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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24. 2021

아시아~유럽까지 커피를 마시는 전통적이고 색다른 방식

사람이 있는 곳엔 커피가 있다. 당신이 어디에 있던, 어디를 가던 그곳에는 커피가 있다. 하지만 당신만의 커피 도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항상 마시던 방식대로 커피를 마실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부터 차이가 생길 것이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 흔히 사용되는 드리퍼 종류만도 하리오, 칼리타, 케멕스 정도가 있고 재질도 유리, 플라스틱, 동재질, 도기 등으로 다양하다. 그 외에도 추출 도구들을 보면 프렌치 프레스, 모카 포트, 에어로프레스, 사이폰,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구들이 탄생하고 있다.


또한 날씨, 기후, 지역 특성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베트남 같은 동남아 지역은 더운 날씨로 인해 우유 대신 잘 상하지 않는 연유를 사용하여 연유 커피가 유명해졌고, 터키의 경우 체즈베(Cezve)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커피를 ‘우려’낸다. 터키에서 커피는 환대와 우정의 상징이며 터키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커피 제조법 중 하나로 전수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카페가 곳곳에 숨어있다. 여기에서는 아시아의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출발해 실크로드의 종착지 터키를 지나 유럽의 중심 독일까지 한 번에 소개하려 한다.




싱가포르 - 디저트 머라이언


싱가포르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물을 뿜어내고 있는 사자 머리의 물고기이다. 사자를 뜻하는 영단어 Lion에 인어를 뜻하는 Mermaid를 합성한 단어로 머라이언 동상은 싱가포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물이 되었다.


홍대에 자리한 디저트 머라이언은 싱가포르에서 온 켄씨가 운영하는 카페이다. 카페 입구에도 이 내용이 아주 크게 장식되어 있어 누가 오더라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음식 맛을 제대로 알려면 역시 그 나라에 가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힘들다면 그 나라 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먹어보는 게 가장 믿을 만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디저트 머라이언에서 마실 수 있는 코피(싱가포르에서는 커피를 코피라고 부른다)와 밀크티는 현지의 맛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코피는 전통적인 방식인 융드립으로 내려 쫀득하고 진하다. 밀크티는 당도의 밸런스가 훌륭해서 한 입 먹고 나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쭉쭉 마실 수 있는 맛이다.


싱가포르가 그립거나 달달한 음료가 입에 당길 때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지인의 손맛이니 그 맛은 보장할 수 있다.




베트남 - 호이안 로스터리


언제부턴가 다낭이 베트남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2019년에는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기도 했다. 다낭 인기의 요인은 저렴한 비용과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도시들을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중 호이안은 가장 베트남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호이안 올드타운이 있어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 올드타운 중심가와 바로 앞의 투본강을 바라보는 강변에 호이안 로스터리(Hoi An Roastary)가 자리하고 있다. 호이안에만 7개의 지점이 있어 사실 올드타운에서 몇 걸음만 옮겨도 찾을 수 있는 수준이다.


호이안에 있는 카페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을 송리단길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을 개조하여 그대로 사용한 호이안 로스터리는 외부에서부터 베트남스러운 소품을 곳곳에 배치해놓았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면 베트남에 있는 것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자리를 잘 잡고 사진을 찍으면 호이안에 있는 카페에서 찍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수준이랄까.


자리는 반지하인 지하부터 2층까지 총 3개 층을 포함해 야외 자리까지 있어 원하는 분위기를 찾아 앉을 수 있다. 커피 종류는 베트남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서 커피 핀(Phin)을 사용하여 내리는 진한 블랙 커피인 카페 쓰어농이나 쓰어다, 달달한 연유 커피인 카페 빡씨유, 달걀이 들어간 크리미한 에그 크림 라테 등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연유 등을 첨가해서 마실 때는 크게 느끼지 못할 테지만 블랙 커피로 마실 때면 생각보다 더욱 진한 커피 맛에 당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는 우리가 주로 마시는 원두 종류인 아라비카 원두가 아닌 로부스타를 사용하는데 카페인이 함량이 아라비카에 비해 2배 이상 높으며 다소 쓴 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점을 감안하고 마신다면 커피를 마시는 목적에 따라서는 일반 커피보다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동남아 스타일의 달달한 커피가 그리워질 때쯤 방문해도 좋고, 커피 한 잔으로 강력하게 카페인을 충전해서 정신을 깨우고 싶다면 더욱 가보기를 추천한다.




