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lumnlist Jan 23. 2024

사운드로 음악 듣는 법? 무슨 소리야?

사운드로 음악 듣는 법 (1)

여러분은 음악을 들으실 때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들으시나요? 가사? 멜로디? 가창자의 가창력? 리듬? 바이브? 이 밖에도 많은 요소가 음악을 듣는 ‘부분’이 될 겁니다. 혹시 ‘사운드’라고 대답하신 분 있으세요? 그렇다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다 아시는 얘기일 거든요. ‘사운드로 음악을 듣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소리로 음악 듣는 법? 뭔 소리지? 음악이 소리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신 분,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사운드로 음악을 듣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왜 사운드로 들어야 하나? 

그것은 믹싱 엔지니어의 의도대로 음악을 듣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작곡가의 의도는 ‘방법’을 몰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사, 코드 진행, 그루브, 바이브 등등으로요. 케이크에 빗대어 설명하면, 작곡가는 여기까지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반죽도 하고 굽기도 해서 빵을 만들어냅니다.     


믹싱 엔지니어는, 이렇게 구워진 빵에 데코레이션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요.    

각주 : 비유하자면 이렇다는 거지, 꼭 이런 건 아닙니다. 작곡가와 믹싱 엔지니어의 관계는 굉장히 유동적입니다. 작곡가가 데코레이션까지 마친 트랙을 믹싱 엔지니어가 믹싱하는 경우도 굉장히 빈번합니다.



이렇게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한 노래는 믹싱 엔지니어의 손을 거쳐 작품으로 바뀝니다. 즉, 믹싱 엔지니어는 ‘사운드’로 그림을 그려 맛(본질, 즉 멜로디/화성/그루브 등등 곡을 구성하는 요소들) 이외의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근데 사실, 작곡가가 믹싱도 합니다. 작곡가와 믹싱 엔지니어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하고, 작곡가가 가믹싱을 한 트랙을 보내 "이렇게 믹싱해주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믹싱 엔지니어도 "이건 이 느낌이 좋아서 이렇게 갔습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믹싱 엔지니어와 작곡가, 둘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요(작곡가가 믹싱까지 하는 경우[꽤 많음]). 


믹싱 엔지니어의 의도를 설명하기 전, 우리는 서양 음악과 동양 음악, 특히 동아시아권 음악의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일단, 서양과 한국이 음악을 접하는 방식의 차이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은 멜로디, 화성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정통 한국 음악(특히 발라드) 스타일은 화성의 변화가 다채롭죠. 이에 반해 서양 팝 음악은 코드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riff음악(하나의 프레이즈, 혹은 코드 프로그레이션이 변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 것. 다른 말로는 후크송이라도 한다) 스타일이죠. 미국 음악의 코드 진행이 얼마나 극단적이냐면, 코드 하나만 가지고 곡을 이끌어갑니다. (Ex : 마이클 잭슨 - Shake Your Body, 저스틴 팀버레이크 - sexy back, 이기 아젤리아 – Fancy, benny benassi presents the biz의 앨범 ‘hypnotica’의 수록된 곡들 등등이 있습니다) 코드 하나만 가지고 곡을 쓰는 것을 요리에 비유하자면, 재료를 딱! 한 가지만 쓰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에 다양한 악기의 변주, 즉 사운드의 변화로 곡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각주 :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코드를 하나만 쓰더라도, 모드 스케일을 이용하면 한 코드 안에서 다양한 멜로디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모드 스케일이란 교회 선법입니다. 총 7개의 스케일이 있는데,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아이오니언, 레미파솔라시도레는 도리안, 미파솔라시도레미는 프리지언 등등, 한 옥타브 안에 있는 흰건반마다 하나의 스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도레미파솔라시 총 7개의 스케일). 쉽게 얘기하자면, C Key의 C코드(I도)라는 집(조성)의 주인은 아이오니언인데, 가끔 도리안이 와서 주인 행세도 하고 프리지언이 와서 주인 행세도 하는 겁니다. 집은 그대로인데 주인이 가끔 바뀌는, 렌탈 하우스, 쉐어 하우스 느낌이랄까요. 뭐, 딱히 알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화성’으로 음악 듣기가 아닌, ‘사운드’로 음악 듣기를 할 것이니까요. 모드가 쓰인 곡이 궁금하시다면, 

이 사람의 영상을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반면에 한국 음악은 코드의 변화가 다채롭죠. 대신 악기 구성의 변화, 즉 사운드의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코드를 다채롭게 쓰는 건 재료를 여러 가지 쓰는 것과 같습니다. 악기 구성의 변화가 없다는 건, 조미료를 딱 하나만 쓰겠다는 겁니다. 

각주 : 악기 구성의 변화가 없다는 말은 즉 갑자기 새로운 악기가 나온다거나, 그루브의 영향을 끼치는 악기가 나온다거나, 원래 나오던 악기가 빠지고 새로운 악기가 계주 하듯 바통 터치를 한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주법이 변하거나, 계속 나오던 악기가 잠시 빠지는 것은 악기 구성의 변화라고 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글에 한해서는요.     



