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딘가에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내 세상이 뒤집혔다.
무료연재를 시작한 날이었다.
설렘과 긴장 속에서 소설의 1화를 업로드하고 얼마지 않아 조회수가 1로 바뀌었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를 단 한 명의 독자.
그러나 분명한 건 완전한 타인이라는 점이었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진짜 독자.
처음 갖는 경험이었다.
어릴 때 소설을 쓰면 친구들이 돌려 보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오로지 작품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을 얻은 기분이었다.
*
나는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실하게 연재했다.
사실 이미 완결지은 소설을 업로드하는 거라 어렵지는 않았다.
무료연재는 크게 성공했다.
무려 오전 10시에 업로드 하는데도 투데이 베스트 1위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으니 그만하면 성공이라 봐도 좋았다. -보통은 자정에 업로드 한다. 베스트 지수를 누적하기 위해-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후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퇴사하고 몇 년간 고생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무척 들떴다.
웹소설 업계가 어서오라며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 같았다.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성공한 작가의 삶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온 것 같았다.
그즈음 투고를 진행했던 출판사들에게서도 답신이 왔다.
베스트랭킹 1위에 랭크된 것을 봤다며 축하한다는 인사가 쏟아졌다.
계약을 진행하자는 곳도 있었다.
미처 투고 하지 못했던 출판사에서도 컨택 메일이 날아왔다.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담당자는 친절했고, 꼬박꼬박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었다.
그저 호칭일 뿐인데도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퇴사 이후 빈곤했던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자라났다.
이미 완결한 소설이라 출간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표지를 고르고, 교정을 본 후에 플랫폼의 프로모션 심사를 기다렸다.
결과는 신인으로 받을 수 있는 최상의 프로모션이었다.
담당자로부터 또 한 번의 축하를 받으며 런칭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음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마음뿐 아니라 발바닥이 지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기다림 만큼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
그리고 마침내 2019년 9월 9일 자로 손이없는k(필자의 BL필명)의 첫 작품이 세상에 태어났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한껏 부푼 어깨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몸과 마음은 이미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대망의 첫 정산일.
통장에 찍힌 숫자는 80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었다.
당시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그러나 거의 1년에 가까운 출간 과정을 인건비로 환산하면 처참한 숫자였다.
그렇게 내 첫 작품은 언제 런칭을 했었냐는 듯 잊혀졌다.
장밋빛 미래도, 레드카펫도 없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은 더더욱 아니었다.
무료연재와 유료화의 세계는 독자들의 성향과 눈높이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따뜻한 댓글을 기대했던 내 마음은 신랄한 비판과 적나라한 피드백에 난도질 당했다.
지면과 멀어졌던 만큼 떨어지는 속도는 더 빨랐다.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