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의 고장 보령(대천)에서 Zion의 소리를 전하다.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AM 6시 30분. 세이브존 4번 출구. ZION OB 남성합창단원들의 약속 장소다. 오늘은 충남 보령에서 머드 합창경연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거리가 먼 탓에 버스를 임대했다. 단복 챙겨 들고 한 사람 두 사람씩 모여든다. 지난주 춘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탓인지, 반가운 인사와 여담으로 이른 아침을 여는중이다.
AM 7시.
드디어 보령으로 출발. 김밥 한 줄로 출출함을 달랜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를 태운 버스는 서산 휴게소로 들어선다.15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보령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9시30분,
성남을 출발한지 2시간 30여 분 만에 보령에 도착했다.
충남의 서쪽 끝 '보령'
개인적으론 스치듯 지나간 경험뿐이라 머드 축제와 대천 해수욕장 외엔 딱히 아는 것도 경험한 것도 없는 곳이다.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 합창단을 맞아준 봉사자의 친절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를 담당한 자원 봉사자가 미인이라 좋았고, 보령 시립 합창단원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행사 준비가 꼼꼼하고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보령머드 합창대회는 구립 합창단들의 (구립 6팀 모두 입상)손을 들어주었다.
구립 합창단의 경우 보통은 주 2회, 각 2~3시간 정도의 시간을 꾸준히 연습한다. 지휘자는 급여를 받는 처지라 자신이 지휘하는 동안 실적(입상)이 저조하면 계약 갱신이 어렵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위한 연습은 기본이고 대회에 참가한 팀간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때문일까? 사전에 심사 위원이 공개되지 않았다. 참가팀의 지휘자들과 심사 위원간의 관계를 의식한 나머지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은 아닐지 짐작해 본다.
* 구립합창단*
입상 실적이 필요한 지휘자+시간이 자유로운 주부 단원들의 참여 + 연습의 양 + 소리를 끌어주는 성악 용병 + 해당 구청의 전폭적 지원.
무엇하나 빠질 것이 없는 구립 합창단의 하모니는 질적 완성도가 높다.
반면에 우리의 상황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만드는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연습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이다.
저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다 보니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하모니의 일관성은 물론 소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악을 전공하는 용병들의 도움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오로지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단원과 자이언을 이끄는 지휘자와 리더들의 열정이 모여 40년의 역사를 만든 것이 ZION이 가진 무기다.
재정적인 지원도, 연습할 수 있는 시간도, 맘 놓고 연습할 장소도 변변치 않은 현실을 극복하고 합창 대회는 물론 해마다 정기연주회를 갖는일은 아무 합창단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령대회는 입상하지 못했다. 아쉽다. 하지만 ZION은 좌절하지 않는다. 내일의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렇게 40여 년을 이어왔다. 입상하지 못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 뒤풀이가 진행되고 있다. 우린 그렇게 실패를 또 하나의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또 하나의 경험으로 돌릴 줄 아는 성숙함을 가진 것이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