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아이들과 함께 TV를 봤다. 가볍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기분.
아이들은 약속이 있다며 각자 집을 나섰고, 첫째가 “학원 갔다 올게요!” 하고 문을 닫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 떠올랐다.
‘아차, 컴퓨터 학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수업은 9시 30분 시작인데, 지금은 이미 11시.
부랴부랴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오셔서 2시간 정도 공부하고 가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안도했지만, 한편으로 자책이 밀려왔다. 내일배움카드 수업은 결석이 누적되면 ‘엘로카드’ 경고가 떨어지기 때문에 중요한 수업이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가방을 챙겨 뛰어나갔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 중요한 걸 잊었을까?’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일정 하나하나를 정확히 챙겼다.
그때는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만다라 차트 다이어리를 펼쳐 한 주의 계획을 시간 단위로 정리하곤 했다.
그 습관 덕분에 하루가 안정됐고, 바빠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다이어리는 어느새 먼지가 쌓여갔다.
그리고 오늘, 그 빈틈이 결국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며칠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윤시윤이 ‘알람왕’으로 출연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하루의 모든 일과를 알람으로 맞춰 철저하게 관리하는 그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태해지는 내 모습이 싫어서 알람을 맞춰요.”
예전엔 나도 그랬다.
하루를 쪼개 움직였고, 계획한 건 꼭 해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피로는 쉽게 쌓이고, 눈꺼풀은 떨렸고, 대상포진까지 앓고 나서는 그 옛날의 속도가 무서워졌다.
‘또 아프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발목을 잡았다.
예능을 안 보고, 노래도 안 들으며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삶’을 유지하려 하다 보니, 마음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웃음이 줄었고, 기분이 가라앉았고, 무엇보다 내가 나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조금 바꾸려 한다.
몸을 돌보며, 마음을 살피며, 다시 조금씩 나를 교정해가는 것.
완벽하진 않더라도, 다이어리를 다시 써보고, 알람도 맞춰보려 한다.
실행률 100%는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사실.
오늘도 비투비의 노래를 들었고, 예능 프로그램도 잠깐 보았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내 마음에는 분명 온기가 돌았다.
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놓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시 한 줄을 고쳐 쓴다.