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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05. 2024

2024년 3월 DEI 영감 모음집

3월 한 달 간 일상 속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 중, DEI를 떠올리게 했던 내용들을 공유 드립니다.


<목차>

1️⃣ 한국, 직업 귀천을 가장 따지는 나라

2️⃣ AI 규제법 통과: 개인의 특성과 행동에 점수 매기는 소셜 스코어링 금지

3️⃣ 넷플릭스 CEO가 회의 시작 때 하는 말

4️⃣ 서울 시내버스 파업일, 우리 회사 장애인 근로자의 지각

5️⃣ 흑인 화가에게 디폴트 인간이란 흑인이니까 &
   비춰 보여주는 수단으로서의 빛이 아니라 광원 그 자체로서의 빛 (전시 관람 후기)




1️⃣ (3/8)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발간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2023)'


보고서 발간 약 2주 후, 스브스뉴스(SBS)를 시작으로 슈카월드(시사경제 채널), 채부심(부동산 채널) 등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이 다뤄지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꽤나 화제가 된 내용입니다.


주요 매체에서 다루는 보고서의 골자는 크게 2가지입니다. 1) 각 나라에서 가장 위세가 높은 직업, 2) 국가별 직업 위세 인식 격차. 1)에서는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의 위세가 가장 높은 반면 미국/독일은 소방관의 위세가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를 보여줍니다. 즉, 우리나라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안정성이 높은 직업이어도 육체노동을 하고 보상수준이 낮으면 위세도 낮게 본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1)보다 2)가 더 씁쓸했는데요. 미국/일본/독일은 직업별 차이를 그렇게 크게 두지 않고, 중국은 중간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직업 위세 인식 격차가 다른 나라의 최대 2.5배에 달했습니다. 


아이 손을 붙잡고 가는 부모님이 길에서 청소 노동자, 공사장 인부 분들을 보면 '너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돼'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나라, 한국의 민낯 같았습니다. 사무직이 아니면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백수라고 생각하는, 한국인 인식의 민낯.


최근 현장기술직에 뛰어드는 MZ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변하고 있고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간 비교의식과 서열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근로/삶의 방식을 존중/포용하지 않았던 우리의 성적표 같았습니다.


연구 보고서 원문은 본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rivet.re.kr/ku/da/kuBAAVw.jsp?lpgn=1&gk=ALL&gv=%EC%A7%81%EC%97%85%EC%9D%98%EC%8B%9D&div=A&orderBy=NEW&gy=ALL&type=0&gn=E1-E120240098&target=list_1


영상 전체는 본 링크를 통해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직업 귀천 가장 따졌다"…한중일 vs 미독 놀라운 직업의식 차이는 / SBS / 친절한경제"

https://youtu.be/YVlnxVg3o9g?si=8u_7ZPtIHkLyP6Zd

스브스뉴스 유튜브 직접 캡쳐




2️⃣ (3/13) 세계 첫 AI 규제법 통과


유럽연합(EU)의 입법기구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AI 규제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 개발자 대상으로 정부와 주요 데이터를 공유할 것을 권고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지만, 민간/정부를 아울러 포괄적인 기술 규제법을 내놓은 것은 EU가 최초입니다.


주요 특징으로는 1) AI 서비스의 위험도를 4단계(허용할 수 없는 위험-고위험-저위험-최소한의 위험)로 나누어 차등 규제한다는 점, 2) AI를 활용한 실시간 생체정보 수집/식별 시스템이 사실상 금지된다는 점, 3) AGI를 개발하는 기업에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여 저작권법 준수 및 AI 학습에 활용한 콘텐츠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중 제가 가장 눈길이 간 것은 <소셜 스코어링 금지> 조치였습니다. 개인의 특성과 행동을 데이터화해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점수 평가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입니다.


한창 MBTI 열풍이던 당시 INFP, INTP, INTJ은 채용지원을 하지 말라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었는데요. 이렇게 개인을 단일하고 평면적으로만 인식하고, 분류/등급화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 같아 기쁩니다. 이러한 우리의 관성적 사고와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전해주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헬로티, 한경글로벌마켓 기사 삽입 이미지




3️⃣(3/13) 유퀴즈 -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콘텐츠 총괄 김민영님 편 


유퀴즈는 제가 어디서 만나기도 힘든, 알기조차도 어려운 정말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즐겨 봅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아태지역 VP께서 나오셔서 K컨텐츠 활성화 노력 등을 얘기해 주셨는데요.


CJ에 다니시다가 넷플릭스로 조인하셨는데, 당시 창업자(리드 헤이스팅스) 및 CEO(테드 서랜도스)가 배석하는 회의에 처음 초대 받았을 때, CEO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 그룹(미팅)은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다방면으로 질문하여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다. 너의 시각과 의견이 중요해서 초대한 거다."


