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삼굴(退職三窟) 파기

그날이 오기 전에

by 이종범

Age_54

Risk_현실에 취해 플랜 b를 외면하는 것



Half time!

스포츠 경기에서 전반과 후반의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보통은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하지만 승리를 위한 후반 전략을 수립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인생도 하프타임 전략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 인생 하프타임은 50세다. 이 시점에 들어서면 잊지 말고 준비할 것이 있다. 본격적인 노후가 시작되는 60+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적어도 퇴직하기 10년 전부터는 자기 성찰은 물론 자기 계발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일종의 퇴직 리허설을 갖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리허설을 무시한 채 퇴직 관문에 들어선다. 준비 없이 마주한 퇴직은 황량함과 쓸쓸함이 몰아치는 광야에 홀로 남겨진 것과 다르지 않다. 사는 게 바빠서 퇴직 이후를 준비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해 봐야 누구 한 사람 동정표를 던지지 않는다. 이처럼 탓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노후준비를 하느냐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 한 사람 다르지 않다. 가진 게 많고 적음을 떠나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가 꿈꾸는 퇴직 후의 삶은, 돈을 펑펑 써도 마르지 않는 갑부의 삶이 아니다. 최소한 타인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정도의 돈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시간 적 여유, 그리고 건강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손 벌리지 않는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저마다 원하는 돈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냉철하게 자기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를 산출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퇴직 후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후련하다”와 “걱정이다”로 양분된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의 굴레에서 앞만 보고 뛴 세월이 족히 30년은 넘는다. 짧지 않은 세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만 했을 테니 “후련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후자가 더 현실적인 대답이다. 퇴직 후 30, 40년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계획한 노년을 살기 위한 리허설이 필요하다. 그 기간이 적어도 10년은 되어야 한다. 퇴직 전 10년이 중요한 이유다.

필자는 53세부터 인생 후반의 삶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크게 보면 3가지인데 이른바 퇴직 삼굴(退職三窟)이 그것이다. 퇴직삼굴은, 토끼가 생존을 위해 세 개의 굴을 판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에서 빌려온 것으로, 준비 없이 마지한 퇴직을 경계하는 의미로 노년기 삶을 위한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1. 퇴직 삼굴 첫 번째: 칼럼니스트


퇴직 후 나만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첫 번째 굴 파기는 글쓰기다. 글쓰기라고 해봐야 학창 시절 연애편지와 방학숙제로 일기를 쓰는 일이 전부라고 할 만큼 글쓰기엔 문외한이다. 그런데도 칼럼니스트가 되길 희망했다면 콧방귀를 뀌고도 남을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년이 넘게 강사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연수원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건 PPT 흐름대로 쓰면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때 떠오른 생각, 한 줄이 브런치와 연결된 오작교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평소처럼 브런치 작가들이 발행한 글을 접하던 어느 날, 글 하단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에서 작가의 꿈을 펼치실 분들은 언제든 작가로 지원해 주세요”


글쓰기를 고민하던 때라 그런지 이 문장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마치 속 마음을 들킨 것처럼 심장이 쿵쾅 거렸고, 요동치는 가슴을 부여잡고 몇 날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글쓰기는 배운 적도 없는데 가능할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글 쓰고 싶은 욕망이 강해질수록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도전욕도 강해졌다. 끝내는 저질렀고 5번을 탈락하고 6번째 글이 브런치 팀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기다리던 메일이 들어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믿기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메일을 확인해 보니 틀림없이 작가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부터 신들린 사람처럼 글을 썼다. 덕분에 “생애 후반의 함정”, “세일즈 레슨”이라는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부크크), 사내에선 비매를 전제로 <이기는 세일즈엔 비밀공식 있다>, <시장개척 비밀 공식, 헤드핀을 공략하라> 마지막으로 <시장개척 비밀노트>라는 내 이름의 책을 가질 수 있었다. 주먹만 한 눈덩이도 계속 굴리면 커지듯, 글쓰기도 그랬다. 글씨기에 심취한 만 3년이 지난 2018년 10월, 매일경제 <우버 인사이트>를 통해 <이종범의 제3의 나이>라는 주제의 칼럼을 쓰게 되었다. 이어서 2019년 3월엔 한국 경제 <The pen>을 통해 <이종범의 셀프 리더십>과, 한국 보험신문 <이종범 강사의 60+ Life story>라는 주제 칼럼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쓰인 글쓰기는 2020년 10월 현재, 매일경제 65편, 한국경제 36편, 한국 보험신문에 33편의 칼럼으로 남아있고, 지금도 세 곳 모두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입문할 수 있었던 brunch엔 약 5년 동안 10개의 매거진에 443편의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늦깎이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칼럼니스트,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고마울 뿐이다. 좌충우돌 첫 번째 굴 파기는 그렇게 전개 중이다. 아무쪼록 퇴직 후에도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좋은 굴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2. 퇴직 삼굴 두 번째: 여행하는 노후


사실은 두 번째 굴 파기가 아직은 가장 버겁게 다가온다. 결혼 31년 차긴 하지만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여행은 이런 것이다라고 할 만한 경험도 부족하다. 다만 어떤 곳을 여행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아내는 퇴직 후 적당한 시점에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 때문인지 외국 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에 관심이 많다. 퇴직 후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돌면서 접한 풍경들과 사람 사는 모습을 글로 남기고 싶다. 아내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핫 플레이스를 시작으로 전국 방방 곡곡에 산재한 유명 장소들을 섭렵하고 싶어 한다. 사실 아내는 40대 초반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지금은 매우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고속버스도 혼자서는 버거워한다. 오로지 필자가 운전하는 자가용만 고집한다. 그런 이유가 해외여행을 가로막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 우리 부부는 국내 곳곳 다녀보지 못한 비경을 둘러보는 여행자로 나이들 생각이다.


3. 퇴직 삼굴 세 번째: 노후 전문 산업 강사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본업은 강사다. 그것도 대형 손해 보험사에 있다 보니, 수많은 강단에서 보험 상담 스킬과 노후준비에 관한 대, 내외 강의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퇴직 삼굴(退職三窟) 중 세 번째 굴 파기는 벌써 20년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하나는 코로나가 발병하면서 off line에서 on line 강의로, 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내에서 zoom을 활용한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익숙하다고 말할 순 없다. 마치 벽을 보고 강의하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강의 열정이 끌어 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퇴직하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 고민은, 2011년부터 준비 중인 노후준비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내에선 재미있게 다루는 소재가 아니라서 그런지 58명에 이르는 연구원 중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뿐만 아니라 노후 빈곤율도 세계 1위다. 그렇다면 상응하는 준비가 필요한데 실상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노후 준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행력은 미약한 현실이다. 때문에 강사로서 노후 콘텐츠를 장착하는 것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퇴직 삼굴(退職三窟)은 60세 이후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퇴직 삼 굴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아래 질문을 통해 노년기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퇴직 삼굴(退職三窟)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1. 당신이 희망하는 노년을 위해 만들고 싶은 굴은 몇 개인가요?


2. 각각의 굴 파기에 어울리는 이름은 무엇이 좋을까요?


3. 현재 당신의 굴 파기 진척도는, 현재 어느 정도인가요(100%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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