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물이나 화석처럼 과거를 유추할 수 있는 발견이 이루어지면, 고고학계는 물론 온세계가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흥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수천, 수 억년 전의 일들을 연구할 수 있는 특별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흔적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이 진행된 뒤에 남겨진 것”이다. 흔적은 생존과 소멸의 근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대적 상황까지 유추할 수 있는 힌트의 보고다. 때문에 흔적은 나고(생명의 태동), 살고(과정), 죽는(소멸) 일련의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나이 들수록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삶의 흔적을 소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불려 나오는 수많은 기억의 단편들을 잘 분석하면,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는데 더없이 소중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쉰 살이 되던 해에 노년 공부를 시작했다. 퓨처 모자이크(한주형 소장)에서 주관한 금융 노년전문가(이하_RFG) 2기로 참여하면서,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특히 성남 분당에 위치한 고령친화 체육관의 ‘노년 체험’과, ‘요양 병원’ 그리고 부자 노인들의 집 ‘더 클래식 500’, 종로 1가에서 5가(종묘, 탑골 공원, 낙원상가 일대)에 걸쳐 있는 ‘어르신 문화거리’ 체험은, 노년에 대한 나의 편협한 생각들을 여지없이 깨어버린 시간이었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노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또,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열린 사고로 접근할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의 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쉰 살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노년을 준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강렬했던 그때의 경험들은 퇴직을 준비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힌트가 되었고, 현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손해 보험사에서, 20년 이상 보험 상담 스킬과 노후 준비를 강의하는 전문 강사다. RFG 교육을 받기 전까지 노후 준비는 <기-승-전-보험>으로 끝나는 극단적 쏠림이 강했다. 하지만 RFG 교육은 노후 준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면 개조하는 일대 사건으로 다가왔다. 비 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퇴직자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때문에 은퇴 설계도 돈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예가 많다. 하지만 돈만으로 해결될 노후가 아니었다. 너무나 중요한 요소들을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종범의 도해 카드_퇴직 리허설과 생애 후반 리스크
브런치 북 <그날이 오기 전에>는 인생 4막 중, 3막 전반부에 해당하는 50세부터 60세에 이르는 이야기다. 먼저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인생 4막을 어떻게 구분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생 1막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春)에 해당한다. 이때는 배움에 집중하는 시기로 일반적으로 25세까지라고 보았다. 인생 2막은 26세부터 50세 해당하는 초록의 계절 여름(夏)이다. 이때는 성공하기 위해 동분 서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인생 3막은 천고 마비의 계절, 가을(秋)이다. 이때는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기로 51세부터 75세에 해당한다. 마지막 인생 4막은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冬)로, 삶을 정리하며 죽음에 다가서는 75세 이후라고 보았다. 이를 100세 시대 관점에서 인생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보면 50세가 인생의 반환점임을 알 수 있다. 보편적으로 인생 전반은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성공지향적 삶을 지향하는 반면, 인생 후반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성찰 지향적 삶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자료: 이종범의 도해 카드_100세 시계
“지금 당신의 인생 시간은 몇 시인가?
하루는 24시간이다. 집 밖에서 12시간 언저리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업무(일) 중심으로 바라보면, 낮 12시와 오후 6시가 중요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낮 12시는 점심시간이고, 18시는 퇴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의 인생 시간이 아직도 낮 12시를 향하고 있다면 젊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반면에 점심 식사를 마치고 퇴근 시간을 향하고 있다면 이미 꼰대 소리를 듣고 있거나, 퇴직 후 노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 반환점에 해당하는 50세를 돌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일까, 프레데릭 M. 허드슨은 그의 책 『마흔 이후 인생 작동법』 에서 50대를 ‘중년과 화해하는 시기’로 보았는지 모른다. 또 『사람이 선물이다』 를 지은 조정민 목사는 50세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스물에는 세상을 바꾸겠다며 돌을 들었고, 서른에는 아내를 바꾸겠다며 눈초리를 들었고, 마흔에는 아이를 바꾸겠다며 매를 들었고, 쉰에야 진정 바꾸어야 할 사람이 나임을 깨닫고, 들었던 거 다 내려놓았습니다”
이는 50세가 되고 나서, 타인에게 향하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50세 이전과 이후는 삶의 지향점이 달라지는 변곡점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퇴직 10년 전부터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생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50~60세), 50+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며 준비하는 마지막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보다 나은 노년을 위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 안의 내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발견할 수 있어야 50+의 삶을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지금 50세~60세에 해당한다면 잊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라.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성찰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질문을 답하고 나면 당신의 생각이 정리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1. 간절히 원하는 60+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구체적으로)
2. 그 삶으로 향하는 지금, 현실적인 걸림돌은 어떤 것들인가요?
3. 걸림돌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방법으로 어떤 것이 좋을까요?
4. 당신의 걸림돌 해결 방법은, 언제부터 시작할 생각인가요?
5. 당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60세가 되면, 당신은 어떤 모습(또는 상황)일까요?
6. 60+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당신을, 가족(또는 주변인)들이 수시로 확인하며 응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것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