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피크와 심리적 압박

그날이 오기 전에

by 이종범

Age_55~60

Risk_임금 피크


“안녕하세요 00팀, 김 00입니다. 임금 피크와 관련하여 안내를 드리려고 하는데, 목요일 오전 10시 괜찮으신가요? 회신 부탁드립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보니 기분이 묘했다. 퇴직 관문에 들어선 느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 피크는 수순이고, 이미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만큼 담담하게 연봉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다.


이종범의 도해 카드
"내 주위에 있는 50대 중반 사람들의 70%는 지금 건달이 되었다. 나는 공부 못해서 지방대학 다녔지만 친구들은 공부 잘해서 소위 sky라는 명문대에 들어갔다. 스카이 나왔으니까 대기업과 큰 조직에 들어가는 것도 쉬웠는데 30년 가까이 월급쟁이 생활하다가 직장 그만두고 나오니 아무것도 할 일 없는 건달이 된 것이다. 조직이라는 울타리 밖에 나오니까 연못 밖 맨땅에 던져진 붕어 신세가 되었다. 이들에겐 두려움과 번민이 물밀듯 몰려온다. 직장과 조직이라는 것이 족쇄도 되지만 울타리도 된다. 조직 안에 있을 때는 그토록 자유를 옥죄는 쇠사슬이더니만, 막상 나오면 엄청나게 그리운 울타리로 여겨진다. 중년 건달의 심리상태는 족쇄가 사라진 게 아니라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 조용헌의 인생 독법 中에서 -.


쫌생이로 비칠지 모르지만 이 글을 접하면서 상대적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5년이라는 기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남은 시간 동안 콘텐츠를 다듬고 인맥 관리를 한다면 퇴직 후 프리랜서 강사가 되었을 때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말이다.


이종범의 도해 카드


임금 피크는 두 가지 현실적 압박을 가져온다. 하나는 가계 또는 개인 경제의 위축이고 또 하나는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다. 임금 피크가 시행되면 통상적 지출 비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득 잉여자금이 넉넉하면 문제없지만, 해마다 10%씩 줄어드는 급여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

임금 피크 1, 2년 차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3년 차에 들어서면서 개인적 지출 압박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주는 생활비를 줄일 순 없기 때문에, 각종 세금성 비용과 보험료,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용돈에서 답을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보험료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보험사 강의를 하다 보니, 다소 과할 정도의 보험에 가입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개인연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지만, 그래도 손 볼 여지가 있었다. 다행히 임금 피크 3년 차가 시작되고 2개월 후, 두 개의 연금 저축이 끝나기 때문에, 그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 리 모델링을 단행했다. 결론은 보장성 보험료의 약 50%를 줄였다. 용돈을 아끼느라 식후 한 잔씩 먹었던 커피를 사내 커피로 대신했다. 또 강사의 길을 가는 만큼 책을 사는 일이 많은데, 이 또한 중고 서점 알라딘으로 대체하면서 지출을 줄여나갔다. 그 밖에 소소한 지출을 통제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심리적 위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불했을 비용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물건 하나를 사도 몇 번을 살핀다.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를 쫀쫀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랴, 지출은 현실인 것을, 심리적 위축은 행동반경에도 제약을 가한다. 탈무드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으로 <번민> <말다툼> <텅 빈 지갑> 3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텅 빈 지갑>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


현대 사회는 돈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 피크에 들어간 사람들의 자녀는 대부분은 고등학교, 또는 대학에 다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직 부모의 역할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는 심리적 불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행히 자녀들 모두 대학 졸업을 끝내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피크에 들어선 까닭에, 자녀로 인한 비용 압박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들의 경제적 압박은 가볍게 치부할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보다는 내일이, 현재 보다는 미래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산다. 내일의 희망은 지나온 행적들의 양과 질을 바탕으로 구체화된다. 막상 임금 피크를 경험해 보니 이론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일상이 나타났다. 좀 더 세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1. 현 지출액 중,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가요?


2. 현재 수입의 10%, 30%, 50%가 준다는 가정하에 가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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