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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Dec 29. 2023

유유상종, 물이유취

한 달간 금연을 하니 숨이 차지 않아요!

금연 5주째, 이제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단 한 번, 12월 25일 서점에서 했던 파티 때를 제외하고는...


제가 일하는 서점에서는 행사를 많이 합니다.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오직 서점]. 아웃렛 왔다가 한 번 들러주세요!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 소주와 맥주는 한 잔만 마셔도 취기가 올라오고 두통이 시작된다. 씁, 그으란-데 이상하게 양주는 서너 잔도 괜찮다. 칵테일 역시 한두 잔까지는 무리 없다. 그래서 칵테일을 두 잔이나 마셨더랬다. 4시부터 시작된 파티는 날짜를 넘긴 12시까지 이어졌고, 남아있는 사람은 사장님과 나 포함 5명이었다. 우리 서점에는 꽤 많은 보드게임이 있다. 우리는 그중, 5초 준다를 했다.

이 게임, 참 어렵습니다.

아... 판타지 소설 3권을 답하지 못해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회사 부서 3개를 답하라는 질문에 부장, 과장, 대리라고 답해서 또 한 잔 마셨다. 회사를 다니지 않은 죗값을 간이 치르는구나. 그렇게 두 잔을 연속으로 마시니 속이 뜨끈뜨끈하고 취기가 취끼취끼했다. 그렇게 파티는 1시에 끝나게 됐고, 나는 집 방향이 같은 글쓰기/독서 모임 회원 분과 택시를 탔다.

"술을 마시니까 담배가 피우고 싶네요. 가는 길에 살까요?"

내가 말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분이 먼저 내리고, 택시를 타고 좀 더 이동해 집 앞에 도착했다. 아파트 상가에 입점한 불 켜진 GS25를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올라갔다. 어차피 야간 무인 매장이라 담배도 구매할 수 없았다. 집에 와 샤워를 하며 한참을 생각했다.

'왜 술을 마시면 담배가 피우고 싶어 질까?'

분기마다 한 잔 내지 두 잔을 마시니 몰랐던 것이다. 술을 마시면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것을. 흡연자였을 때는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담배를 피웠으니 몰랐다. 음주는 흡연을 부른다는 사실을...




유유상종(類類相從), 물이유취(物以類聚)

그랬다.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게 있듯이(스프라이트!). 나쁜 놈 옆에는 나쁜 놈이 있다. 술이 흡연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술 옆에는 흡연이 있는 것이다. 흡연 옆에는 또 나쁜 놈이 있고, 또 나쁜 놈이 있고 또 나쁜 놈이 있고....


30년간 살면서 느낀 건, 삶이란 건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빼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 항상 다짐한다.

'위대해지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눈 뜨면 핸드폰 하지 말고 그냥 일어나야지.'가 되어야 한다.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닭가슴살도 먹고 보충제도 먹고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라, '몸 만들어야 하니까 군것질이랑 야식 먹지 말아야지.'가 되어야 한다.

'글 써야 하니까 키보드 사고, 노트북 사고, 작법서 읽고....'가 아니라, '유튜브 하지 말고 그냥 글이나 써야지.'가 되어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무언가를 더하려고 하지 말고 무언가를 덜어내자. 안 그래도 힘든 여정,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가려고 하는 거냐. 그냥 다 덜어내자. 그래야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그제야 보일 테니. 무언가를 더하지 말고 무언가를 덜어내자. 그 덜어낸 빈 곳에 또다시 애써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말자. 유유상종, 물이유취라 하지 않던가. 내가 올바른 사람이라면, 구태여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올바른 것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 모토가 무엇인가? '삶은 언제나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끈다.' 아닌가? 담배를 덜어냈으니, 그곳엔 다른 올바른 무언가가 채워질 것이다. 삶은 언제나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끄니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책에 중독되길 바란다. 2024년 목표! 책 중독! 북코틴! 아~ 북코틴 해주세요!


여담 : 금란물은 쉽지 않네요. 이거 참... 어떻게 보면 저출산 시대에 유일한 희망은 성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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