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사람들은 노인을 지목한다. 혹여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막상 노인이 되고 나면 시간의중요성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차 떠난 다음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처럼, 기회를 놓치고 나면 미련만 커진다. 하다 못해 허름한 달구지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딱 거기 까지다.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은 조금 전에 지나간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도 그렇다. 돌아갈 수 없기에 소중하다. 그래서일까, 보험사에서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20년 전에 연금을 가입해 두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지금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두 번째로 좋은 시점이니까요.
이종범의 도해 카드
1952년생 이전은 60세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출생자들은 나이별로 1년씩 늦춰진다. 1953∼1956년생 61세,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등으로 1년씩 늘어나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당겨 받을 수도 있다. 1년을 당길 때마다 6%의 감액이 발생한다. 최고 5년을 당길 수 있으니까, 연금 수령액은 30%가량 감액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당장 가계 소득이 압박받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리 당겨서 연금을 수령하는 만큼 정상적으로 수령하는 연금보다는 적은 금액을 수령한다. 반면에 연금 수령을 늦출 수도 있다. 역시 5년까지 가능하다. 이는 당길 때 감액과는 달리 1년을 늦출 때마다 7.2%씩 증액된다. 5년간 연금 수령을 미루면 36%가 증액되는 셈이다. 이 방식은 연금 공백기에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 선택하면 좋은 방법이다. 어찌 되었든 60~65세 구간에 실질적 고정 소득이 없다면, 자신의 연급 수급 연령까지 이어지는 소득 공백은, 경제적으로 버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적 연금에 기대어 퇴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노후 생활비로 쓰기엔 연금 수령액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된 연금가입률을 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48%, 퇴직연금 가입자는 그 보다 적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사적 연금인 개인연금 가입자도 12%에 불과할 뿐이다. 흔히 말하는 3층 연금(국민, 퇴직, 개인연금)도, 모두 가입한 사람은 27.6%에 지나지 않는다. 이 통계를 뒤집어 해석하면, 기초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 연금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 100명 중 52명은 국민연금조차 가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퇴직 연금은 그렇다 치고 개인연금이라도 가입해 두었다면 좋겠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베이비부머 100명 중 88명은 개인연금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상이 이런데 퇴직 후 일 손을 놓을 수 있을까?
어쩌면 60세에서 65세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연금 공백은, 그다지 큰 위험이 아닐 수 있다. 어차피 연금 미가입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연금 공백에 미련을 둘 여지가 없어서다. 미가입자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연금 가입자도 연금 수령액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런저런 경제활동에 방점을 둘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연금 가입 유무를 더나 연금 공백이 가계 경제를 저해하는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연금 무용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노인 소득 구성비율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공적이전 소득'은 16.3%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OECD 평균 58.6%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년기 소득원으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OECD 평균 근로소득 비율이 23.9%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63%로 나타났다. 이는 퇴직 후에도 쉬지 못하고 산업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이 100명 중 63명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퇴직 후에도 쉴 수 없는 팍팍한 일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퇴직 후, 연금 공백은 분명한 위험이다.
노년기 가계 경제를 지탱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자금 중 하나가 연금인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퇴직 전에 연금성 자산을 준비하되 치밀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기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퇴직 연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3증 연금 중 하나인 개인연금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아래 예시를 참고하여 노후 생활비 조달 방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준비 중이거나 준비를 마친 연금성 자산을 펼쳐 놓고 아래 그림을 참조하여 체크해보라. 먼저 그림 왼쪽에 있는 파란 박스 줄의 연금성 자산부터 하나씩 적어보라. 단, 퇴직 후 발생 가능한 소득원을 기입하되 추후 가입할 생각이 있는 상품은 제외시켜야 한다. 굳이 표현하고 싶다면 점선으로 표시하라. 두 번째는 그림 하단부에 있는 해당 연령을 기재해야 하는데, 편의상 퇴직 시점(60세)부터 3년 또는 5년 간격으로 나이를 기재하되 적어도 100세까지 보일 수 있게 하라. 세 번째는 각각의 연금성 자산이 몇 살부터 수령하여 몇 살에 끝나는지 화살표로 표시한다. 마지막으로 그림 하단의 파란 박스 줄에 있는 해당 연령란에 몇 개의 소득이 발생하는지 계산하면 끝이다(예: 60세 소득 주머니 3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의할 것은, 추후 가입 예상인 상품이나, 아직 확정할 수 없는 소득원은, 아래 그림처럼 점선으로 표기하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연금성 자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완성되면 노년기 매 연령마다 어떤 소득이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연령별로 발생하는 소득을 알고 싶다면, 각 연령별 연금성 자산을 합산하면 되는데,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퇴직 연금도 가입 중인 금융기관에 알아보면 된다. 주택연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아니다. 개인연금은 보험 설계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금액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고, 또 해당 상품 적용 이율을 정확히 산정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연금성 자산 시뮬레이션은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좋다. 퇴직은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까지 준비된 소득이, 퇴직 후 희망하는 생활비에 어느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추후 가입해야 할 필요를 판단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1.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가입되어있나요?
2. 퇴직 후 희망하는 생활비는 어느 정도인가요(계정을 구분하여 작성해 보세요)?
3. 부부가 작성한 연금성 자산 외에, 추후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부의 인적 자산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