보시라. 이왕이면 늦장 부리지 말고 바로 경험해보는 게 좋다. 어물어물하다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면 비행기를 끊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서는 맛보기 힘들 테니까. 


나의 작은 도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제는 당신의 작은 도시를 스스로 여행해 볼 시간이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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