미국은 스테이크를 먹죠? 시즈닝을 듬뿍듬뿍 발라서요. 디핑소스도 여러 가지입니다. 하지만 사이드메뉴는 다양하지 않죠. 감자튀김이나 매시드포테이토가 같이 나오고, 어쩌면 피클이나 할라피뇨 같은 식초에 절인 반찬이 곁들여지기도 하죠. 한국은 어떻죠? 흰쌀밥에 반찬은 적어도 9첩은 나와야 하죠? 김치만 해도 보통 두세 가지가 기본으로 상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나물도 나오죠. 나물들 간은 어떻게 하나요? 참기름하고 간장 그리고 다진 마늘. 양념은 웬만하면 이게 끝입니다. 찌개 하나와 고기 하나는 나와줘야 하죠? 저 역시 상 위에 남의 살이 없으면 젓가락이 경로를 이탈하곤 합니다. 재료가 다양한 한국 음악과 조미료가 다양한 미국 음악, 서로의 강점(추구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하지만, 팝 음악이 한국으로 스며들어 오면서 문제가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분명 단순한 코드 진행(리프음악)까지는 들어왔는데, 사운드의 변화는 들어오지 않은 겁니다. 코드 4개로 한 곡을 끝내긴 하는데, 소리들의 움직임까지는 아직 들어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스테이크를 먹긴 하는데, 다진 마늘이랑 간장, 참기름만으로 간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적어도 이전엔 반찬이 다양했었는데, 요새는 반찬 가짓수도, 조미료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수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사운드로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 익숙하지 않거든요. 서양인과 한국인의 성향 차이도 있지만, 여러 문제도 있습니다.     


1. 사운드로 음악을 들을 만큼 좋은 청음 환경과 가격이 갖추어지지 못했다.


사운드로 들으려면 좋은 룸 어쿠스틱과 좋은 스피커가 필요합니다. 이런 공간이요.     

사진 출처 : https://rdacoustic.cz/en/blog/2020/05/15/building-a-high-end-listening-room-4-fine-tuning-acoustics/

서양은 이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냐고요? 전혀 아니죠! 룸 어쿠스틱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위 사진처럼 방을 개조하는 비용만 적어도……. 모르긴 몰라도 억대일 것 같네요. 하지만, 서양인들은 적어도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단독주택에 사니까요. 아파트 생활이 기본이 된 한국에서 음악을 크게 듣는다? 낮에도 불가능합니다. 


스피커의 가격도 다릅니다. 미국에서 1,000$에 구매할 수 있는 스피커가 한국에 들어오면, 가격이 1.5배가 됩니다. 관세가 붙으니까요. 최저임금도 다르죠. 우리나라에서 200시간을 일해야 살 수 있는 것이, 미국에선 100시간만 일해도 살 수 있으니까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피커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방을 가지고 있으니, 자연스레 사운드로 듣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죠. 이런 상황 때문인지, 반대로 우리나라는 이어폰 시장이 꽤 발달했습니다. 귀에 다들 10~20만 원쯤 되는 이어폰을 끼고 다니죠. 저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를 합니다(정말 그냥 농담입니다). 100만 원대의 헤드폰은 200만 원 대의 이어폰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100만 원 대의 스피커는 200만 원대의 헤드폰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만큼 스피커와 이어폰의 간극은 큽니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죠. 그게 귀 건강에도 좋습니다. 특히 사운드로 음악을 들을 때는 말입니다. 


우리가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는 주로 어떤 경우일 때인가요? 식당에서 음식을 먹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입니다. 가게에 스피커가 있으니까요. 룸 어쿠스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커의 위치입니다. 천장에서 보았을 때, 사람을 기준으로 역삼각형 모양이 가장 이상적이지요.     

사진 출처 : https://www.focal.com/en/focal-teach/position-of-hifi-stereo-speakers

위 그림의 B 칸을 보시면, 귀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스피커의 트위터 부분이 귀의 위치와 맞아야 하죠. 그리고, 스피커가 벽과 가까이 있으면 안 되고, 스피커와 벽 사이에 ‘베이스트랩’이란 흡음재를 세워둬야 합니다. 안 그러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벽과 부딪치면서 그 공간에 소리가 뭉치거든요. 보통 이렇게까지 음악 듣기에 진심인 사람은 없죠.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도 카페나 가야 가능한데, 카페 스피커는 보통 천장 어딘가에 있거나, 모노 블루투스 스피커가 카운터에 자리하고 있죠. 이런 청음 환경이 잘못됐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 다만, 사운드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환경일 뿐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한국 음악은 가사와 멜로디, 코드 진행 중심적이니까요. 어……. 근데 요새 나오는 음악들의 가사 상태가 거의 팝이던데……. 코드 진행도 그렇고…….     


2. 사운드보다는 가사나 멜로디, 즉 감성적인 부분을 더욱 중요시한다.


감성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에 사운드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본국보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외국 가수들의 특징을 보면 대개 멜로디나 화성이 아주 예쁩니다. 제프 버넷, 크리스찬 쿠리아, 프렙(PREP) 같은 뮤지션들처럼요. 멕 에이레스나 라우브같은 뮤지션들은 본국에서의 인기만큼이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죠. 예쁘고 아름다운 선율과 코드 진행. 특히 한국인들에게 어필되는 요소를 충족한 뮤지션들의 공통점이 있죠.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제일 큰 건, 성향 차이겠죠. 그런데 왜 사운드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건가? 바로 시야를 넓히기 위함입니다. 아, 이 경우엔 청야라고 해야 할까요? 평생 신라면만 먹어본 사람이 ‘아 신라면 맛있어. 그래서 이것만 먹어.’라고 하는 것과, 지금까지 나온 모든 라면, 심지어 빙그레 라면까지 먹어본 사람이 ‘아 신라면 맛있어. 그래서 이것만 먹어.’라고 하는 것은 다르죠. 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이렇게도 들어보고 저렇게도 들어보고 난 뒤, 진짜 자신의 취향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집필했습니다. 꼭 사운드로 들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방법으로, 단지 교양 수준으로 알고 계시기만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너무 맹신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사운드로 음악을 듣는 법을 알아볼 겁니다. 사운드로 음악을 듣기 위해선 우리는 음악을 봐야 합니다. 앞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 3가지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이 3가지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이전 01화 인트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