Top에서 이렇게 인지 다양성(Perspective Diversity)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강조하다니! 그 힘이 얼마나 셀 지 듣기만 해도 개인적으로 참 설레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 한 마디가 이 회의를 얼마나 생산적이고 폭발적으로 만들까요? 상상만 해도 흥분됩니다.


유퀴즈 유튜브 직접 캡쳐

영상 전체는 본 링크를 통해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K7-T8h_hSA?si=Sm4IE79sAZ7xiIL8



4️⃣(3/28) 서울 시내버스 파업


얼마 전, 노사 임급협상 결렬로 인한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있었습니다.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저는 사실 이 소식을 그날 아침까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 한참 업무를 하고 있는데, 전화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OO씨, 왜 아직도 출근을 안 하셨어요? 지각할 수는 있지만, 늦으면 늦는다고 미리 연락을 해야죠."

이런 날이면 으레 들려올 법한 말이지만, 제 귀가 쫑긋했던 것은 이 분이 누구신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장애인 근로자 분들(자회사)과 함께 근무하시는 분이었거든요. 지금 수화기 너머의 분은 장애인이시겠구나 싶었습니다.


"아, 원래 매일 버스로 출근해요? 지하철 타 봤어요? 아, 한번도 안 타 봤구나..."

뒤이은 말을 듣고는 멍해서 그 이후 말은 잘 안 들렸던 것 같아요. 내겐 아무렇지도 않은, 존재조차도 몰랐던, 알았다 해도 아무 것도 아니었을, 그저 성가심에 툴툴거리기만 했을 작고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출근 자체를 할 수 없는 큰 일일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일상의 장면에서 여러 상황과 입장을 고려해 봐야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개인의 책임이란 생각보다 작은 부분일지도요. 누군가는 한없이 무력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합뉴스TV 유튜브


5️⃣ 3월에 본 전시


개인적인 취미 중 하나는 전시 관람입니다. 연간 전시 일정을 보고 꼭 봐야 할 전시를 챙겨두고, 어쩌다 회사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동선의 효율을 위해, 전시 나들이를 나갈 때면 근처 3~5개 미술관은 한꺼번에 보고 옵니다.


최근에도 그렇게 리움 미술관에서 필립 파레노 전시를 보고, 한남동 근처의 전시를 섭렵했었는데요. 그 중 인상 깊었던 전시가 2개가 있었습니다.


1. 페이스 갤러리 - 기디온 아파 개인전 'The Play of Thought'

작가는 가나 출신인데, 화려한 색감과 몽상가적/유토피아적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지점은 이 분이 그린 인물은 모두 '흑인'이라는 점입니다. 당연하겠지만 그게 새삼 신기했습니다. 각잡고 그린 큰 캔버스의 유화뿐만 아니라 작은 드로잉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흑인이었어요. 색이 덧입혀진 인물이 아니라, 그냥 눈코입만 슥슥 그려놔도 어쨌든 그 생김새가 다 '흑인'이더라고요. 우리 모두 각자의 '디폴트'라는 것이 다르구나, 나의 기준/표준이 상대방에게도 같지는 않구나 라는 것을 너무나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2. 파이프 갤러리 - 신준민 개인전 'White Out'

'빛'을 주제로 하는 전시라길래 갔는데, 웬걸- 놀이공원의 네온사인, 야구장의 조명 등 인공 광원을 그렸더라고요. 당연하게도 저는 '빛'하면 '햇빛' 같은 자연의 빛을 떠올렸는데요. 폭죽 터지듯 뿜어져나오는 빛이 캔버스를 뚫을 것처럼 쏟아지고 압도하더라고요. 보는 그 즉시 잠실야구장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 단숨에 행복해졌습니다.


그림 자체도 좋았지만, 그림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는데요. "대상을 비춰 보여주는 '수단'으로써의 빛이 아닌, 다양한 광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자체'를 근원적 물체로 경험하길 바란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우리가 과연 우리 자체로 존재하나 생각했을 때, 상대방을 상대방 자체로 대하나 생각했을 때 자신있게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주니어'라 명명하며 그를 뭔가를 배워야 하는 부족한 존재 또는 태도가 좋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지 않았나? '시니어'라 명명하며 그를 문제의 답을 함께 찾는 동료로서 대하는게 아니라 정답을 가져와주는 구원자처럼 넋놓고 보지 않았나? 조직 내 당연히 역할과 책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 이상으로 너무 '수단'으로서 대하지 않았나?하며 찰나의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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