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lumnlist Jan 23. 2024

지켜야 할 3가지

사운드로 음악 듣는 법 (2)

지켜야 할 3가지가 무엇일까요?


1. 모노 스피커, 혹은 한쪽 이어폰으로만 듣지 않기(될 수 있다면 헤드폰으로 듣기)     


2. 유튜브로 듣지 않기     


3. 음악 감상 시 네모난 스크린을 상상하기     



1. 음악을 한쪽 이어폰으로만 듣는 건, 영상을 반만 보는 것과 같습니다. 모노 스피커(주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건 영화를 둥글게 보는 것과 같고요. 만약 스크린이 동그랗게 말려 구체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화면 정중앙에 있는 장면만 정확하게 볼 수 있고 모서리에 있는 장면들이 구체의 반대편으로 말려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이상하겠죠? 이게 모노로 들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각주 : 사실 비유가 적절하진 않습니다. 더 적절하게 비유하자면,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갑자기 중앙으로 모인다고 해야 정확합니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서로를 마주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근데, 테이블 위에 남주와 여주가 거의 구겨지듯이 붙어 있다면? 그건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니겠죠.   

  

2. 유튜브로 들으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노래가 잘려서 들립니다. 유튜브의 음질은 192K로 고정되어 있습니다(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CD 혹은 LP로 듣는 음악은 무손실 음원입니다. WAV, FLAC 파일이 무손실 음원 확장자입니다. 이 확장자는 용량이 상당합니다. 보통 60MB 정도 되죠. 용량이 커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근데 이걸 320K MP3 파일로 압축한다면 10MB로 줄어듭니다. 192K MP3 파일로 압축한다면 6~7MB까지 줄어들죠(wma로 압축하면 1-2MB까지 줄어들지만, 그만큼 음질이 떨어집니다). 음원을 압축하면 경제적입니다. 그럼, 음원을 압축했을 때 생기는 문제가 뭘까요? 소리가 흐리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1080p 영상을 보다가 360p로 낮춰본다면 어떨까요? 마치 마이너스 시력을 가진 사람이 안경을 벗고 사물을 보는 느낌이겠죠?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리들이 희미해집니다. 그나마 320k는 괜찮지만, 192k는 16000hz 윗부분이 잘려 들립니다. 공식 계정으로 올린 음원이면 모를까, 일반인이 업로드하는 음원 중에는 128K까지 있습니다. 128K는 180p 영상을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1080p가 아니고 180p요. 이런 이유 때문에 유튜브로 음악 듣는 걸 지양합니다. 가사와 멜로디로 음악을 듣기엔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운드로 음악 듣기엔 최악의 조건이죠.      



3.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음악 감상 시 네모난 스크린을 떠올리기. 이게 무슨 말일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 두 개의 영상을 링크해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식으로(이 영상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음악을 들을 겁니다.     

    


(아 이것도 유튜브 영상이라 소리가 좋진 않습니다. 아오 유튜브...)


이런 식으로 소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며 들을 겁니다. ‘아니, 왜 굳이 음악을 이렇게까지 수고롭게 들어야 해?’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죠.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 음악 듣는 게 즐겁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추상적인 의미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가 아닌,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으십니까? 실제로 어딘가에 빨려 들어가는, 혹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공간이 바뀌는 느낌은요?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 거대한 파도를 만나서 부딪치는 느낌은요? 사실, 믹싱 엔지니어(그리고 작곡가)들은 이런 장면을 상상하고 실제로 음악에 구현해 냅니다. 다만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지요.


 사실 음악을 제대로 듣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룸 어쿠스틱이 완벽한 방음실에서 최소 2,000만 원이 넘는 스피커와 프리앰프가 연결된 LP 플레이어 혹은 CD 플레이어(플레이어도 비쌉니다)로 음악을 들어야 하니까요. 저도 26살이 되어서야 전문적으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회사의 메인 룸의 가격(룸 어쿠스틱 비용, 스피커, 기타 장비들 포함)은 약 1억 원 정도 되었습니다(보통 메인 룸의 가격이 그 정도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엄청 비싼 방이었네요). 거기서 참 많이 음악을 들었더랬죠. 지금은 23만 원짜리 헤드폰으로‘만’ 음악을 듣지만요. 하지만, 그때의 기억 덕분에 아직도 사운드로 음악을 듣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시설에서 트레이닝을 받다가, 동네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해도 그때의 트레이닝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여하튼! 중요한 건 꼭 좋은 스피커가 아니더라도 ‘방법’만 안다면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요새는 믹싱을 마치고 꼭 아이폰 번들 이어폰으로 체크를 합니다. 대중들은 아이폰 번들 이어폰 혹은 에어팟으로 들으니까요. 1억 원 룸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정말 소수입니다. 믹싱 엔지니어들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이폰 번들로도 자신들이 표현한 음악이 들리게끔 마무리 작업을 합니다. 그러니 준비물은 아이폰 번들 이어폰(집에 좋은 헤드폰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모니터링 스피커가 있다면 더 좋고, DA 컨버터까지 있다면……. DA 컨버터 있으신 분은 앞으로 공개될 ‘사운드로 음악 듣기’에 댓글로 첨언해 주세요. 각주를 덧붙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과 320k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만 있으면 됩니다. 무손실 음원이 있으면 좋지만, 음원을 플레이하는 기기가 그 사운드를 구현해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번들 이어폰으로 무손실 음원과 320K 음원을 구별해 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좋은 스피커와 좋은 플레이어가 있다면 무손실 음원으로 듣는 걸 추천합니다. 번들 이어폰과 아이폰(혹은 갤럭시)뿐이라면, 일단은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자, 음악을 듣는 법. 오리엔테이션이 끝났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가수도, 가사도, 악기도 머릿속에서 지울 겁니다. 기타 소리를 기타 소리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드럼 소리도 드럼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하나의 헤르츠 덩어리로 생각할 겁니다. 헤르츠 덩어리, 다시 말해 그냥 소리로 들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다음 시간엔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볼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봬요!

이전 02화 사운드로 음악 듣는 법? 무슨 소리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