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사람은 배우자뿐

그날이 오기 전에

by 이종범

Age_57

Risk_무관심



"돈이 없다면? 돈이 떨어진다면?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여행은 안 가도 그만이다. 자동차도 버릴 수 있다. 돈이 없다고 대우해 주지 않은 곳은 안 가면 그만이다. 노후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돈 보다 이런 각오가 더 중요하다. 인간 수명 100세다. 준비할 것도 많지만 이런 마음 가짐도 저축해 두면 더 든든하지 않겠는가?"
-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저축(貯蓄)은 쌓아서 모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언제든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돈을 쌓으면 금융 저축, 마음 가짐을 쌓으면 마음 저축인 셈이다. 마음 저축은 실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적 수련의 자세로 쌓아야만 꺼내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마음 수련이 부족해서 <화>를 쌓았다면, 꺼낼 때마다 평지풍파를 각오해야 한다.


"당신이 나가면 그때부터 내가 숨을 쉬어요"

가까이 지내는 노 부부 이야기다. 노부부가 다투던 중 아내가 남편에게 한 말이다. 남편은 경비 일을 하는데, 근무가 없는 날이면 짜다, 싱겁다, 음식 투정은 기본이고, 어딜 갈 때면 모든 길을 다 아는 사람처럼 입이 쉬질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어느 아파트는 당신이 지었고, 저 아파트는 무엇이 잘 못 됐고, 저녁 뉴스를 볼 때는 척척 박사라도 된 듯 이런저런 평가를 빼놓지 않는다. 어쩌다 남편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윽박지르듯 소리가 커지는 것은 기본이고, 입이 거칠어지는 것도 다반사란다. 그럴 때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제하지 못해 다툼이 잦다는 것이다. 그런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그제야 맘 편이 숨을 쉰다는 하소연을 숨기지 않는다.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틈이 벌어지면 가장 먼 사이가 되고 만다. 배우자에게 서로의 기대를 강제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은 아니다. 매사를 자기중심으로 끌고 가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으면, 배우자의 마음은 <화>로 멍들고 언젠가는 사단을 만드는 이유가 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배우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저축해야 할 이유다.


부부간에 마음을 저축하면 배려라는 특별한 이자가 붙는다. 그 이자가 노 부부의 사랑을 키우는 묘약이라고 말하면 억지일까? 요즘 아내에게 생각지도 못한 용돈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키지 않아도 저녁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빨래 널기,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처리하기, 강아지 목욕시키기, 화초 물 주기 등 아내의 손길을 덜어주려 애쓰는 편이다. 물론 전에도 하던 일이지만 그땐 시켜서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시키기 전에 먼저 하다 보니 시켜서 하는 것보다 마음이 뿌듯했다. 어제도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강아지 두 마리와 저녁 산책을 다녀왔다. 내친김에 아기들 목욕까지 끝냈다. 세면장 정리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내가 선물을 준다.


"자기야, 수고했어 용돈이야"


오천 원이다.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 손을 도우면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긴다. 오천 원이 큰돈은 아니어도 그 마음은 오만 원쯤 되지 않을까? 소소한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얻는 지름길은 시키기 전에 한 발 앞서서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눈으로 주변을 바라봐야 한다. 특별한 한 날, 특별한 서프라이즈만 감동을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배려만으로도 작지 않은 감사를 나눌 수 있다.



1. 배우자를 대신해서 책임지고 하는 가사일을 적어보세요


2. 부부간, 가사 분담률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3. 퇴직 후 가사 분담률을 늘릴 생각이 있나요?


4. 아내의 가사노동을 급여로 책정한다면 얼마를 주어야 할까요?


keyword
이전 07화나이 들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