터키 - 카페, 바이이브릭


체즈베를 이용한 샌드 커피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커피 제조법 중 하나이며 정식 이름은 터키쉬 커피(Turkish coffee)로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어 보존되고 있는 문화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탄생 이후 커피 머신과 각종 핸드 드립 방식을 거쳐 정립된 현대적인 커피 추출 방식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 카페가 천 곳이 있다면 그중 99% 이상이 현대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제공할 것이다.


가장 오래된 방식이면서도 현재 사용되는 곳이 적은 이유는 관리의 어려움이나 익숙하지 않은 추출 방식, 그리고 맛에서 느껴지는 다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데는 터키 사람들의 문화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커피를 통한 생활방식 때문일 것이다.


터키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나 휴식을 위한 도구가 아닌 사회적 교류는 물론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한 예로 선을 보거나 상견례와 같이 신랑, 신부가 만나는 자리에서도 신부가 신랑감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커피에 소금이나 후추와 같은 내용물을 첨가해 혼인하기 싫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터키의 문화적 요소를 간직하고 있는 터키식 커피이지만 한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커피이지만 강남의 빌딩 숲 사이에 진한 샌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숨어있다. 바이이브릭은 샌드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이다. 터키식 커피를 제공하지만 내부의 인테리어는 화이트 톤으로 꾸며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터키의 느낌을 주는 소품은 카운터에서 커피가 우러나는 모래판과 체즈베,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양탄자 정도이다.


가장 기본적인 맛을 느끼고 싶다면 블랙을 색다른 원두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에디오피아 예가체프나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사용하여 우려낸 샌드 커피를 마셔도 좋다. 다만 마시기 전에 2가지를 주의하는 것이 좋다.

먼저 우려내는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커피 안에 원두 가루가 들어가 있다. 아마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다른 커피를 마실 때처럼 서빙되자마자 마신다면 커피 가루까지 한 번에 마셔버리는 참사가 일어난다. 입 안에 원두 가루가 돌아다니며 텁텁한 맛을 느끼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커피 가루가 모두 가라앉을 때까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다른 하나는 그 진한 맛에 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필터 커피 정도의 커피맛을 생각했다면 진하게 우려진 그 맛에 상당히 놀랄지도 모른다. 진하다고는 하지만 에스프레소나 베트남 커피의 진한 맛과는 또 다르다.


터키식 커피는 만드는데도 그리고 마시는데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커피를 즐기고 싶을 때, 그리고 천천 히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커피를 음미할 수 있을 때 들려보자. 커피가 우러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니 슬쩍 고개를 빼고 구경해도 좋을 것이다.



독일 - 모어댄레스(MTL)의 보난자 커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보난자 커피(Bonanza Coffee)는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카페이다. 독일의 커피 신도 스페셜티 커피의 물결을 피해가지는 못했는데, 보난자 커피는 제3의 물결에 올라타 놀라운 품질의 원두를 제공하며 독일에서 손에 꼽히는 로스터리이자 카페로 거듭났다.


보난자 커피는 이태원에 자리 잡은 모어댄레스(More Than Less) 편집샵의 샵인샵으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은 베를린에 있는 보난자 커피 로스터스와 같이 붉은 벽돌로 되어 있고 은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입간판도 동일한 디자인을 사용하여 통일성 있게 장식했다.


입구의 거대한 문을 돌려서 들어가면 꽤나 넓은 실내 공간을 볼 수 있다. 커피를 추출하는 카운터를 지나 들어가면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들로 공간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카페 안 쪽은 MTL의 편집샵이 운영 중이며, 다양한 종류의 책과 보난자 커피의 굿즈인 에스프레소 잔이나 각종 컵을 구입할 수도 있다.


로스팅한 원두 자체의 품질도 상당히 높다. 콜롬비아와 브라질 원두로 블렌딩한 보난자 블렌드는 에스프레소 자체로도 훌륭한 맛을 선사한다. 특히 무산소 발효로 가공한 핀카 미라마르 48시간 엘 살바도르(Finca Miramar 48hrs El Salvador)는 버번 품종의 달콤함과 균형 잡힌 산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태원은 해외에서 온 음식이나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네인 만큼 주변에도 보난자 커피를 포함해 호주 등지의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행이 그리울 때면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흔히 볼 수 있고 전 세계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이태원에서 독일의 커피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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