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범 Nov 25. 2020

잎차 한잔,  그리고 글 한 줄

거실로 나왔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

거실은 텅 빈 것처럼 고요하다


인기척이라곤 내 발자국 소리가 전부다.

세면장 스위치를 누른다

어둠을 넉넉히 깨울법한 빛이

문틈으로 새어 나온다


세면을 마치고 안방으로 향했다

가족들의 잠든 밤을 깨울까 조심스럽다.

 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장롱문을 연다.

그리고 출근을 위한 옷가지를 챙겼

다시 살금살금 거실  카펫을 밟는다

다행이다. 발자국 소릴 감춰줘서


출근 채비를 마쳤다

주방 식탁 위, 커피 포트를 데운다.

생각보다 물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딸아이가 태국 여행 때 사 온, 잎차를 우린다

찻잎의 이름도 모른다. 그저 향이 좋다.

무엇보다 이른 아침 입 맛에 어울린다

개운한 뒤끝이 좋아서,

이 시간이면 거르지 않고 마신다.

지금처럼 추워지는 날씨엔 제격이다.


아직은 25분 정도 여유가 있다.

3독 중인 책을 꺼냈다. 

법정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접하는 법정스님의 글은,

새날을 위한 생각 리듬을 깨우고도 남는다.

그러고 보면,

법정스님의 글 한 줄과, 이름 모를 잎차 한잔은

새날을 가치 있게 시작하는, 

<새벽 비타민>인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움직이는 것들은 살아있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