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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n 15. 2018

​이제 다시, 잘해보자 우리 동네!

- 한강 -

회귀 본능.

결혼 전 남편이 살던 동네로 돌아왔다. 다리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한강이 보여주는 모습은 건너편과 달리 화려하다. 이사 온 후 남편은 고향으로 돌아온 듯 편안한 모습이다. 연애시절 우리의 아지트였던 곳을 걷고, 살아생전 아버님이 사 두신 땅도 본다. 아버님은 '한강 공원을 모두 사두었다'는 농담을 즐겨하셨다. 맏아들 운동 갈 때마다 아버지 땅이니 마음껏 즐기다 오라는 뜻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착할 생각으로 이 동네를 선택했다. 서울을 떠나 삶의 방향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럴 계획으로 왔다. 이제는 태어나고 자란 엄마 집 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서울에서  드디어 정착하고 싶은 곳을 찾은 셈이다.


나는 언니들과 함께 한 이사를 포함하면 이번이 17번째 이사였다. 언니들 집에 얹혀살다 보니 이리저리 메뚜기 신세였던 20대 초반을 지나 27세에 내 돈으로 첫 독립을 했었다. 큰언니의 헬프 머니도 포함했지만...


그렇게 서울 시내를 돌고 돌아 남편과 함께 분당, 남양주를 거쳐 낯선 동네로,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이 동네로 왔다. 절친이 결혼 후 오래 살고 있어 자주 왔었고, 남편이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동네이니 마음이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다. 절친이 '친구야. 동네 적응은 잘 하고 있는가?'라는 안부 문자에 1초의 망설임 없이 잘 지낸다 회신 보내는 나를 보면 적응 잘 하고, 마음에도 들어하나보다 싶다.


이곳에서 남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힘을 얻고 마음 둘 수 있는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전히 적응 중이지만 세탁소를 찾았고, 필라테스, 요가원, 헬스장, 수선집, 재활용함, 치킨집, 떡집을 찾았다. 이 정도면 우리가 사는데 지장 없는 동네임이 확실하다. 핫! 


처음 살아 보는 동네지만 정착할 곳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풍족하다. 떠나지 않을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모든 것에 정을 주게 된다. 세탁소 사장님과 경쾌하게 인사를 하며 깨끗한 내부를 칭찬하고, 떡을 팔고 있는 할머니 사장님께 단골 인증을 찍기 위해 어제도 다녀갔다는 인사를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동네 주민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어 지고, 단골 카페도 찾게 된다.


20년 동안 살았던 시골동네까지는 아니어도 마음 평온히 오래도록 살 수 있는 동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응하고 있다. 18번째 이사는 하게 된다면 낯선 동네에 대한 적응을 준비하지 않도록 말이다.


이제 다시,

잘해보자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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