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펴야 할, 소득 디자인

그날이 오기 전에

by 이종범



Age_55

Risk_연금 공백



“시간이 정말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은 누굴까요?”


적지 않은 사람들은 노인을 지목한다. 혹여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막상 노인이 되고 나면 시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차 떠난 다음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처럼, 기회를 놓치고 나면 미련만 커진다. 하다 못해 허름한 달구지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딱 거기 까지다.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은 조금 전에 지나간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도 그렇다. 돌아갈 수 없기에 소중하다. 그래서일까, 보험사에서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20년 전에 연금을 가입해 두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지금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두 번째로 좋은 시점이니까요.


이종범의 도해 카드


1952년생 이전은 60세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출생자들은 나이별로 1년씩 늦춰진다. 1953∼1956년생 61, 1957∼1960년생 62, 1961∼1964년생 63, 1965∼1968년생 64 등으로 1년씩 늘어나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당겨 받을 수도 있다. 1년을 당길 때마다 6%의 감액이 발생한다. 최고 5년을 당길 수 있으니까, 연금 수령액은 30%가량 감액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당장 가계 소득이 압박받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리 당겨서 연금을 수령하는 만큼 정상적으로 수령하는 연금보다는 적은 금액을 수령한다. 반면에 연금 수령을 늦출 수도 있다. 역시 5년까지 가능하다. 이는 당길 때 감액과는 달리 1년을 늦출 때마다 7.2%씩 증액된다. 5년간 연금 수령을 미루면 36%가 증액되는 셈이다. 이 방식은 연금 공백기에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 선택하면 좋은 방법이다. 어찌 되었든 60~65세 구간에 실질적 고정 소득이 없다면, 자신의 연급 수급 연령까지 이어지는 소득 공백은, 경제적으로 버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적 연금에 기대어 퇴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노후 생활비로 쓰기엔 연금 수령액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된 연금가입률을 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48%, 퇴직연금 가입자는 그 보다 적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사적 연금인 개인연금 가입자도 12%에 불과할 뿐이다. 흔히 말하는 3층 연금(국민, 퇴직, 개인연금)도, 모두 가입한 사람은 27.6%에 지나지 않는다. 이 통계를 뒤집어 해석하면, 기초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 연금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 100명 중 52명은 국민연금조차 가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퇴직 연금은 그렇다 치고 개인연금이라도 가입해 두었다면 좋겠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베이비부머 100명 중 88명은 개인연금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상이 이런데 퇴직 후 일 손을 놓을 수 있을까?

어쩌면 60세에서 65세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연금 공백은, 그다지 큰 위험이 아닐 수 있다. 어차피 연금 미가입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연금 공백에 미련을 둘 여지가 없어서다. 미가입자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연금 가입자도 연금 수령액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런저런 경제활동에 방점을 둘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연금 가입 유무를 더나 연금 공백이 가계 경제를 저해하는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연금 무용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노인 소득 구성비율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공적이전 소득'은 16.3%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OECD 평균 58.6%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년기 소득원으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OECD 평균 근로소득 비율이 23.9%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63%로 나타났다. 이는 퇴직 후에도 쉬지 못하고 산업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이 100명 중 63명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퇴직 후에도 쉴 수 없는 팍팍한 일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퇴직 후, 연금 공백은 분명한 위험이다.

노년기 가계 경제를 지탱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자금 중 하나가 연금인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퇴직 전에 연금성 자산을 준비하되 치밀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기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퇴직 연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3증 연금 중 하나인 개인연금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아래 예시를 참고하여 노후 생활비 조달 방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준비 중이거나 준비를 마친 연금성 자산을 펼쳐 놓고 아래 그림을 참조하여 체크해보라. 먼저 그림 왼쪽에 있는 파란 박스 줄의 연금성 자산부터 하나씩 적어보라. 단, 퇴직 후 발생 가능한 소득원을 기입하되 추후 가입할 생각이 있는 상품은 제외시켜야 한다. 굳이 표현하고 싶다면 점선으로 표시하라. 두 번째는 그림 하단부에 있는 해당 연령을 기재해야 하는데, 편의상 퇴직 시점(60세)부터 3년 또는 5년 간격으로 나이를 기재하되 적어도 100세까지 보일 수 있게 하라. 세 번째는 각각의 연금성 자산이 몇 살부터 수령하여 몇 살에 끝나는지 화살표로 표시한다. 마지막으로 그림 하단의 파란 박스 줄에 있는 해당 연령란에 몇 개의 소득이 발생하는지 계산하면 끝이다(예: 60세 소득 주머니 3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의할 것은, 추후 가입 예상인 상품이나, 아직 확정할 수 없는 소득원은, 아래 그림처럼 점선으로 표기하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이종범의 도해 카드_연금성 자산 시뮬레이션 표

https://youtu.be/TAA6gVl3FxI


이렇게 연금성 자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완성되면 노년기 매 연령마다 어떤 소득이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연령별로 발생하는 소득을 알고 싶다면, 각 연령별 연금성 자산을 합산하면 되는데,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퇴직 연금도 가입 중인 금융기관에 알아보면 된다. 주택연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아니다. 개인연금은 보험 설계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금액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고, 또 해당 상품 적용 이율을 정확히 산정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연금성 자산 시뮬레이션은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좋다. 퇴직은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까지 준비된 소득이, 퇴직 후 희망하는 생활비에 어느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추후 가입해야 할 필요를 판단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1.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가입되어있나요?


2. 퇴직 후 희망하는 생활비는 어느 정도인가요(계정을 구분하여 작성해 보세요)?


3. 부부가 작성한 연금성 자산 외에, 추후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부의 인적 자산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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