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는 문장으로 살아남았다.

by 이정은



글을 쓸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힘들고 어려워서 글쓰기가 무거운 과제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글쓰기 연료로 쓰던 불안이 너무 커져서 나를 태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불안은 내 속에선 선명하지만 정작 손엔 잡히지 않는다.


지금 당장 눈앞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데도 끊임없는 상상력을 부풀려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가는 실체 없는 공포다.


*


당시 나는 현대로맨스로 출간할 두 번째 작품을 쓰고 있었다.


첫 작품이 기대 이상의 엄청난 –내 기준에선 엄청나다- 성공을 거둔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니 부담도 부담이었고, BL에서 맛보지 못했던 기쁨을 현로에서 맛보았다는 이상한 죄책감도 있었다.


게다가 믿고 의지하던 가까운 지인들과 연이은 불화로 인해 마음마저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썼다.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글을 쓰지 않는 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꾸역꾸역 글자를 토해냈다.


그것밖에 매달릴 게 없기도 했고, 글마저 놓으면 진짜로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쓴 문장들은 조금도 나를 위로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쓰는데, 그 안엔 온통 피로와 체념뿐이었다.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내 감정의 찌꺼기를 쏟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혼자뿐인 집 안, 차고 쓸쓸한 공기, 머그잔 바닥에 말라붙은 커피 자국, 하얀 창 안에서 재촉하듯 깜빡이는 커서.


그때 알았다.


나는 글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게 아니라 글에게 잡아 먹히고 있는 중이라는 걸.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건 의지라기보단 본능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하루를 견디기 위해, 나는 문장을 썼다.


가까스로 완결을 지은 책이 출간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니었다.


단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기도를 하지만 나에겐 문장이 그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글이 나를 구원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쓰며 하루를 버텼다.


그 버팀의 끝에 남은 것은 완벽한 작품이 아니라,


‘아직 쓰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불안이 남긴 재 위에서, 다시 문장을 피워 올린다.


그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