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예식에 가면 빼놓지 않고 들었던 주례자의 서약 질문 중 한 구절이다. 하지만 시절이변한 탓인지질문에 답하는 신랑 신부의 진중함도 예전 같지않아 보인다.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생긴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그리 쉽게 갈라서는지...
따지고 보면 서로 콩깍지가 씌었기 때문에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 많은 하객 앞에서 서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을 너무 쉽게 패댕이 치는 신혼이 적지 않다. 게 중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서로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커플도 존재한다. 결혼이 무슨 소꿉장난도 아니고... 헤어짐의 이유도 각양각색이지만 가장 많은 것은 단연코 성격 차이다.
그런데 '성격차이'라는 그 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격은 차이 나는 게 정상이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데 성격이 같기를 원했다면 그건 철부지 생각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교정하며 사는 것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겠다는 서약을 지키는 방법임을 모른다면, 꽁 깍지가 씌어도 너무 씌어서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결혼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혼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우자에게 자신이 원하는"이상적 환상의 가면"을 씌워놓은 탓은 아닐까? 떨어져서 바라볼 땐 좋았는데, 곁을 내주고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배우자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할 문제다. 이는 수십 년의 세월을 자기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오차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물론 헤어져야 할 사유는 넘쳐난다. 가정폭력, 습관적 도박과 외박, 가계경제를 무시한 허례허식,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동,... 수도 없이 많은 사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들이 말하는 성격차이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자귀나무 잎과 꽃
‘야합수(夜合樹)’
밤이 되면 부부처럼 두 갈래 잎이 서로 붙어서 잠을 자는 나무를 이르는 말로 '자귀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뿐만 아니라 자귀나무는 여자들의 수다에 비유하여 ‘여설수'女舌樹라는 호칭도 있다. 자귀나무 꽃은 초 여름 분홍 실로 엮은 부채 살처럼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 그런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밤을 보내는 자귀나무 잎의 행동이다. '야합수'라는 이름을 증명하려는 듯, 밤이면 금슬 좋은 부부가 서로 끓어 안고 잠을 청하는 것처럼, 자귀나무도 두 잎을 포갠 것처럼 붙어 지낸다. 또 자귀나무의 열매는 긴 콩꼬투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갈색으로 익은 열매는 이듬해 봄까지 달려 있다. 이는 바람의 힘을 빌어 씨앗을 더 오랫동안, 더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생존 전략일 게다. 특히 겨울철에는 열매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여설수'라는 또 하나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나무를 연구하는 생태 사학자 강판권 교수는 ‘자귀나무’에 ‘자기 나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자기’라는 호칭은 부부나 애인을 부를 때 주로 사용한다. 금슬 좋은 부부가 "자기~야~ㅇ"과 같은 코 맹맹이 소리와 함께 서로 붙어지내는 모습을 연상하면, 잎을 포갠 채 밤을 보내는 자귀나무에게 '자기 나무’라는 애칭은 잘 어울리는 셈이다.
한 평생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단점을 수용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자면 서로 수용해야 할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부부간 충돌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고 해도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존재한다.
- 성격차이를 인정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간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기 사용법을 공유하자.
- 충돌의 소지가 있을 땐, 흥분하거나 판단하기에 앞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생각정리의 시간을 가져보자
- 쉽진 않겠지만 흥이 나거나, 화가 날 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통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 단점을 들춰내는 것도 습관이다. 오히려 장점을 더 발견하고 칭찬하는 쪽으로 눈, 귀, 입, 몸의 방향을 바꾸자
남한산성 산행 길 쪽으로 저녁 산책을 나가보면, 지극한 나이에도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고 걷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세계적인 영화배우 '크레타 가르보'도 그런 모습이 부러웠나 보다.
살면서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정경은 팔짱 끼고 걷는 노 부부의 모습이었다(크레타 가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