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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May 31. 2019

#9. 눈에 띄는 그날이 오기까지

송가인과 쥐똥나무 꽃

미스 트롯 열풍이다.

방송에서 트롯을 주제로 이렇게 단기간에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트롯 관심이 뜨겁다. 필자는 아마추어였지만 28년간 합창을 휘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 소리는 면할 만큼 음표를 보면서 지낸 세월이 적지 않다. 하지만 트롯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미스 트롯을 보며 내 속에 감추어진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미스 트롯 진, 송 가인이다.

미스 트롯 진, 송가인

그녀의 소리엔 한 이 있었다. 창을 배운 탓도 있겠지만 그녀가 토하는 소리엔 왠지 모를 설움이 묻어난다. 스스로 못 생기고 좋지 않은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노래에 집중했다는 말이 와 닿았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필자의 눈에 비친 송가인은 너무 예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가수다. 뿐만 아니라 소리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할 줄 아는 초 대형 가수로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모두는 그녀가 가수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고백을 통해 무명의 설움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미스 트롯 결승 전날까지 꽃 비녀를 만들며 생계비를 보태야 하는 현실이 있었고, 자신의 부모에게 너무 많은 돈을 가져다가 쓴 것에 대한 미안함이 절절했다.


가요계는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 가수로는 적지 않은 30대의 나이에, 트롯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 참여한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준 트롯 열정은, 한 맺힌 우리의 잠든 정서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나이 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트롯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우린 미스 트롯을 통해 발견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의 노래 속에 숨겨진 설움과 울부짖음이다

“저 좀 보아주세요”,

“제 노래 좀 들어주세요”,

“저도 있잖아요”

그들이 세상을 향해 쏟아낸 노래가 대중들의 마음에 와 닿은 때문일까? 필자처럼 트롯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의 눈과 귀는 물론 트롯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늦었지만 미스 트롯 참가자들에게 늦깎이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쥐똥나무 열매, 꽃, 꽃말

강판권 교수가 쓴 <나무 철학>에 쥐똥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쥐똥나무는 키가 작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뜨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 번쯤 쥐똥나무 꽃을 본 사람은 대부분 그 꽃을 칭찬할 만큼 매력 있는 꽃이라고 소개한다.


“쥐똥나무의 꽃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벚꽃이 지고 난 뒤, 꽃을 피우는데 나무가 드문 5~6월에 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쥐똥나무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살다 보면 쥐똥나무처럼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간혹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나도 한때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고, 세상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가를 깨닫곤 한동안 부끄러움으로 자책하는 시간을 보냈다”


세상이 알아주는 날이 언제일지 아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눈에 띄길 원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알아주는 날까지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예가 즐비하다.


개그맨 김국진이 오래전 모 방송 강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르다”

필자도 그 말에 위로를 받았던 한 사람이다. 꽃은 다. 벚꽃은 3~4월에, 쥐똥나무 꽃은 5~6월에, 송가인은 34살에 미스 트롯으로 피어났다.


세상이 알아주는 그날을 맞으려면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나를 먼저 알아주는 것이다. 나를 아끼는 마음은 없고, 타인의 그것만 부러워하는 질투의 화신으로 나의 삶을 허비한다면 하늘이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린 온전한 인간으로 세상에 왔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만 100년 인생 드라마 중, 내가 극을 주도하는 그날 위해  지금은 대본 리딩에 충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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